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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산문집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인디 그룹 줄리아 하트 멤버, 본명 정대욱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뮤지션 “정바비”가 아닌 “정대욱”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다. 1979년생, 1996년 언니네 이발관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을 발매했고 그가 책을 내기 전 인터뷰를 살펴보니 “오렌지 성애자 정바비”, 아! 그래서 이 책의 표지가 오렌지 색이였던가?
그의 글은 읽으면 눈에 들어오다가 삑사리처럼 튕겨나간다고 해야하나! 그가 전달하려고 하는 의미를 둘러싼 글의 기교들이 처음에는 사실 거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니 눈의 망막을 계속해서 자극하여 눈을 둔감하게 하였던가? 글을 잘 쓴다. 재밌게 쓴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소위 말하는 sky 일류대 출신의 인문학 학사!
뮤지션으로서 백김치에 감성적인 양념을 버무린 설익은 김장 깍두기라고 해야 할까? 한 입 물면 딱딱하지만 씹다보면 그냥 넘어가는 그런 느낌!
뮤지션이라는 것만 빼고 보면 나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떤 하나의 이상을 가슴에 품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계획적이고 모범적인 바른생활사나이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감성적인 아웃사이더? 학창시절의 가정통신문에는 “주의산만”이 항상 따라다녔지만 본인은 “유머만발”이라고 우기고 다니는 장난꾸러기
정바비는 그의 솔직하고 포장되지 않은 연애담과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뮤지션으로서의 삶과 생각들로 책을 담가 놓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맛이 항상 다르듯이 구수하고 꾸밈 없는 그의 글이 좋았다.
이바라기 노리코라는 일본 시인이 쓴 “나의 카메라”라는 시를 좋아하고 “네 이름의 한자를 사전에서 찾아본다. 마음의 책갈피를 가만히 끼운다.”라는 어린 여자이들의 감성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역시 뮤지션들은 감수성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정바비의 내면? 아니 책에 고이 기술한 자기가 원하는 삶이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나는 앞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일 없이 한 사람의 쾌락주의자로서 인생을 흠뻑 즐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것이며 바다를 보고 싶을 땐 바다로 갈 것이며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정거장을 지나칠 것입니다. 키스를 아주 많이 할 것이며 좋아하는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를 것이며 당신을 사지로 몰아넣은 사람들과 그 살풍경한 정신세계들에 대한 신랄한 농담을 아주아주 많이 만들 것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앞에서 이런 생각을 번뜩하면서 떠올리진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부터 그가 지향해왔던 삶에 대한 가치관이었겠지?
바비는 여자가 예쁘게 사는데 남자란 존재는 도움보다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것을 보니 사랑에 대해 많이 아는 듯하다. 아니 많이 겪었다고 해야 하나! 내가 봐도 여자의 삶에 남자란 존재는 도움이 안되는 게 맞다. 아니 반반이라고 하자. 그래 그게 낳겠다.
시크하면서도 닥잘지근하고 애틋하고 세련된 포말을 뒤집어 쓸 수 있는 “너의 세계를 스칠 때”, 삶이 지칠 때 읽어도 좋다. 삶이 행복할 때 읽어도 좋다.
최근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라면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일본행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일본 사이트에서 “스낙쿠”를 마구 검색하고 있을지 모른다.
정바비의 노래를 듣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인디밴드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을 때가 내 인생에 바람처럼, “나의 세계를 스칠 때” 한번 감상해보련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다나베 세이코를 아주 좋아하나보다.
그가 언급한 작품들, “상실의 시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하루키),와 “여자는 허벅지”(이하, 다나베 세이코)
그가 좋아하는 구절이란다.
p-256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가 첫장을 펼치자마자 나온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한 나이를 먹는 것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다' 한편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예기가 나온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마음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중략)
스티비 원더가 "Yesterday-me yesterday-you yesterday -day'라고 노래했던가? 하루하루 ‘지난 나(Yesterday-me)’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