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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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좀 힘들다보니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느라 우울이나 번아웃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우울할땐뇌과학

#젊은ADHD의슬픔

#한낮의우울


이 책들은 실체 없는 불안과 걱정으로 인해 깊어진 우울에 대해 정확히 정의하고, 땅바닥을 짚고 어떻게 다시 올라올까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지라 구체적인 도움이 됐거든요.


그러다가 @허밍버드 에서 받은 이 책, #나를살리고사랑하고 를 만났습니다. 


작가님은 자살 사별자입니다. 우울증을 앓던 동생이 자살하고, "동생분이 돌아가셨다"는 경찰의 말에 "네? 어딜 돌아가요?"라고 되묻고, 올 것이 왔다는 듯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동생의 마지막을 챙깁니다.


장례식장에서도 꿋꿋했던 언니는 동생의 일기장을 보고 그때서야 무너져 내립니다... 탐정을 자처해 동생의 생전 행적을 쫓아봅니다.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면밀히 챙기고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무심함에 대한 자책, 나도 뒤를 따라가야겠다는 허무함... 이 모든 것은 조울증과 범불안 증세, 건망증으로 나타납니다.

 

예전에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모 작가님의 책을 읽었을 때는 그 우울함과 자기연민이 텍스트로 거의 토하다시피 쏟아지는 느낌이라 완독을 하고서도 너무 찝찝했었는데요.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는 가족을 상실한 고통을 겪으며 무력해진 사람들이 작은 위로와 연대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삶의 욕구를 찾아내는지를, 우울과 불행의 울타리에서 빠져나오는지를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말로 쓰기는 쉽지만... 실제 이런 상황에 놓이면 저 역시 단단해지기 힘들 것 같아요. 리뷰 한 글자 한 글자도 조심스럽고요. 

그렇지만 상상도 하기 힘든 아픔을 겪은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가 오히려 우리를 위로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를 애도하고 추스리는 것. 큰 부정과 우울이 아닌 작은 긍정과 희망을 쥐고 현재를 사는 것. 저마다의 아픔을 인정하고 나의 아픔을 내보이고 당신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삶에 대한 애착을 다시 찾는 것. 자기연민의 갑옷을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오는 것.

절대 쉽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나를 살리고 사랑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동생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였다. 너에게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 좌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죽음뿐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거야. 너를 괴롭히는 가족이라면 멀어져도 돼.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면 창업을 하면 되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면 적은 돈으로 생활하는 방법을 택한 뒤 미래를 기대하는 방식을 접지 않으면 돼. 이것도 생각의 틀이 협소한 내가 하는 말이니 모두 무시해 버려. 다만 네가 해야 할 일은 꿋꿋하게 살아서 감춰진 너만의 선택지를 발견해 고르는 일이라고.

_ 〈자살이라는 말버릇〉


타인은 공감하지 못할 고민이라 생각해 마음을 닫은 사람들이 만일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눈을 살며시 뜨기를. 당신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선뜻 애정을 베풀 우물을 지닌 사람들이 가득함을 기억해 주기를. 당신이 유리에 부딪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당신을 찾지 못했던 것이지, 상처를 조금만 열어젖혀도 사람들은 당신의 곁에 머물며 기꺼이 우물을 내보일 테니. 우리에게는 모두 우물이 있음을 잊지 말아 주기를. 물론 당신에게도 말이다.

_ 〈저마다의 우물〉


이 이야기는 나를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건네는 약속이다.


다들 살아주세요. 잘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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