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초월 1
우다영 외 지음 / 허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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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기 전에 허블 출판사 <초월>시리즈의 컨셉에 대해 알고 읽어야 한다. 초월은 가득 차오른 보름달(만월)이 되기 전의 초승달을 뜻하기도 하고, 어떠한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의 '초월'과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난 이 컨셉을 제대로 모르고 읽었던 탓에, 각기 다른 주제와 소재의 SF소설들을 왜 묶은 걸까? 이 소설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컨셉이 뭐지? 사랑이라고? 결말이 이렇게 끝난다고? 하는 알쏭달쏭한 상태로 완독했고 ㅋㅋㅋ 맨 뒷장의 허블 편집팀장의 마무리 글을 보고서야 아! 하고 깨달음 ㅋㅋㅋ 


우다영, 조예은, 문보영, 심너울, 박서련 작가가 아직 출간하지 않은 SF 소설의 프리퀄을 묶어낸 책이었던 것이다...! 아직 탄생하지 않은 세계에 대한 프리퀄을 미리 맛보는 <시공간 초월> SF 앤솔로지.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세계관을 공유할 장편 작품들을 어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뿜뿜 올라왔다.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돌아오는호수에서 

무엇이든 집어 삼켜버리는 신비로운 호수에 온갖 것을 갖다 버리는 마을 사람들. 더러운 것뿐 아니라 숨기고 싶은 것, 잊고 싶은 것들을 갖다 버려도 호수는 감쪽같이 청명하기만 하다. 어느 날 호수의 밑바닥에서 솟아오른 괴물들이 진하와 나루에게 다가오는데...? 


p.121 사람들이 지저분한 것들을 버려도 호수는 변함없이 아늑했고, 그들은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진하는 자신이 그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자신 안에 그리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도. 그는 스스로도 몰랐던 감정들을 나루와 대화하며 깨우쳤고, 그것은 나루도 마찬가지였다.


p.142 어디선가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창가에서 괴물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진하는 창가를 보고 있던 나루 옆으로 다가갔다. 한쪽 눈에 붕대를 감은 나루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진하를 마주 보았다. 문득 어떤 예감이 들었다. 지금 나루의 표정을 아주 오랫동안 곱씹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바닥이 한 번 더 진동했고, 나루가 손을 내밀었다. 둘은 종말이 다가온 창밖을 보며 함께 손을 잡았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작품은 #슬프지않은기억칩

인간 아이, '이손'의 유년 기억시절을 기억칩으로 삽입한 AI 로봇들. 이 로봇들은 사람들과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충전기에 몸을 꽂고 떠올리는 것은 로봇 본인의 기억이 아닌 '이손'의 기억이었다. 감쇠기가 장착된 탓에 흐릿해져가는 이손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추억하기 위해 온라인 기억모임을 연 로봇들. 그런데 그 모임에 이손의 엄마가 있었다...?


p.172 그때 엄마가 이런 말을 했어. "너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니란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했어.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p.177 "그냥 우리가 나눈 대화를 다운로드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에요. 우리는 기억을 경험한 영혼이 필요해요."

"우리는 로봇이에요. 영혼 같은 건 없어요."

"당신들의 기억이 곧 영혼이에요."

"말을 참 재밌게 하시네요."

"기억칩을 빌릴 수 있을까요?"

"이건 이손이 아니라 우리들의 감정과 기억이에요."

"제가 부탁하는 건 큰 게 아니에요. 기억칩을 복사하기만 하면 돼요. 한 시간이면 끝나고요. 당신들의 기억은 개별적으로 보존될 거예요."

"우리 모두의 기억칩을 합칠 생각인 건가요?" 


p.178~179 회원들은 이따금 기억을 지어냈다. 그들은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이 지어낼 수 있었다. 에이미는 궁금했다. 기억칩이 파괴되면 어떻게 될지. 아주 다른 존재가 될지, 아니면 그대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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