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세계 - 관찰과 실험으로 엿보는 식물의 사생활
제임스 B. 나르디 지음, 오경아 옮김, 주은정 감수 / 돌배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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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건축 탐구, ]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을 주제로 부부 건축가가 아름답고, 의미 있고, 따뜻하고, 행복이 가득한 집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집의 일부인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집을 가꾸는 사람들은 집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정원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정원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느껴졌다. 작은 집과 넓은 텃밭과 정원을 갖는 것이 나의 꿈이다. 청소하는 것을 싫어해 집이 너무 넓어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 집은 작아야 하고, 풀을 뽑고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해 식물을 심을 터는 넓었으면 좋겠다. 정원의 세계는 나의 꿈을 일깨워주는 제목이라 더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식물과 수많은 생물이 함께 공존하는 정원의 세계로 들어간다.

 

씨앗은 경이로운 창조의 산물이다.’(15페이지)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빛과 수분, 적당한 온도와 발아를 촉진시키는 호르몬과 미생물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씨앗을 관찰한 후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 과정을 거치고, 실험 결과 가설이 입증되면 가설은 씨앗 발아 조건에 대한 이론이 된다. 씨앗은 종류에 따라 발아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배하는 작물의 발아 조건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무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산소와 수분이 필요하다. 사과나무와 참나무는 온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로 추운 겨울의 낮은 온도에서 휴면 상태로 있다가 최적의 온도가 됐을 때 발아를 시작한다. 열대식물의 씨앗은 섭씨 35~40도의 고온에서 발아되고, 벼는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 발아하고 성장한다. 씨앗에서 발아한 식물은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성장한다. 식물의 줄기세포는 식물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줄기세포는 새로운 세포를 생산해 식물의 생장을 돕기도 하지만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돕기도 한다. 식물의 잎은 모든 잎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줄기를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잎의 배열은 일정한 숫자 배열을 나타내는데 이를 피보나치 수열이라 부른다. 소나무의 솔방울뿐만 아니라 땅에서 넓게 퍼지면서 자라는 잡초도 피보나치 수열의 패턴을 나타낸다.

 

물과 영양분을 찾기 위해 무수한 뿌리를 땅 속으로 뻗는다.’(65페이지)

메마른 사막에 홀로 서 있는 나무를 관찰해보면 땅 속으로 넓고 깊게 뿌리를 뻗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뿌리는 식물이 생존할 수 있도록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다. 토양에 화학물질을 내보내 미생물을 유인하고, 미생물의 도움으로 비옥해진 토양의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뿐만 아니라 뿌리는 종자 번식의 역할도 한다. 감자, 고구마, 양파, 마늘 등은 씨앗을 발아시키지 않고도 뿌리, 알뿌리와 덩이줄기로 번식이 가능하다. 삼투압에 의해 토양의 수분이 알뿌리와 덩이줄기로 흡수되고, 줄기를 타고 잎으로 전달된 수분은 잎의 끝부분에 도달해 물방울로 맺힌다. 아침에 식물 끝에 맺힌 물방울이 이슬이라 생각했는데 뿌리가 흡수한 물이 밖으로 배출된 것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러한 배수현상의 과정을 관찰하면 식물이 맥관의 물관을 통해 어떻게 물과 영양분을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태양에서 얻는 에너지와 토양의 영양분’(113페이지)

햇빛을 받은 식물은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만들어 에너지를 흡수한다. 햇빛을 받는 면적이 줄어들거나 차단되면 식물의 성장 속도는 줄어들게 된다. 다윈은 덩굴 식물이 한쪽 방향으로만 구부러져 나침반 방향, 즉 시계 방향으로 태양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덩굴식물은 촉각에 민감해 접촉이 일어나면 닿은 부분을 따라 줄기를 구부린다. 햇빛과 더불어 식물은 토양의 영양분을 함께 흡수해 성장한다. 토양 속 미생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식물의 생장을 돕는다. 식물은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땅 속 깊이 뿌리내리고, 더 많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모든 잎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식물에게 태양과 토양에서 얻는 에너지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에너지다.

 

시각을 깨우는 식물의 색과 냄새

식물의 색은 미적 감각을 깨우기도 하지만, 식물의 영양소에 대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빨강, 주황, 노랑, 보라 등의 색에 따라 식물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영양소가 달라진다. 식물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색은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유익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색과 더불어 식물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것은 식물의 냄새다. 식물의 색과 마찬가지로 식물이 지닌 냄새 화학물질은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물질이다. 브로콜리, 겨자, 콜라드, 케일, 순무와 같은 양배추과의 식물의 매운 겨자 냄새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식물의 이차대사산물로 항암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 파슬리, 당근 등에 포함된 푸라노쿠마린’, ‘호박, 오이 등의 박과 식물은 쿠쿠르비타신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어떤 곤충에게는 독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곤충들에게는 먹이가 되기도 한다. 식물이 이러한 화학물질을 내보내는 이유는 미생물과 곤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다. 식물이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주변에 성장을 방해하는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식물인 검은 호두는 뿌리에서 화학물질을 분비해 다른 작물의 성장을 저하시킨다. 식물은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고,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내뿜는다. 어떤 식물과는 서로 경쟁하고, 또 다른 식물과는 돕는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존한다. 식물을 키울 때 서로 경쟁하고 성장을 억제하는 식물과 함께 공존하면서 성장하는 작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고, 더불어 인간의 몸을 지켜주는 식물의 색과 냄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식물이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원의 불청객, 잡초

<07. 역경을 이겨내는 잡초의 지혜>는 잡초를 관찰하고 연구한 내용을 실었다. 대표적인 잡초로 분류되는 쇠비름은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뽑고 또 뽑아도 다시 살아나는 쇠비름의 생명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쇠비름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흔한 잡초로 식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비슷했다. 소로가 쇠비름을 데쳐 소금에 절여 만든 요리로 저녁 식사를 만들었듯 나는 데친 쇠비름을 초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무쳐 나물로 먹었었다. 쇠비름은 잡초이지만 식용이 가능한 약이 되는 식물이다. 잡초에는 이런 식물들이 많다. 우리가 모르고 뽑아 버리기 때문에 잡초 취급을 받고 있을 뿐이다. 잡초는 바람, , 동물 등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손을 퍼트린다. 제비꽃의 경우에는 씨앗 꼬투리가 튕겨지는 방식과 동물과 개미를 이용해 동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씨앗을 퍼트린다. 끈질긴 생명력을 뽐내는 잡초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원의 불청객은 잡초가 아닌 인간이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식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잡초라는 말도 인간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잡초에게는 밭에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 잡초로 보일 수도 있다.

 

모든 공동체의 삶에서처럼 각각의 구성원은 수행할 역할과 해결할 직무가 있다.’(247페이지)

모두가 공존하는 정원은 수많은 존재들이 함께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동체의 삶을 살아간다. <10. 정원사의 동료_정원을 공유하는 다른 생명체들>은 정원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물이 자라면서 내뿜는 화학물질은 식물을 노리는 포식자와 그 포식자를 잡아먹는 또 다른 포식자를 불러들인다. 토양 속에도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어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식물 뿌리에 사는 균근은 식물과 영양분을 공유하고 교환하는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식물은 토양 속 균근을 유인하기 위해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한다. 균근 접종제를 종묘장과 종자회사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건강한 토양은 식물뿐만 아니라 식물과 공존하는 수많은 생명체의 삶의 터전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이때 누군가는 눈으로 보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의문은 질문이 되고, 질문은 가설로 만들어진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실험 결과 가설이 증명되는 순간 새로운 이론이 탄생한다. 과학적 이론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론이란 것은 절대불변의 진리일까? 이렇게 만들어진 이론도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의문에 대한 가설이 증명되는 순간 다른 이론에 자리를 내어준다. 학문을 탐구한다는 것은 의문이, 가설이 되고, 가설이 실험을 거쳐 이론이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원의 세계는 우리 가까이 있는 정원을 통해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가설을 찾아 추론하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정원의 세계는 단순하게 정원을 가꾸고 정원의 생태만을 말하지 않는다. 정원의 식물과 생태환경 안에서 증명할 수 있는 수많은 과학적 사실과 이론들을 설명한다. 씨앗에서 시작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거치는 식물과 관련된 과학적 증명들을 따라 읽으면서 식물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책에 수록된 삽화를 보면서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찾아보는 것도 책을 더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책에 적힌 식물 실험을 정리해 실험 노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지금 정원의 세계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 보이는 것에 의문을 가져보자.

여러분은 어떤 가설을 찾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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