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부
마르틴 쉬르츠 지음, 권오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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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부는 어떻게 세계를 망치는가?’(책 표지)

란 무엇일까? 부를 갖기 위해 인간은 욕망한다. 인간의 욕망은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계속 더, , 더 채우려 한다. ‘과도한 부는 그런 인간의 욕망의 결과다. 대부분의 부를 소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남은 부를 쪼개어 갖기 위해 발버둥 친다. 왜 소수의 사람에게 부는 편중되었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과도한 부자라는 용어를

품행이 올바르지 못한 부자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11페이지)

플라톤은 극소수의 국민이 과도하게 부유하고 대다수는 극빈층에 머물게 되는 과두정치 국가체제를 재산에 기반한 지배라 불렀다. 이런 국가체제에서는 가난한 자들에게 무기가 주어질 때 부자는 외부의 적들보다 이들을 더 두려워하게 되어 전쟁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에서 양적으로 적당한 부와 빈곤의 관계를 찾고자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토지소유를 보장하고 토지 소유의 한계치를 설정해 한계치를 초과하면 자산 초과분은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는 누군가는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고 있기 때문에 자유의 가치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땅한 부에 대한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영국 귀족은 노동과 무역을 원천으로 하는 부를 높이 평가하지 않고, 명성이나 귀족적 생활양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신분 계승의 원칙에 따라 상속된 특권을 가질 때 마땅한 부로 인정했기 때문에 귀족의 생활양식을 복제한 부유한 시민계급의 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20세기가 되면서 천부적으로 상속되는 부보다는 고난을 이겨내고 이룬 개인의 부가 마땅한 부로 인정되기 시작한다. 사회가 변하면서 마땅함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상속된 재산이든, 개인의 노력에 의한 재산이든 상관없이 과도한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가 되기 마땅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정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질투의 감정과 분노를 과도한 부자들에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난한 소수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플라톤은 질투와 저항의 감정이 생기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사회적 친밀감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과도한 부자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친밀감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도한 부자들은 사회적 친밀감을 회피할 수 있었고, 질투와 분노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부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차단시키는 것은 과도한 부를 지키는 데 최고의 방법이다.

 

어느 수준의 자산 크기부터 과도한 부라고 불릴 수 있는지의 문제는

결국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다.’(280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3명이 미국 국민 하위 50퍼센트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몇 개의 거대 기업이 이익의 대부분을 독점하면서 소득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한계 없는 부는 소수에게 자원이 집중되는 원인이 된다. 자산분배는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운 경제활동의 결과로 여겨졌다. 자산분배가 시장을 통해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부와 과도한 부는 사유재산보호와 상속권을 포괄하는 정치적, 제도적 틀 안에서 형성된 것이다. 과도한 부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과도한 부자들은 정치의 보호 아래 위기를 극복하고 자산의 규모를 키웠다. 1930년대 세계경제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이들은 분노의 대상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냈다. 과도한 부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더 강화되었다. 소득비교에 있어 최고-최소소득 간의 차이가 1-30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면 자산의 경우 그 격차는 10억 단위의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 이래로 민영화, 규제철폐, 금융세계화 등으로 인해 사적 자산은 증가하고 공적자산은 감소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복지국가의 활동 영역은 축소된다. 자산증식의 속도는 경제발전의 속도보다 빨라져 노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진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굳어진 사회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산 집중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과도한 부자에 대해 어떠한 감정들이 부여되는지, 이 작은 집단에 어떠한 미덕과 죄악이 귀속되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도한 부는 과도한 부자들의 사적인 미덕이 사회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부자들의 자비와 관대함은 부를 지키는 수단이 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박애주의는 소유자 사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해준다. 부자들의 과시적 자선행위는 과도한 자산 소유를 정당화 시켜준다. 박애주의가 복지국가의 집단적 연대성을 몰아낼 때 과도한 부를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행을 펼치는 과도한 부자가 복지국가의 업적을 몰아내고 그 위에 개인의 자선을 올려놓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부자들의 선행은 원하는 목표가 달성된 후 중단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박애주의가 복지국가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부를 가진 이들은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더 늘리기 위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사람들의 분노를 피해가기 위한 프레임을 만들었다. 과도한 부자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공개된 부자들의 자산 정보와 더불어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공감과 연대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도한 부는 부와 관련된 철학을 모아놓은 부의 철학서다. 부에 대한 프레임은 어떻게 짜여 지고 우리는 어떻게 그 안에 갇히는지를 알려준다. 철학, 문학, 정치, 경제 등의 모든 분야에서 다루는 부에 대한 개념과 생각을 해석하고, 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내가 생각하는 과도한 부의 가장 큰 매력은 문학 작품 속 인물의 이미지와 대사를 부의 개념과 연결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책을 읽고 부와 과도한 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다. 부에 대한 토론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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