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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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시체들의 땅이 있어. 사람들은 둘 중 한쪽 세상만 인정해”(60페이지)

뒤집힌 세상, 평범한 일상이 뒤집히고 사랑하는 가족이 나를 공격하는 비극의 밤이 지난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울타리 안에 마을을 만들어 살아간다. 울타리 밖 시체들의 땅은 첫 번째 밤 이후 좀비들의 땅이 되었다. 사람들은 마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시체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외면한다. 첫 번째 밤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을 구하고 마을을 세운 영웅 찰리는 좀비 사냥꾼이다. 찰리의 도움으로 동생 베니와 함께 살아남은 톰도 좀비를 사냥한다. 좀비가 된 아빠의 공격에서 엄마를 구하지 않고 자신만을 데리고 도망친 형을 겁쟁이라 생각했지만 15살 이후 일자리를 구해야 했기 때문에 형을 따라 좀비 사냥꾼이 된다. 형을 따라 들어간 시체의 땅에서 사냥꾼들의 추악한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래, 진실은 바뀌지 않아.

하지만 진실을 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고,

어느 쪽에서 본 진실을 믿을지 선택할 수 있어.”(72페이지)

진실을 보게 된 후 진실을 믿을지 아닐지는 결국 자신의 선택이다. 베니는 진실 앞에서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혼란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좀비 카드 속 사라진 소녀의 초상화를 본 후 베니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자신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라진 소녀를 잡기 위해 찰리 일당은 초상화가와 닉스의 엄마를 죽이고, 닉스를 납치한다. 톰과 베니는 닉스를 찾아 찰리 일당을 뒤쫓는다. 함정에 빠져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형이 죽었다 생각한 베니는 닉스를 구해 도망친다. 위기에 빠진 베니와 닉스를 사라진 소녀 라일라가 도와주고, 셋은 함께 찰리 일당에게 붙잡힌 아이들을 구할 계획을 세운다. 작전을 수행하다가 아이들을 구한 후 찰리에게 붙잡힌 순간 죽었다 생각했던 톰이 나타난다. 톰과 좀비떼를 유인한 라일라 덕분에 찰리의 캠프를 벗어났지만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찰리와 마주친다. 찰리에 대한 분노의 힘으로 베니는 찰리를 절벽으로 떨어트리고 아이들을 구한다. 마을로 무사히 돌아온 후 게임랜드의 존재를 알리지만 마을이 위험해질 것을 걱정한 사람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지.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옳은 질문을 하지 않아.”

-중략-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당연히 궁금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는 뜻이야.”(150페이지)

베니는 진실을 외면하고 진실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추악하디 추악한 진실이라 말한다. 톰은 베니를 데리고 자신들이 살았던 마을로 들어가 좀비가 된 부모님의 영결식을 함께 한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함께 한 형제는 비행기가 향했던 시체의 땅 너머로 떠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들을 기다라고 있는 닉스를 만나러 간다. 톰과 베니는 저 너머의 세상을 찾아 길을 떠날 것이다. 형제의 앞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걱정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저 너머의 땅에서 그들이 보게 될 것은 절망일까, 희망일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희망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광활한 침묵이 내린 시체들의 땅을 형제는 나란히 걸어갔다.(509페이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순간이 있다.

이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살아온 인생과 살아갈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가 위태롭게 갈리며

우연이나 운도 힘을 미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이 순간의 결정에 따라 삶을 누릴 권리를 얻을 수도,

빼앗길 수도 있다.’(321페이지)

시체와 폐허의 땅을 읽으면서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사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베니가 형을 따라 좀비 사냥꾼이 된 것도, 형제가 닉스를 구하기 위해 시체의 땅으로 떠난 것도, 자신과 관계없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찰리의 캠프로 들어간 것들 모두가 베니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선택의 결과로 살아왔던 삶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지만, 베니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한다. 첫 번째 밤 이후 라일라와 갓난아기를 혼자 키워야 했었던 조지는 두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키운다. 좀비들을 피해 몇 년을 살았던 조지는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 아무 의심 없이 따라갔다 아이들을 납치당한다. 그는 아이들을 찾던 중 죽임을 당했다. 조지는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완전한 타인인 라일라와 애니를 지키고 키우는 것을 선택해 영웅이 되었다. 찰리는 첫 번째 밤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을 구하고 안전한 마을을 만들어 사람들을 지켜낸 영웅이었다. 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는 시체들의 땅에서 그가 한 선택은 게임랜드를 만들어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 좀비와 싸우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사라진 소녀 라일라를 찾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공격한다.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고 좀비들을 모욕하고, 자신들의 이익과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 조지와 찰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조지의 선택은 사람을 살리는 선택이었고, 찰리의 선택은 사람을 죽이는 선택이었다. 톰과 베니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조지와 같이 사람을 살리는 선택을 한다. 조지와 찰리는 왜 다른 선택을 하게 됐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옳다고 생각했던 신념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신념이 타인을 공격해서 해를 입힌다면 그 신념은 옳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찰리가 옳다고 생각한 선택은 옳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기 자신과 타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내가 베니와 함께 좀비가 살고 있는 땅 울타리 너머에 살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게임랜드의 존재를 알고도 외면하는 마을 사람들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나에게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나또한 어떤 선택을 할지 확실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지금 나는 어떤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을까? 선택의 순간 내가 옳다고 생각한 신념은 과연 진실로 옳은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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