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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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세상을 만든다. -중략-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면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다.’(378페이지)

 

지구상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자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많은 곰팡이가 존재한다. 식물은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고 물을 빨아들여 영양분을 만든다. 나는 지금까지 거기까지만 알았다. 흙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존재한다. 제목처럼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그 거대한 세계 위에서 존재하는 인간 또한 이 작은 것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간다. ‘작은 것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고 대를 이을 수 있게 하는 존재다. ‘220~380종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곰팡이다. 곰팡이는 남극의 빙하에서부터 인간의 몸속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아니 모든 곳에 존재한다. 저 멀리 우주에도 곰팡이는 존재할 것이라 짐작 된다.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강력한 효소와 산을 이용해 모든 물질을 분해해 버리는 대사 능력이 곰팡이가 모든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버섯은 포자를 퍼뜨리는 것을 돕거나 방해받지 않기 위해 곰팡이가 선택한 생존의 수단이다. 색과 맛으로 사람과 동물, 곤충들을 유혹해 곰팡이를 다음 세대로 연결한다. 버섯 포자가 방출되는 장면을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폭발하듯 퍼지는 포자가 방출되는 속도는 최고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작가 셸드레이크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식물과학을 전공하고 파나마 열대림에서 식물의 뿌리와 곰팡이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박사과정을 시작한 후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가 운영하는 한 섬의 연구기지에 입주한다. 이곳에서 곰팡이 네트워크를 통해 양분이 이동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유혹하는 곰팡이 :버섯과 곰팡이가 퍼져나가는 방법>

땅 속 깊이 숨겨진 트러플 버섯은 포자를 퍼트리기 위해 냄새로 사람과 동물을 유혹한다. 이 냄새 덕분에 미식가들은 2킬로그램에 12,000유로의 트러플을 구매한다. 냄새로 자신의 포자를 퍼트릴 존재를 유혹하는 트러플, 이것이 트러플 버섯의 대화법이자 생존법이다. 북아프리카 해안의 송이버섯은 곰들을 유혹하고, 오레곤의 송이는 말코손바닥사슴을 유혹한다. 아우드, 즉 침향은 곰팡이에 감염된 침향나무에서 추출한 향수다. 최고급 침향의 가격은 1킬로그램당 10만달러다. 트러플은 이틀에서 사흘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향도 약해지다 사라진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공된 트러플 식품들에서 우리는 트러플의 향을 맡을 수 없다. 트러플은 동물 종의 경계를 넘어 모두를 끌어당기는 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트러플이 번식을 위해 다른 종을 유혹하는 방법이다.

 

곰팡이 균사가 균사체 네트워크가 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와 융합의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균사체 네트워크는 성적화합성이 맞는 다른 균사와 융합해 교배할 수 있게 한다. 이 중 부계 역할을 하는 쪽은 유전물질을 제공하고, 모계 역할을 맡은 쪽은 유전물질뿐만 아니라 트러플과 포자로 성장하는 과육을 길러낸다. 트러플의 성별은 +교배형이나 -교배형 모두 부계 혹은 모계가 될 수 있다. 트러플이 교배를 위해 다른 개체를 유인하는 방법은 페로몬을 이용할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다. 트러플 균사는 파트너 나무가 될 식물을 끌어당기기 위해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 곰팡이와 식물은 서로가 내뿜는 화학 물질로 연결되어 생존의 방법을 찾아낸다. 곰팡이가 식물을 유혹하는 것인지, 식물이 곰팡이를 유혹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일지 모르지만 이들의 유혹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다.

 

<살아 있는 미로 : 곰팡이가 길을 찾는 방법>

곰팡이는 미로를 만나면 균사체를 가지치기해 모든 곳으로 뻗어나가 최단거리의 출구를 찾아낸다. 곰팡이는 동시에 모든 경로를 찾아 뻗어나간다. 먹이를 발견하면 그와 연결된 네트워크 부분은 두터워지고, 소득이 없는 부분을 약화시키면서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한다. 균사체 네트워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곰팡이는 균사체를 통해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균사가 접촉할 수 있는 대상이 많을수록 더 많은 먹이를 섭취할 수 있게 된다. 균사가 버섯을 만들기 위해 뭉칠 때는 주변의 물을 흡수해 몸을 부풀린다. 이때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릴 정도로 폭발적인 힘을 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곰팡이는 빛, 온도, 습도, 영양분, 독성물질,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균사 정단은 균사체의 생장, 가지치기 등의 균사체가 해야 할 일의 대부분을 하는 곳이다. 균사체 네트워크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1990년대 중반,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올손은 전기적인 소통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내놨다. 올손은 여러 종류의 곰팡이가 먹이 공급원이나 네트워크 개체의 상태에 대한 정보나 주변의 다른 개체의 존재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전기신호를 통해 자신의 네트워크에 전달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비표준전산연구소 소장인 앤드류 아다마츠키는 2018년에 올슨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 느타리버섯 군체에 전극을 심어 자연발생적인 전기활성의 파동을 감지하는 실험을 한 아다마츠키는 균사체 네트워크가 전기 활성의 스파이크로 암호화된 정보를 계산하는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올손과 아다마츠키의 실험은 균사체가 전기적으로 예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전기 임펄스가 자극과 반응을 이어준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균사체가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서로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파악하는 지에 대한 것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균사체가 복잡하고 치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균사체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리모델링하는 유연한 네트워크다.

 

<낯선 자의 친밀한 : 함께 뒤엉켜 진화한 미생물>

지의류는 지구 생명체의 한계를 이해하는 데 이상적인 유기체다. 지구 표면적의 8퍼센트를 덮고 있는 지의류는 바위, 나무, 지붕, 울타리, 절벽 심지어 사막에서도 존재한다. 가장 강한 종인 키르키나리아 기로사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노출시키는 실험에서도 살아남았다. 화산 온천, 초고온 열수분출공, 남극 대륙 얼음의 지하 1킬로미터의 극한 상황에서도 살고 있어 지의류는 다중극한생물로 불린다. 식물학자 시몬 슈벤테너는 지의류 2생명체가설을 주장한다. 지의류가 하나의 유기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유기체, 즉 곰팡이와 조류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도 곰팡이와 식물의 공생설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인물인 프랑크1885년에 식물이 토양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을 곰팡이가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광합성 능력이 없는 곰팡이는 조류 또는 광합성 박테리아와의 공생으로 광합성 능력을 획득하고, 그 대가로 질긴 보호 조직을 뚫거나 바위를 소화시키는 능력으로 조류와 광합성 박테리아의 생존을 돕는다. 2016년 지의류학자 토비 스프리빌은 2생명체가설을 뒤집는 연구 발표를 내놓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지의류에 곰팡이와 조류 외에 다른 유기체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존재의 유기체와 공존하고 있는 지의류를 활용해 인간은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다. 지의류가 생산하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약품(항생제)과 향수(참나무 이끼)를 만들었고, 염료로도 활용(트위드, 타탄, 리트머스 시험지)한다. 음식으로 조리해 먹기도 하고, 혼합 향신료 가람 마살라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페니실린을 만든 푸른곰팡이는 진화 과정 초기 단계에서 지의류로 살다가 곰팡이가 된 것이다.

 

<균사의 마음 : 곰팡이가 우리의 마음을 조종한다면>

좀비곰팡이는 숙주의 몸속으로 들어가 숙주를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종한다. 대표적인 좀비곰팡이 오피오코르디셉스는 목수개미를 감염시킨 후 둥지를 떠나 식물을 물고 버티게 해서 자신의 포자를 퍼트린다. 향정신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곰팡이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로시빈 버섯, 광대버섯 등의 향정신성 버섯을 복용한 사람들은 환각 증상에 빠진다. 고대에는 주로 샤먼과 황제들이 의식을 행할 때 복용하곤 했다. 이러한 버섯은 인간을 오피오코르디셉스에 감염된 목수개미와 비슷한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곰팡이가 숙주를 조정할 때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는 생화학적 다이얼을 여러 방법으로 조작하거나, 곤충의 방어 반응을 무력화하는 면역억제제를 이용한다. 곰팡이는 개미, 파리, 매미 등의 곤충의 몸에 기생해 곤충을 마음대로 조정해 자신의 포자를 퍼트리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유전자는 유기체의 몸을 만드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 명령도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유전된 행동일지라도 한 유기체의 외향적 표현은 세상을 향해 확장된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개념에 세 가지 중요한 기준을 정한다. 첫째, 확장된 기질이 유전되어야 한다. 둘째, 확장된 기질은 세대마다 달라야(변형되어야) 한다. 셋째, 변형은 유기체의 적응도라는 성질로 알려진 생존 능력과 번식 능력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기준을 목수 개미를 감염시킨 오피오코르디셉스는 모두 포함하고 있다. 좀비 곰팡이는 도킨스의 확장형 표현형의 기준에 맞도록 자신을 계속해서 진화시켜 나간다.

 

현대의학자들은 환각증상을 일으키는 실로시빈 버섯을 연구해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한다. 오피오코르디셉스와 달리 실로시빈은 숙주의 몸을 빌리지 않고 생식 행위나 번식 없이 다른 유기체로 이동하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로 유전자를 원래의 형태로 유지한다. 실로시빈을 통해 영적 체험을 한 하버드대학교 학자 티머시 리어리는 하버드 실로시빈 프로젝트를 만들어 문화적 혁신과 영적 계몽이 환각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비전을 알리려 했지만, 그의 이러한 운동의 결과 LSD와 실로시빈은 불법화되었다. 그로 인해 이에 대한 모든 연구는 중단된다. 한동안 실로시빈 버섯을 집에서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실로시빈 버섯을 사고 팔게 되었고, 이는 바로 불법화 되었다. 하지만 요즈음에도 물만 타면 되는 키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실로시빈 버섯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인간들은 실로시빈으로 인한 환각을 체험하기 위해 이 버섯을 재배한다. 이것은 현대에 실로시빈이 번식을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뿌리가 생기기 전 : 식물보다 앞서 길을 낸 개척자>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나기 시작하던 때 극한의 환경에서 곰팡이와 조류는 생존을 위해 공생 관계를 맺는다. 이렇게 형성된 균근관계는 90퍼센트 이상 식물종의 생존에 관여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빨아들이고, 에너지가 풍부한 탄소화합물을 만들어낸다. 균근은 식물의 뿌리에서 에너지원을 얻는다. 곰팡이는 땅 속에서 물과 미네랄을 찾아내어 식물의 영양분 섭취를 돕는다. 지구상에 균근 곰팡이가 등장한 것은 5억년이 넘었다고 한다. 균근 균사는 매년 죽고 다시 10~60배가 다시 자란다. 식물은 땅 위에서 빛과 이산화탄소를 당과 지질의 형태로 저장하고, 균근 곰팡이는 땅 속에서 돌과 부패물질 속에서 영양분을 흡수한다. 3~4억년 전 데본기에 식물과 연합한 균근의 활약으로 식물의 생장이 빨라진다. 그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내려간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연구 결과 식물과 균근의 공생 효율(어떤 식물은 균근 관계에서 더 큰 이득을 얻지만, 어떤 식물은 그보다 못한 이득을 얻는다. 이런 특성이 공생효율이다.-227페이지)을 높이거나 내리는 것만으로도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식물과 곰팡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이들의 정보는 균사 정단을 통해 여러 개체의 식물들에게 전달된다. 식물은 더 많은 인을 공급하는 곰팡이에게 많은 양의 탄소를 나눠준다. 곰팡이는 인을 식물에게 나눠줄 때 더 많은 탄소를 공급하는 식물을 선택한다. 20세기를 지나면서 농업은 산업화되었고, 땅 속 세상을 파괴한다. 토양미생물을 죽이는 농법으로 인해 토양은 오염되기 시작한다. 화학비료와 살균제가 뿌려진 토양에는 더 이상 곰팡이가 생존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식물과 균근 네트워크 연결이 끊어진다. 황폐해진 환경을 되돌리고 식물과 균근 네트워크를 다시 연결하기 위해 균근 곰팡이를 이용한 농법과 산림 관리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드와이드웹 : 땅속에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식물>

영국의 학자 데이비드 리드와 캐나다의 수잰 시머드에 의해 식물은 땅 속에서 탄소량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것은 우드와이드웹 wood wide web’이라고 명명된다. 우드와이드웹의 근거가 되는 식물인 수정란풀과 보이리아처럼 햇빛으로부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받아 생존하는 식물은 식물종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한다. 곰팡이는 살아 있는 나무들을 서로 연결해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나무에 대한 정보도 전달해서 썩은 나무를 분해한다. 균근 네트워크가 항상 식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식물이 독성 방해물질을 주위로 전파할 때 균근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위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죽일 수 도 있다. 균근 네트워크는 식물을 공격하는 곤충을 퇴치하기 위해 휘발성 화합물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균근 네트워크는 다른 네트워크와 융합하거나 자기 네트워크의 일부를 차단하기도 하면서 계속 움직인다.

 

<풀뿌리 균학 : 세상을 구하는 곰팡이>

2009년 균학자 데이비드 혹스워스는 균학을 관심 받지 못한 메가 사이언스라 말한다. 곰팡이에 대한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혹스워스는 아마추어 균학자들에게 재량권을 주기 위해 필요한 자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피터 맥코이는 풀뿌리 균학이라는 조직의 설립자다. 풀뿌리 균학은 미치광이 버섯 재배에서 시작된 DIY 균학 운동의 일부다. 맥코이는 온라인 균 학교, 마이코로고스를 설립해 인간이 만든 쓰레기를 재활용해 버섯을 키우는 활동을 한다. 곰팡이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곰팡이는 환경을 복원하는 데 최고의 능력을 지닌 유기체다. 곰팡이의 이러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균류를 이용한 환경정화는 시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한다. 오염물질에 맞는 균류를 찾는 것도 어렵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곰팡이를 이용한 독성물질 제거 프로젝트는 아직은 연구 단계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곰팡이를 기르는 유기체는 인간 이외에도 또 있다. 아프리카 흰개미 마크로테르메스는 나무를 씹어 만든 나무죽을 테르미토미세스라는 백색부후균으로 분해해 그 뒤에 남은 퇴비를 먹는다.

미국의 에코베이티브 디자인 회사는 균사체를 이용해 벽돌, 판자, 음향 제어 타일, 가죽 등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쓰임을 다한 후 그대로 썩어서 없어지거나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에코에이티브는 균사체로 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특허를 내고, 균사체 소재를 활용해 생활용품에서부터 군사용 천막까지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에코에이티브 이외에도 여러 기관과 회사에서 균사체 소재를 활용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풀뿌리 균학, 에코에이티브 등은 곰팡이를 활용해 더 나은 지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인다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곰팡이를 이해한다면 : 술을 빚는 효모의 신비>

5000년 전 고대 수메르인들은 효모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었다. 술은 인류와 함께 오랜 세월 함께 했다. 과일에서 술을, 곡물에서 맥주를, 꿀에서 꿀술을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은 효모다. 술은 축제의식과 정치적 술수에 동원되거나,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급되기도 했다. 술의 취기는 인간의 감각을 무력화하고, 야수성을 드러낸다. 효모는 빵과 술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오늘날은 인슐린에서 백신에 이르기까지 약물을 생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현대에는 대량으로 생산된 옥수수와 사탕수수에서 효모를 발효시켜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목초지 파괴, 엄청난 양의 탄소 배출, 하천으로 흘러들어간 비료로 인한 수질오염이 발생했다. 효모는 인간에게 이롭기도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창조자는 만들고 분해자는 분해한다. 분해자가 분해하지 않으면, 창조자가 창조할 재료도 없다.’(377페이지)

 

작은 것들인 곰팡이는 전 세계 어디서든 존재한다. 식물이 곰팡이와 공생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곰팡이의 모든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곰팡이의 종류와 곰팡이를 연구하는 학자와 이론, 식물과 곰팡이 균사체의 관계, 인간과 균사체의 관계, 균사체를 활용해 만든 균사체 소재 등 곰팡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부터 거대 식물이 존재하던 시대와 현대까지의 식물과 곰팡이의 네트워크,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신화와 설화 등 생물학, 그 중에서도 균학을 설명한다. 책 속에는 역사, 인류학, 지구학, 신학, 신화학, 과학, 건축학, 신소재 등등의 모든 학문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 작가 셸드레이크는 공생적 상호 관계는 종의 경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학문적 연구 분야에서 균근 곰팡이를 연구할 때 미생물학자와 세균학자, 그리고 식물학자 사이의 학술적 공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파나마에서 시작된 셸드레이크의 연구도 다양한 학자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곰팡이와 식물이 서로를 도우면서 공생했던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공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더 많은 분야의 더 깊이 있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는 균학에 관심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버섯을 재배하거나 효모로 술을 담그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 버섯의 생태가 궁금한 분들, 식물에 관심이 많은 분들, 공유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은 분들, 나와 같이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가 궁금한 분들,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버섯은 수많은 균사체로 이루어진 하나의 소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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