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에 실린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영화 원작 소설이라는 내용의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365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블란카 라핀스카가 쓴 작품으로 <<365>>, <<오늘>>, <<또 다른 365>>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다. ‘365, 1이라는 시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간이 주인공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깨어난 마시모는 그 후 5년 동안 한 여자의 꿈을 계속 꾸고 있다. 꿈속의 여자를 그리워하던 중 공항에서 여자를 보게 된다. 여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안 순간 마시모는 소유욕에 사로잡혀 라우라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라우라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자친구 마르틴과 함께 여행 중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존감을 높였던 그녀는 현재 자심감이 떨어진 상태다. 라우라의 남자친구 마르틴은 일과 친구, 취미활동에 몰입한다. 노트북을 항상 옆에 두고 일을 하는 마르틴으로 인해 라우라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자신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친구에게 화를 낸 라우라는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온다. 검은 색 차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라우라의 기억은 끊기고 깨어났을 때는 낯선 방이었다.

납치된 사실을 알고 난 후 화를 내면서 집으로 보내달라는 라우라에게 마시모는 365일 동안 자신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다. 365일이 지난 후에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보내준다는 것을 통보한다. 거부하는 라우라에게 마시모는 라우라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통보를 받아들이라 강요한다. 납치 된 상황에서 화를 내는 라우라는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껴 혼란을 겪는다. 그를 향해 움직이는 마음을 거부하면서도 그와 보내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그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마시모를 사랑하게 된 라우라는 1년이 지난 후 자신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지만 답을 찾지 못한다. 강압으로 시작한 마시모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상황이 위험하게 돌아가자 마시모는 라우라의 안전을 위해 그녀를 고향으로 보낸다. 지내는 동안 마시모의 소식을 알 수 없어 불안했던 라우라 앞에 마시모가 나타난다. 처음 이탈리아에서 마시모를 만났을 때의 라우라의 마음과 폴란드에서 마시모를 다시 만난 라우라의 마음은 달라졌다. 무엇이 라우라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라우라는 마시모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결혼에 대해 계속되는 불안감에 힘들어하지만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마시모의 곁에 남기로 결정한다. 그러던 중 라우라가 위험에 빠지고 마시모는 라우라를 떠나 보내려 한다.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 <<365>>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 영화에서도 <<365>>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어 그 다음 시리즈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다음 시리즈 책을 읽어야 한다.

 

마시모는 환상 속에서 만난 라우라와 사랑에 빠졌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라우라를 보는 순간 그의 방식으로 납치해 함께 할 것을 강요한다. 그것이 그의 사랑법이었다. 죽음의 순간 환상처럼 본 여인을 그리워하다 현실에서 만나 납치까지 한 남자의 행위는 범죄행위다. 과연 어디까지 로맨스로 인정해주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남자가 한 행동은 로맨스가 아닌 폭력이다. 본인의 의사는 무시된 채 남자친구까지 있는 여자를 납치한다는 걸 로맨스로 미화하고 싶지 않다. 독립적인 자신으로 존재하고 존중 받는 사랑을 원하는 라우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마시모의 행동에 라우라는 마음을 굳게 닫고 반항한다. 라우라와 함께 하면서 마시모는 라우라를 존중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일방적일 때 폭력일 수 있다.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일평생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사랑 표현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면 잘못된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서로가 완벽하게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대를 만났다면 그 사람은 최고의 행운아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65은 장면과 장소를 묘사한 내용을 읽고 있으면 그 장면과 장소를 상상해 낼 수 있게 쓰였다. 여러 감정을 표현할 때도 그 순간의 감정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다. ‘블란카 리핀스카의 필력과 더불어 번역가의 번역은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큰 힘이다.

 

발췌글

7

마시모,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는 있나?”(첫 문장)

 

16~17

정말로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이름이 있고, 살아온 과거가 있는 여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도 있는 여자.

 

70

산들바람이 8월의 더운 밤을 가르며 불어왔다. 바다 내음을 실은 바람결에 창문 커튼이 펄럭였다. 저택은 어둡고 고요했다. 이곳은 낮에 어떤 모습일까.

 

76

난 잃을 게 없었다.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다. 아 남자와 365일 동안 싸워서 결국 지고 말든지, 아니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한 다음 참여하든지.

 

87

이 남자는 정말이지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였다. 온화한 야만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표현이 딱 맞는다. 위험하고, 거침없고, 반항을 용납하지 않지만 동시에 너무나 자상하고 섬세한 남자. 이 모든 점이 혼합된 이 남자는 무섭지만 매혹적이었고, 그래서 자꾸만 알고 싶어졌다.

 

110

분명 이제껏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배려해본 적도 없겠지. 상대의 마음을 고려하거나 감정이 무르익을 때까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적도 없었을 테고. 그런 남자가, 지금 내 마음이 자기 마음과 같아지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

 

241

사랑해. 나도 어쩔 수 없어. 네가 여기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널 사랑해왔어. 네 꿈을 꾸면서.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어.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모든 게 현실이 되었어.”

 

336

그는 완벽하게 아름다웠고, 스스로도 그 점을 잘 알았다.

 

435

넌 황금 새장 안에 사는 거야. 아무리 황금이라도 새장은 새장이지.”

 

435

제아무리 과거를 돌리고 싶대도 현재는 바뀌지 않아. 타임머신이라도 발명한다면 모를까!”

 

436

내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달라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않은가. 난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