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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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나의 정원이다’(4페이지, 지은이의 말)

 

방구석 인문학 여행은 작가가 10년 동안 주말마다 국내 구석구석 돌아다닌 이야기를 쓴 책이다. 여행은 작가의 인생을 바꿨다. 내적으로는 인생관을 바꾸고 외적으로는 이직을 하게 했다. 무엇이 작가를 여행의 세계로 빠지게 했을지 궁금하다. 4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서른 한 곳의 여행 이야기를 적고 있다. 모든 곳을 이야기할 수 없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곳을 찾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을 주제로 한다를 테마로 한 1장은 전주 한옥마을,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공주 공산성, 영주 소수서원, 부여 궁남지, 담양 소쇄원, 문경 문경새재, 제천 베론 성지를 여행한 이야기다.

동서남북 30리 안의 사람은 모조리 죽여라. 1457년 가을, 영남의 큰 도시 하나가 피비린내 속에서 하룻밤 새 증발되고 말았다. 관군의 눈에 띈 사람은 양반이든 노비든 닥치는 대로 살육되었고 도시 전체는 불길에 휩싸였다. 죽은 사람의 수가 얼마인지 셀 수조차 없었다. 시신을 갖다 버린 죽계천은 삽시간에 피바다로 변해 무려 7Km를 지나 하류에 가서야 피가 멎었다. 하류의 마을은 그때부터 피끝마을로 불렸다.’(38페이지, 영주 소수서원 첫 문단)

영주 소수서원은 조선 최초의 사립학교이다. 역사를 배울 때 서원은 가장 먼저 백운동서원에 대해서 공부했다. 백운동서원이 나라의 사액을 받은 후 소수서원이 된 것이다. 소수서원이 들어선 영주의 역사는 핏빛으로 시작한다. 순흥도호부는 단종 복위 운동을 벌이다 발각되어 역모죄로 마을이 파괴되고 사람들은 죽임을 당한다. 거사의 본거지 숙수사는 당간지주만 남겨진 채 불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서원이 들어선다. 조선 최초의 민간 서원 백운동 서원은 명종 때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받고 사액서원이 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공인 사학이 된다. 소수서원이 만들어지기 전 역사적인 사건을 이야기하고, 소수서원을 매표소부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책에서 소개한 소수서원의 동선을 간단히 적어봤다.

소수서원 매표소-소나무숲-보물 59호 영주 숙수사지 당간지주-죽계천-취한대-경자바위-경렴정-성생단-소수서원 출입문 지도문-보물 제 1403호 강학당-문성공묘-보물 제 1402호 사당-직방재와 일신재-장서각-정료대-영정각-일영대(해시계)-학구재와 지락재

남민 작가가 소개한 순서대로 소수서원을 탐방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1장은 소수서원 외에도 역사와 관련된 유적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곳에 가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를 테마로 한 2장은 영주 무섬마을, 광양 매화마을, 제천 옥순봉, 봉화 계서당, 영월 낙화암, 공주 무령왕릉·송산리 고분군, 영월 청령포·관풍헌, 에천 삼강 주막을 여행한다.

봉화 계서당과 영월 낙화암은 <춘향전>이야기와 관련이 된 여행지이기 때문에 나의 흥미를 끌었던 여행지다.

동이 안의 맛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소반 위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요/촛물 떨어질 때에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성 높도다’(105~106,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지은 시)

<춘향전>에 등장하는 걸인의 시는 <춘향전>이 나오기 100년 전에 이몽룡의 실존 인물인 성이성이 한시로 지은 것이라 한다. 봉화 계서당은 성이성의 고택이다. <춘향전>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성이성과 그의 생가 계서당이 더 궁금해진다. 영월판 <춘향전>, 관기 경춘과 영월 부사의 아들 이수학의 사랑이야기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이야기와 비슷하다. 결말이 경춘의 죽음으로 끝나서 안타깝다. 영월 낙화암에는 경춘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영월의 낙화암은 단종 유배길에 몰래 따라왔다 단종 승하 후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90명의 궁녀와 관리인, 종인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두 이야기 모두 처음 알게 된 내용이다. 여행을 가서 어떤 장소를 방문할 때 그 곳의 역사와 전설 등의 이야기를 알고 방문한다면 그곳이 눈에 들어올 것이고, 마음으로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벗을 삼아 거닐다를 테마로 하는 3장에는 고창 청보리밭, 예천 회룡포, 해남 땅끝마을, 순천 순천만, 단양 도담삼봉, 담양 죽녹원, 합천 황매산, 단양 사인암의 여행을 적었다.

남민 작가는 여행지를 소개할 때 여러 편의 시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2장 제천 옥순봉과 3장 단양 도담삼봉에는 퇴계 이황의 시가 실려 있다. 퇴계 이황의 시를 소개하면서 단양 팔경 중 한 곳을 여행한다면 그 장소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181페이지, 퇴계이황이 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지은 시,<단양 도담삼봉 편에 실린 시>)

남편봉을 사이에 둔 처봉과 첩봉으로 우뚝 솟은 단양 도담삼봉은 선비들이 남편봉의 정자에 앉아 풍류를 즐기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린 곳이다.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은 도담삼봉의 경치에 매혹되어 시를 짓는다. 이외에도 도담삼봉을 노래한 시는 무수히 많다고 한다.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 최북, 이방운 등의 화백들은 도담삼봉을 화폭에 남기기도 했다. 많은 문인과 화백들의 마음을 빼앗은 빼어난 절경의 도담삼봉도 눈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3장의 여행지를 읽으면 바람이 떠오른다. 바람을 느끼고 바람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람 부는 날 고창 청보리 밭의 은빛 파도를 바라보고 순천만의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갈대 스치는 소리를 듣고, 담양 죽녹원의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스치는 소리를 들으면 온 마음의 시름이 싹 사라질 것 같다. 그곳이 무릉도원이다.

 

따뜻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곳을 테마로 한 4장은 남해 독일마을, 구례 산수유 마을, 부안 채석장·적벽강, 봉화 만산고택, 남원 광한루원, 괴산 산막이옛길, 여수 오동도를 여행한 이야기이다. 4장의 여행지 중 꽃이 중심이 되는 두 곳을 적어 보려한다. 노란빛 산수유의 마을 구례 산동면과 동백꽃의 섬 오동도를 적어보려 한다.

구례 산동면은 중국 산동에서 시집온 처녀가 시집오면서 가지고 온 한 그루의 산수유나무를 심어 지금의 산수유마을이 되었다 한다. 봄이면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인다. 산수유나무는 봄이면 노란 꽃으로, 가을이면 빨간 열매로 사람을 불러 모은다. ‘영원불멸의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중국에서 시집 온 처녀와 산골 총각의 사랑도 영원불멸의 사랑이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사랑의 결실로 산수유나무는 군락을 이루고 사람을 즐겁게 하고 사람을 먹여 살리는 나무가 되었다. 마을의 이력을 알게 되니 이 마을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여행을 떠난다면 꼭 들러보고 싶은 마을이다.

여수 오동도를 대표하는 꽃은 동백꽃이다. 남편을 기다리다 집에 들어온 도둑에게 쫓겨 도망치다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은 아내의 혼이 환생한 꽃, 동백꽃의 꽃말은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이다. 남편을 사랑한 아내의 마음이 꽃으로 피어났나보다. 동백꽃은 나무에서 한 번, 땅에 떨어져서 한 번, 그리고 여인의 마음속에서 한 번 이렇게 세 번 피어난다 해서 여심화라 부른다. 붉은 동백꽃은 꽃송이 전체가 뚝 떨어져 땅에 떨어져서도 한참을 시들지 않고 피어있다. 여수의 동백섬 이야기를 읽다보니 꽃피는~동백섬에~봄이~왔건만~”이라는 대중가요의 가사가 떠오른다. 하트 모양의 섬 오동도, 사랑나무 비목이 자리한 섬은 지금도 동백꽃을 피우면서 사랑을 노래하고 있나보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방구석 인문학 여행을 모두 읽었다.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떠나고 싶다. 쉽고 간결하게 쓰고 그림을 그리듯 묘사해준 작가의 필력 덕분에 글이 술술 읽혔고, 마치 여행지를 함께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들고 책 속에 소개된 여행지를 한 곳 한 곳 남민 작가의 소개를 따라가면서 그 느낌을 함께 느끼고 싶다. 읽는 동안 역사, 문학(), 전설, 설화, 민담, 실화를 같이 배울 수 있어 더 즐겁게 책을 읽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자유롭지 않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여행지를 탐방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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