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종말 - 과학으로 보는 지구 대재앙
밥 버먼 지음, 엄성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 지구는 큰 충격과 변화가 따르는 대격변의 시기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온 세계가 겁에 질려 있다. 서로를 경계하고 배척하는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격변 또는 천재지변의 반의어는 안전한 일상’(19페이지)일 것이라는 말처럼 전염병이라는 대격변 속에서 우리는 안전한 일상을 잃었고, ‘안전한 일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스크 없는 일상을 꿈꾸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대격변들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로 인해 지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더불어 이런 대격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을 때 두께에 그 다음엔 내용에 주춤했었다. 우주과학은 내용이 쉽게 이해되는 분야는 아니다. 코스모스도 이해되는 내용과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내용들이 섞여 있어 읽는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해되는 건 이해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건 이해되지 않는 상태로 완독을 목표로 읽었다. 읽고 난 후 기억나는 내용도 있고 금방 잊어버린 내용들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과학 이론서를 읽는 것이 미세하지만 조금은 더 수월해졌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도 코스모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렵지만 재미있고, 계속 읽게 되는 책이다.

 

 1부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대격변들의 이야기이다. 미국의 천문학자의 발견으로 빅뱅의 개념이 생겨났다. 우주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빅뱅 이후 우주에 별들이 생겨난다. 어느 날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나기 직전 화성 크기 테이아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지구의 지각은 파괴되고 지구핵인 맨틀은 산산조각 난다. 테이아 행성와 지구의 잔해가 지구 중심에 모여 핵을 형성하고, 날아간 조각들이 모여 달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지구 최초의 대격변이다.

 대격변 중 하나는 초신성이다. 초신성 폭발은 태양계 전체와 모든 행성의 생명체들을 파괴할 수 있고, 감마선은 다른 행성들에 사는 생명체까지 파괴할 수 있다. 지구에서 30억 광년 내 거리에서 폭발하게 되면(통계학적으로 24,000만 년 마다 발생), 지구의 표면과 대기 안에서는 대멸종이 일어나거나, 최소한 돌연변이와 진화론적 변화와 국소 종양들이 폭증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계 밀키웨이에서 초신성 폭발은 8차례 알려졌다. 그 중 네 번의 초신성은 1006년과 1054, 1572년과 1604년에 나타났고, 그 이후로 초신성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변압기 문제 발생으로 인한 정전 발생, 우주 망원경과 인공위성에 이상 보고’, 지구와 우주에서 동시에 이상이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은 태양폭풍이다. 태양 폭풍은 극자외선과 X선 같은 고에너지 전자기 파동을 만들어 광속으로 지구에 도달해서 지구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 폭풍도 대격변의 원인이 된다.(‘코로나가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을 가리킨다는 걸 알았다.)

 질량이 거의 없고 광속으로 움직이는 중성미립자는 태양 중심부에서 방출되어 지구에 도착해서 우리 몸을 통과한다. 우주에서 초신성이 폭발하고, 은하와 은하가 충돌하거나 태양 폭풍이 불어도 우리와 상관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우주에서 방출되어 지구에 도착하는 중성미립자와 감마선, 강력한 에너지 때문이다. 우주는 텅 빈 것 같지만 통제하기 힘든 수많은 빛과 에너지들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대격변이 올 수도 있다. 밥 버먼은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팽창하던 우주가 어느 순간 수축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로 인해 모든 물질이 뭉쳐져 블랙홀이 되고 모든 생명체는 멸종할 것이라 한다.

 

 2부는 자연과 인간에 의한 지구의 대격변 이야기이다.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에 걸쳐 생명체 절반이 멸종했다. 대기 중에 메탄이 풍부했던 시기의 지구에 산소가 풍부해지면서 산소가 필요하지 않았던 생물들이 대멸종을 맞이하고, 산소로 호흡하는 생물이 탄생한다. 지구의 생물학적 대멸종은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 대멸종, 데본기 말기 대멸종,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대멸종, 백악기 대멸종으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대멸종의 원인으로는 소행성 충돌, 화산 폭발, 적조 현상으로 인한 미생물의 과다 증식, 판게아 이동설 등 과학자들은 다양한 가설을 이야기한다.

전염병과 전쟁 그리고 핵문제는 인간 문명 발달로 인한 대격변이고, 인간이 만든 재앙이다. 14세기에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 불리는 일이 일어난다. 며칠 만에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 간 무서운 재앙의 이름은 흑사병이다. 1346년 처음 발병한 뒤 7년 동안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이후 3세기 동안 반복하면서 재발했다.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60퍼센트가 사망했다. 흑사병은 중국과 북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로 전파된다. 20세기에 세계 대전 이후 스페인 독감(스페인에서 처음 시작하지 않고, 스페인 언론에서 팬데믹의 위험성을 보도했기 때문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지어짐)이 세계를 강타한다. 1917년 가을에 시작해 1919년에 종식될 때까지 5억 명을 감염시켰고, 5,0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21세기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다. 무역 확대로 흑사병이 전 세계로 전파된 것처럼 세계화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자유로운 현대에도 전염병은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은 전 세계를 무대로 벌어진 전쟁으로, 3,7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잔혹한 전쟁은 가장 큰 대격변을 가져왔고 사람들의 목숨과 삶을 완전히 바꿔 놨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의 핵발전소 사고도 인간에 의한 대재앙이다.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진다면 세계는 불로 망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 파키스탄, 인도, 북한, 이란 등 여러 나라들이 핵무기를 만들어 보유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은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이다.

 

 3부는 미래에 일어날 대격변들을 이야기한다. 초신성, 태양 폭풍, 은하의 충돌, 소행성의 충돌, 화산 폭발, 전염병, 전쟁, 핵 등등은 대격변의 원인이 되는 재앙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난 이 모든 것보다 가장 큰 재앙은 불안감과 공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될 때나,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 가까이 올 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 하면서 공포에 사로잡힌다. 밥 버먼의 말처럼 언젠가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태양이 소멸할 때가 온다면 지구의 생명체가 대멸종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일은 몇 억년 뒤의 일이다. 우주와 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면서 생성과 소멸, 또 다른 생성을 반복하고 있다. 대격변 속에서 생명은 태어나고 멸종하고, 다시 또 태어난다. 대멸종이라는 말은 수많은 생명의 소멸을 의미하는 무서운 말이지만 또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인간의 역사를 넘어 지구와 우주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 될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의 종말은 종말을 얘기하지만 결국 밥 버먼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종말이 아닌 삶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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