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 이야기
안인희 지음, 신균이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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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신화는 어벤져스에 나오는 천둥 신 토르와 로키 그리고 반지의 제왕 절대 반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망치를 들고 다니는 잘생긴 토르와 절대 반지를 악의 무리에게서 지키려는 반지 원정대, 이 두 모습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뇌리에 박혀 북유럽 신화에 대해 호기심도 생기지만 그 이미지에 갇혀 상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단하게 굳어버린 상상력이 다시 깨워나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는 북유럽 신화 속 많은 이야기 중 반지이야기를 선택했다. 반지이야기의 출전은 북유럽 신화의 가장 중요한 출전 문서 <에다>, 북유럽 최고신 오딘의 후손 이야기 <뵐중 전설>, 중세 도이치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이다. 반지이야기 속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더 등장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야기이다.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의 반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에다><뵐중 전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1부 라인의 황금, 2부 발퀴레, 3부 지그프리트, 4부 신들의 황혼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화 속 내용과 바그너가 각색한 내용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다. 가끔 이름과 관계가 달라진 부분을 읽을 때 헷갈려 다시 확인하면서 읽어야 하는 점은 불편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그림 형제가 수집해서 펴낸 동화집 <어린이와 가정 동화>에 수록된 50번째 동화 <가시장미 공주>를 토대로 한 동화이다.(140페이지) 그림형제는 이 동화에 헤센의 수집, 가시넝쿨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 안에서 잠자는 공주, 그러다 자격을 갖춘 왕자가 나타나면 가시넝쿨이 열려 그가 안으로 들어와 구원하는 저 잠자는 공주는 옛날 북유럽 전설에 나오는 잠자는 브륀힐데이다. 그녀는 불꽃 성벽에 둘러싸였는데 오로지 지구르트 만이 그 성벽을 뚫고 들어와 그녀를 깨울 수 있다. 공주가 찔려서 잠에 빠지는 물레바늘은 오딘 신이 브륀힐데를 찌른 잠-가시다.”(141)라는 주석을 적어놓았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에 주인공들만큼 중요한 보물이 등장한다. 절대 반지와 오딘의 칼이다.

 첫 번째 보물은 반지. 오딘과 로키의 실수로 수달을 죽이고 그를 보상하기 위해 난쟁이 안드바리의 보물을 빼앗는다. 마지막 남은 반지마저 빼앗긴 안드바리는 반지에 저주를 건다. 그 반지를 가지고 있는 이는 다 죽을 것이라고.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농부의 아들은 아버지를 죽인다. 보물을 차지한 거인 파프너는 용이 되어 보물을 지키다 지구르트에 의해 죽는다. 난쟁이 동생 레긴은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지구르트를 이용하지만, 결국 레긴의 속셈을 알게 된 지구르트에게 죽임을 당한다. 지구르트는 반지를 브륀힐데에게 준다. 기우키 왕국의 여왕의 계략으로 망각의 약을 먹은 지구르트는 브륀힐데를 기억하지 못하고, 군나르 왕자와의 혼약을 거부하는 브륀힐데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는다. 지구르트와 군나르가 모습을 바꿔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브륀힐데는 분노하고 지구르트를 죽이도록 군나르를 부추긴다. 지구르트는 죽고 장례식에 브륀힐데는 지구르트 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반지와 얽힌 모든 이들은 안드바리의 저주처럼 모두 죽었다. 반지의 저주는 지구르트와 브륀힐데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두 번째 보물은 오딘의 칼이다. 에다에서는 그람이라 불리고 바그너는 노퉁이라 이름 짓는다. 오딘의 직계 후손 벨중의 딸 지그니의 결혼식에 외눈박이 노인이 나타나 나무 깊숙이 칼을 박아 넣는다. 노인은 누구든 이 칼을 여기서 뽑는 자는 그것을 내게서 선물로 받은 것이다. 누구라도 이보다 더 나은 칼을 손에 쥐어보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떠난다. 결혼식장에 있던 모든 남자들이 이 칼을 뽑기 위해 도전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벨중의 아들 지그문트가 칼 손잡이를 잡자마자 칼은 나무에서 빠진다. 칼을 갖고 싶었던 신랑 지크가이르 왕이 지그문트에게 칼 무게의 세 배의 황금을 줄 테니 칼을 팔라고 한다. 지그문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분노를 숨긴 채 지크가이르 왕은 신부 지그니와 함께 떠난다. 몇 년이 지난 후 지크가이르의 초대를 받은 뵐중 왕과 그의 10명의 아들은 지크가이르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지그문트만 살아남는다.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 지그니는 아버지에게 위험을 알리지만 뵐중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지그니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지그문트는 지크가이르 왕을 죽여 복수한다. 지그문트가 죽은 후 두 동강 난 칼을 효르디스가 간직하고 있다가 아들 지구르트에게 전한다. 지구르트는 난쟁이 레긴의 도움으로 오딘의 부러진 칼로 새 칼을 만들어 그 칼로 용 파프너를 죽이고 보물과 반지를 차지한다. 이 칼은 지구르트가 죽은 후 브륀힐데와 지구르트 사이에 함께 한다.


 반지와 칼로 인해 일어난 비극들을 보면서 신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났다. 반지의 저주는 오딘과 로키가 여행 중 하게 된 실수가 원인이었다. 난쟁이 안드바리에게서 강탈해오는 과정에서 저주가 걸린 반지를 농부에게 넘긴다. 넘긴 후에서야 로키는 그 반지에 저주가 걸렸다 말해주고 사라진다. 반지의 저주는 반지를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반지를 갖게 되면 놓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결국 죽게 된다. 칼의 경우에도 행복한 결혼식에 갑자기 나타나 나무에 칼을 꽂아놓고 뽑아보라 하고 오딘신은 떠난다. 칼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탐욕은 행복한 결혼식에 불행의 씨앗을 심는다. 칼의 주인은 칼을 갖게 되지만 그 이후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신들에게도 다 계획이 있었을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졌다. 신화일 뿐인데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구문트에게 너무 몰입했나 보다.


 ‘신화에서는 무의식 속에 깊이 숨겨놓은 금지된 욕망들이 마법의 힘을 빌어 그 노골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로인해 사회의 온갖 규율과 윤리, 통념 등을 깨뜨리며 극단적인 결말을 향해 내달린다.’(8페이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신화 속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회가 정한 규칙을 어길 때 어떻게 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신화의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신화의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에게 신화란 재미와 휴식을 주는 놀이터이다. 신화를 읽으면서 여러 문화의 신들과 이야기를 상상하는 시간에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신화란 최고의 놀이이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는 북유럽 신화 속 한 이야기를 짧게 수록해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신화의 재미를 느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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