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
김해경 지음 / 정은문고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근대공원.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여 낯익지만, 지금까지 그 역사에 대해 거의 탐구되지 않았던 대상. 일단 이 새로운 대상의 역사에 대해 글쓰기를 하였다는 개척자적이고 선구자적인 도전정신에 한 표를 던진다. 그리고 두번째는 당시 공식역사자료는 물론 신문기사와 지도와 설계도, 사적 기록, 사진 등을 모조리 뒤지는 그 엄격한 실증적 탐구정신에 다시 한 표를 던진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놀란 사실은 독립협회 규칙 제2조에 협회의 설립목적과 사업으로 독립문과 함께  독립공원의 건설이 명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니 독립신문의 발간이 명기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공원의 조성을 신문의 발간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겼단 말인가? 독립신문에 의하면, 독립공원은 '조선이 독립한 표식'으로서, 내외 국민의 차별없이 맑은 기운과 운동을 행할 수 있는 공간이자 인민의 위생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독립공원을 건설하려고 한 당대 개화파 지식인들이 공원에 투영하고자 한 시대정신과 엄청난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신문의 기록만으로는 그들이 왜 이렇게 독립공원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였을까 하는 의문은 책장을 덮으면서도 여전히 남는다.


한편, 앞서 본 이 책의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시종일관 몰입을 방해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 또한 술어는 있는데 주어가 불분명하다든지, 문장이 뭘 의미하는지 불확실하다든지, 일본식 한자를 번역없이 그대로 쓴다든지, 사진이나 도표의 잘못된 혹은 뒤바뀐 설명 등등. 저자가 잘못 썼다고 하더라도 출판사의 편집과 교정 과정에서 쉽게 걸러졌을 수 있을 듯한 오류들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또한 놀랍다. 


결국 내용적으로는 경의를 표할 정도로 대단히 성실하게 공들여 쓴 저작이면서도, 글쓰기라는 형식에서는 인문학 책중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본을 지키지 않은 불성실한 책인 듯하다. 혹시 개정판을 낸다면 이러한 오류들을 수정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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