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이 여성학자라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요즘 메갈이니 뭐니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too much 여성주의에 대한 반발심은 남성인 나로써는 어찌어찌 생기는거 같다. 뭐든 너무 심한건 안좋은거니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분노?나 사회적인 불평등에 대해서도 잘 찝어내주었다. 육아를 하면서 아내가 겪을 여러가지 힘든 상황들을 좀 더 면밀히 알 수 있다고 해야하나.
나는 최대한 육아일을 도와주는 일이 아닌 내일로 그러니깐 공평하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출산휴가중인 아내와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일에는 평등이란 있을 수 없다. 특히 직장에서 안 좋은일이라도 생기거나 고민거라도 생기면 오롯이 그게 전이가 된다. 티를 안낸다고 한들 눈치 빠른 아내는 금세 그걸 간파하고 나에게 육아 부담까지 주려고 하지 않는다.
육아는 어떻게 보면 달리기와 같다. 끝없이 달린다. 가끔은 종주를 끝내고 쉬는 텀이 있어야 하고 회복을 해서 다음 대회에 다시 출전을 해야 하지만 육아는 그렇지 못하다. 울트라 마라톤. 아니 그냥 계속 달리는 일이다. 가끔 도움을?주는 일이 그나마 잠시 물을 마시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다가 돌지 정말 미칠거야 라고 매번 아이를 돌볼 때마다 생각하면서 아내에게 미안해진다.
어찌됐건 책에서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줘서 머리를 정화?시켜주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분의 당차고 멋진 가치관과 아내의 생각이 잘 맞는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지막으로 이분의 현안에 대한 구절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아이를 손님으로 생각하면 아이의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사라진다. 손님은 철저히 독립된 인격체이다. 손님이 늦게 일어나거나 늦게 귀가하거나 혹은 회사에서 잘렸거나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다. 정해진 식사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상을 치워버리면 그만이지 억지로 먹이려거나 화를 내거나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마음에 정 먹이고 싶다면 손님에게 다시 차려줄 용의가 있으니 먹겠냐며 의사를 타진하면 된다. 나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그의 사생활에 간섭하면 안된다. 그의 인생은 그가 책임 질 일이다. 덧붙여, 아이를 손님으로 생각하면 아이와의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큰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큰 기대가 없으니 따라서 큰 실망도 없을 건 뻔하다. 손님의 성격이 내 맘에 쏙 들면야 좋겠지만 성격이 내 맘에 안든다고 답답할게 없다. 손님이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면 함께 기뻐하겠지만 그 반대라고 해서 내가 먼저 심란해하지 않아도 된다. 손님이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면 축하해 주면 되지만 취직이 실패했다고 내가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저 조용히 위로를 보내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면 그만이다. 대부분 손님에게는 큰 기대만이 아니라 작은 기대도 접게 된다. 혹시 손님이 기꺼이 집안일을 도와 주거나 작은 선물라도 준다면 주인으로선 감격할 일이다.
그리고 아이를 손님으로 생각하면 웬만한 일에 참을성이 커진다. 왜냐하면 영원히 우리 집에 머물 사람이 아니라 언젠가는 결국 떠날 사람이니깐. 손님히 혹시 짜증나게 구는 일이 있어도, 또는 무례하게 구는일이 있어도 얼마든지 참아 낼 수 있다.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해봤자 고쳐질 일이 아닌데 공연히 터뜨렸다간 나만 평판이 나빠진다. 그러니 참고 또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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