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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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서평-207] <에피쿠로스의 정원>: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1. 이 책의 구성

 

좋은 책은 그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사유를 만들어내고 자꾸만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은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록이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라는 책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나톨 프랑스가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와 에피쿠로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나톨 프랑스(1844~1924)

 

1873<황금시집>으로 문단에 데뷔해 1921년 소설 <펭귄의 섬>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나톨 프랑스는 모국 프랑스의 대 격변기를 겪은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다. 그가 사망하자 프랑스는 국장으로 경의를 표했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이후 제정, 황정복고, 공화국 체계를 겪었고, 신민제국으로서의 프랑스가 가장 팽창한 시기를 살았으며, 그의 활동 기간은 현대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정교분리의 원칙이 확립되어가는 시기와 맞물린다. 그는 또한 고대 그리스 로마의 고전이나 프랑스 문학과 철학사의 고전에 정통한 고전주의자요,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기도 했다.

 

아나톨 프랑스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건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상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드레퓌스 사건일 것이다. 당시 첩자로 몰리 드레퓌스를 옹호한 에밀 졸라가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하자 그의 장례식에서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에게 바치는 경의라는 글을 통해 이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 바로 아나톨 프랑스다. 나아가 그는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반복되는 구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운다. 이 책에서도 누구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 권리가 있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하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를 수호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2세기 전 볼테르의 신념에 기대어 당대 현실을 비판한다. 그가 비판한 것처럼 혁명가들이 기득권자가 되고, 그들이 새로운 혁명과 변화를 거부하며 후대의 요구에 혀를 차는 장본인이 되는 과정은 21세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는 그리스 철학을 대표하는 스토아학파와는 다른 견해로 아테네 도시 외곽의 정원 안에 학교를 설립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이 때문에 에피쿠로스학파를 정원(庭園)학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윤리로는 스토아(Stoa) 학파의 금욕주의 윤리와 에피쿠로스(Epicouros) 학파의 쾌락주의 윤리를 들 수 있다. 스토아 학파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감각이나 욕망 대신 금욕적 이성을 강조하였다. 여기서 이성은 인간의 본성일 뿐만 아니라, 신과 세계의 본성이기도 하다. , 이 우주에는 만물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이성이 있고, 인간 개개인의 본성에도 이러한 이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스토아 학파와 달리 인간의 이성보다는 감각적 경험을 더욱 중시하였다. 에피쿠로스가 에피쿠로스 학파를 세웠는데 그는 정신적 쾌락과 지속적인 마음의 평안을 추구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즐거운 삶을 원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를 쾌락으로 보았다. 인간의 욕구가 충족 될 때 참다운 쾌락을 누리는데 인간의 욕구를 완전히 누릴 수 없으므로 허황된 욕심에서 벗어나 불안이 없고 몸에 고통이 없는 상태인 아타락시아(ataraxia) , 평정심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진정한 쾌락은 순간적인 쾌락이 아니라 지속적인 쾌락이요, 육체적인 쾌락이 아니라 정신적 쾌락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현실적이고 경험적이었던 에피쿠로스 학파의 정신은 경험론과 공리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러한 사전 지식이 없이 이 책을 읽으면 대단히 어려운 책이다. 더구나 글 속에서 예시로 제시하고 있는 그림, ,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역자는 주식을 달아 설명하고 있지만 글의 흐름을 방해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해도 글을 읽다보면 아나톨 프랑스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답을 얻었을 때의 기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아나톨 프랑스의 깊은 사고와 성찰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명문장을 만날 수 있다. 다만 곳곳에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여성에 대한 편견과 비하적인 표현도 있다. 아나톨 프랑스가 살았던 시기에 지식인들이 가졌던 여성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여성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에 그러한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일화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곱씹어 보면서 생각해 볼 만 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아나톨 프랑스의 방대한 지식 앞에 겸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모든 위대한 사람은 다 책을 남겼다. 책이 가지고 있는 확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이야말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렇듯 명료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왜 프랑스 사람들이 아나톨 프랑스를 좋아하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게르하르트 아민토르라는 작가가 쓴 독일어로 된 짧은 책이 하나 있다. <삶의 책에 추가할 기록>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여성들의 일상 환경을 다루는데, 상당히 진실 되기에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일상의 고민거리로 인해 한 가정의 어머니는 본래 가지고 있던 생기와 활력을 잃고 뼛속까지 소진된다. ‘오늘은 무슨 음식을 하지라는 질문은 무한히 반복된다. 마룻바닥을 끊임없이 쓸어대는 일, 먼지를 털고 옷을 손질하는 모든 일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되어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그녀의 정신과 육체를 부식시킨다. 부엌 오븐 앞 일상이라는 마법으로 인해 수정과 같이 맑게 웃던 장밋빛 뺨의 자그마한 여성은 고통에 찬, 까맣게 타들어 가는 미라로 변해간다. 스튜가 끓는 연기가 자욱한 부엌이라는 제단에 그녀의 젊음, 자유, 아름다움과 기쁨은 제물이 되어 바쳐진다.” (pp. 42~43)

 

게하르트 아민토르다고베르트 폰 게르하르트’(1831~1910)의 필명이라고 한다. 그 시기의 여성이 처한 상황이 150여년이 지나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이 결혼을 하면 마주하게 되는 삶을 어쩌면 이토록 잘 묘사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오늘은 무엇을 먹지?’ 이 고민은 주부의 가장 중요한 걱정거리다. 여성에게 강요된 가사노동으로 정신과 육체를 부식시키고, 부엌이라는 제단에 여자들의 자유, 아름다움과 기쁨이 제물이 되어 바쳐진다.’는 표현은 정말로 탁월하다.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여성해방이 되는 날이 아닐까?

 

 

지구가 위대하건 사소하건 인간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우리가 사랑할 수 있고 가슴 아파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고통과 사랑, 이 둘이야말로 인간 세상의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이 샘솟는 한 쌍의 원천이다. 아파한다는 것, 이 얼마나 신비롭고 신성한가! 우리가 가진 모든 선함,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모든 것은 다 고통이다. 고통이 있기에 자비의 마음이 있고 용기가 존재하며 모든 미덕이 있을 수 있다. 지구는 우주라는 무한한 사막 속의 모래 한 알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직 지구에서만 고통이 존재한다면 온 우주를 통틀어 지구가 가장 위대하다. 고통 없이는 미덕도 천재성도 없기 때문이다. 고통을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천재성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천재성인가? (p. 47)

 

고통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나란히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더 빛날 수 있는 것이며, 고통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의지야 말로 바로 천재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할 수 있고, 가슴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인간이 위대한 이유가 된다.

 

4. 추천사

 

깊이 있는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빨리 읽히지는 않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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