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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ㅣ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평점 :
[서평]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짧은 생을 살다 간 일본 작가 단편집
1. 이 책의 구성
창작의 혼을 불태우며 짧은 생을 살다 간 여섯 명의 일본 작가 단편집이 출판되었다. 문학적 재능을 다 꽃피우기도 전에 지병과 자살로 삶을 마감한 작가들이어서 글을 읽고 나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는 히구치 이치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지이 모토지로, 나카지마 아쓰시,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의 단편 소설 두 편씩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역자가 작가 및 작품 소개에 대한 글을 따로 실어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여섯 명의 작가 중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이 ‘다자이 오사무’이다. 대학생 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고 참 괜찮은 작가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이 가장 친근하게 읽혔다.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층을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요소 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집의 특징은 역자가 잘 정리해 주고 있어서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가족을 둘러싼 갈등과 화해,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재와 등장 인물은 각기 다르지만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제일 먼저 <밀감>, <레몬>, <앵두>라는 과일 이름이 눈에 띌 것이다. 이 과일들의 따뜻한 빛깔과 상큼한 이미지는 어두운 삶을 밝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p. 263)
2.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과 느낌
이 책에 나와 있는 소설 중에는 100여년의 시간차가 나는 소설도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일본의 정서와 우리나라가 참 비슷하다는 생각, 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성도 잘 보여주는 소설들이었다.
‘문학 작품은 독자와 만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되는 열린 텍스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 작품을 만나면서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p. 262)’ ‘번역은 단순한 언어의 변환이 아니라 원작에 잠재된 문학 세계를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p. 264)’
이 문장은 역자 후기에서 번역가 ‘안영신’이 밝힌 내용이다. 똑같은 책이어도 독자들의 상황과 경험, 그리고 인식 정도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열린 텍스트이며, 좋아하는 문장이나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한 12편의 단편 소설들은 일본의 문학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과 소설 속에 나타난 배경과 심리묘사를 통해 인간의 정서를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주었다고 생각한다.
3. 이 책의 문장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
터널 안의 기차와 시골뜨기 계집아이, 그리고 평범한 기사로 채워진 신문. 이게 바로 인생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이해할 수 없는 저속하고 따분한 인생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모든 게 시시해져 읽던 신문을 내팽개치고는 다시 창틀에 머리를 기댄 채 죽은 듯이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pp 60~61) 해질 무렵 어스름한 변두리 마을의 건널목과 작은 새처럼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들, 그리고 그 위로 흩어져 내리는 선명한 빛깔의 밀감. 그 광경은 순식간에 창밖으로 지나가 버렸지만 내 마음속에는 애달프리만치 또렷이 새겨졌다. 그리고 뭔지 모를 쾌활한 감정이 용솟음치는 걸 느꼈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을 쳐다보듯이 여자아이를 주시하였다. … 나는 그제야 비로소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와 권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저속하고 따분한 인생을 겨우 잊을 수 있었다. (p. 63~6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밀감> 중에서 |
→ 일상의 권태에 빠진 한 남자가 여행 하는 중에 앞자리에 앉은 시골뜨기 계집아이가 못마땅해 했는데, 그녀가 자신의 동생들에게 밀감을 던져주는 것을 광경을 보고 알 수 없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며 따분한 인생을 겨우 잊을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아주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이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도 흐믓하게 미소 짓게 만들어 준다.
4. 추천사
이 책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특히 일본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또한 소설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플롯과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이다.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들이 남긴 작품이라고 하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