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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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65]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글의 힘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1. 이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작고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가 남긴 산문 660여 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개를 엄선하여 실고 있다. 박완서 작가는 박경리와 함께 한국 문학에서 여성으로서 묵직한 존재감을 알린 작가이기도 하다.

 

프롤로그에는 딸 호원숙님이 어머니를 추억하며 쓴 글이 실려 있다. 딸의 어머니의 글 속에서 발견한 것처럼 박완서님의 글 속에는 가족들에게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어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젊은이들이 밝고 자유롭게 미래를 펼쳐가기를 얼마나 기원했는지, 하찮은 것에서 길어 올린 빛나는 진실을 알려주려고 얼마나 고심했는지, 생의 기쁨과 아름다움에 얼마나 절절하게 마음이 벅찼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또한 박완서의 글에는 저자 자신의 내면의 은밀한 갈등과 모순,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허위의식, 여성 평등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글을 쓴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마음이 낸 길에서는 보통사람의 삶 속에서 발견한 소박한 진실에 대하여 쓰고 있다. 2꿈을 꿀 희망에서는 저자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삶을 반성하는 성찰의 글이 담겨 있다. 3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에서는 생각을 바꾸니 행복하게 사는 법을 깨달을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한 글들이 실려 있다. 4사랑의 행로에서는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가족들에 대한 추억의 글이다. 5환하고 슬픈 얼굴에서는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은 이유와 자신의 문학에 대한 고향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는 글들이다. 6이왕이면 해피엔드에서는 시간의 의미와 때로는 죽음도 희망이 된다는 내용의 글들이 모여 있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박완서의 글들은 쉽고 편안하다. 그것은 문장에 멋을 부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은유를 통해서가 아니라 삶의 경험과 체험에서 느꼈던 일들을 작가의 고유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왜 그녀가 대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삶의 뒤안길에서 깨달은 진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제 나 역시 나이가 들다보니 젊었을 때 읽었을 때보다 그녀가 말한 것들이 정말 확 가슴에 와 닿는다. 그녀의 글 속에 녹아 있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 삶에 대한 감사함, (좋음)에 대한 희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3.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꼴지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책을 감동 깊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그것도 벌써 20년이 지난 책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시간의 흐름이 실감났다. 또한 이 책에서는 80년대에 쓴 글에서는 40년이 지난 옛이야기들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역사성과 시대성이 동시에 느끼는 글도 참 많았다. ‘맞아, 그 때는 그랬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면서 요새 젊은 사람들은 이 글이 어떻게 읽혔을까? 어떻게 다가갔을까 자못 궁금해지기도 했다.

 

사회가 참 많이 변했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문명의 이기들이 사람들의 삶을 편하게 만들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도 오롯이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녀가 희망을 노래한 것처럼 다행히 의식 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또 그런 문제점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많아졌다. 블로그나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박완서 작가가 활동했을 때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비약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식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생각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사회가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데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나는 글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글의 힘을 믿고 싶다.

 

4.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찾아오는 사람도 걸려오는 전화도 없는 아침 시간엔 머리도 맑아 그 시간을 가장 능률적으로 보람 있게 보낼 수가 있는 걸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겼지요. 그 시간에 내려서 마시는 원두커피 향은 또 왜 그리 좋은지, 이 맛에 살아, 한낱 커피 향을 가지고 그렇게 외치고 싶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근래 몇 년 사이에 그 버릇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부지런 떠는 일 없이 마냥 자리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게 됩니다. 누워서 두서없이 하는 생각은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이 아니라 주로 지난날의 추억이고, 그중에도 현재의 나에서 가까운 지난날이 아니라 아주 먼 어린 날의 추억입니다. (p. 130)

 

이 문장을 읽을 때 미소가 지어졌다. , 나는 아직 원두커피 향에 한껏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나이구나 싶어서였다.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아직은 어린 날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그런데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박완서님처럼 누워서 어린 날을 추억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 이제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의 시간을 좀 더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준다.

 

마당에서 한때 하늘을 뒤덮을 듯이 무성하던 나무들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흙에서 난 것들이 그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건 아무도 못 말린다. 이 세상에 섬길 어른이 없어졌다는 건 이승에서 가장 처량해진 나이이다. 만추처럼. 돌아갈 고향이 없는 쓸쓸함, 내 정수리를 지그시 눌러줄 웃어른이 없다는 허전함 때문이었을까. (p. 254)

 

나이 듦에 대해서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적확히 표현해 낸 것이 존경스럽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똑같이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이 사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가 그만큼 더 무거워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제 더 나아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삶의 지혜를 깨닫고 그것을 젊은 사람들에게 표상이 될 만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한 마음으로 이제 곧 다가올 노인의 세계를 당당히 맞이하고 싶다.

 

5. 추천사

 

박완서의 글은 언제나 믿고 보는 책이다. 그것이 그동안 박완서 작가가 쏟아 올린 작가의 명성이기도 하고 아우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조근조금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번 휘리릭 읽고 책꽂이에 꽂아 두는 것이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한번 씩 꺼내서 읽으면서 그녀의 삶의 지혜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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