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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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결혼의 연대기

 

  

  

 

1.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이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쓰여 진 글이다. 전체적인 플롯은 간단하다. 작가 지망생인 는 어린 딸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의과 실습생인 티미를 만났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뮤지션인 부인과 이혼하고 티미는 동거남과 헤어지면서 둘은 결혼을 한다. 불륜으로 보여 질 수도 있었던 주위의 평판을 그들은 둘만은 특별한 사랑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이겨 낼 수 있었다. 너무도 행복하게 두 아들을 낳고 20년 동안 탄탄한 결혼생활을 유지했지만, 티미가 군나르라는 이웃집 유부남과 새로운 사랑에 빠지면서 다시 이혼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노르웨이판 부부의 세계로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끌었다.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 순간부터 빠져들기 시작했다. 적당히 에로틱하고, 가슴뛰는 내용도 나오고, 부부관계를 묘사하는 표현이 아주 문학적이기도 해서 독자의 상상력을 맘껏 부풀려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시작 부분이 아주 독특하다. 그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준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원제목은 결혼의 역사(Historie om et Ekteskap)이고, 영어책 제목은 결혼이야기(Story of a Marriage)이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의 연대기로 제목을 달았다. ‘결혼의 역사라고 하면 너무 무거워지고, ‘결혼이야기라고 하면 영화제목도 있고, 너무 평범해 보여서 아마 결혼의 연대기라는 제목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연대기란 연대의 순서를 좇아 주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적은 글을 말한다. 그런데 이야기는 연대의 순서가 아니라, 그 시점이 관찰자인 의 생각 속에서 왔다 갔다 한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연대기가 아닐 수도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결국 결혼한 부부에게 남사친이나 여사친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단어는 상대방을 딱 속이기 쉬운, 또는 유부남과 유부녀이면서 연애에 빠진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을 숨기고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가장된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티미 역시 군나르와의 관계를 계속 우정이라고 묶어 두려고 했지만, 그에게 끌리는 감정을 결국 속일 수 없었다. 그리고 주인공 는 티미에게 군나르와 있었던 일을 모두 공유해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그만큼 티미를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점점 티미가 군나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의 존재가 티미에게 더 이상 남편으로서도 가치를 잃게 되면서 헤어지게 된다.

 

사랑은 과욕이나 과신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미묘한 감정에서 시작되는 이끌림이고 후폭풍이 강렬한 토네이도이기도 하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그런 속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혼의 속성은 이제 사랑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믿음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 믿음이 흔들릴 때 결혼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3.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을 단단히 이어주는 고리, 서로에 대한 연속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우리 두 사람만 공유하는 비밀스러운 성생활이었고 우리는 이를 사랑이라고 불렀다. 아니, 그건 사랑이어야 했다. 사람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훌륭한 사랑,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고 가슴 벅찬 사랑이어야 했다.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함과 결속 그리고 끌림은 평범함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했다. (p. 91)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고 가슴 벅찬 사랑’, ‘평범함을 넘어서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과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특별한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 만이 사랑이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 아닐까?

 

하지만 당신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거야.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대체 무슨 의미겠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당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맞는 거잖아.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때 당신이 더 행복하다고 해도, 나는 예전과 똑같이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의 그 결정을 지지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당신을 지지할 거야.” (p. 107), 나의 아내이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만 변하지 않는다면, 누구랑 무슨 짓을 해도 이해하겠노라고 했다. (p. 189)

 

사랑이란 관념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심장 속에서 움직이는 감정이다. 서술자인 는 이렇게 말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다. 사랑은 관계이기 때문에 나 혼자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과 똑같이 당신을 사랑하겠어.’라고 말하는 주인공 에게 소설 쓰고 있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제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다. 일단 질문이 너무 흔해 빠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모든 걸 잊어버렸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알고 있는 감정이나 경험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너무나 제한적이고 방대하기 짝이 없다. 사랑과 같은 단어는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아우르고 있다. 누가 뭔가 말하거나 쓰고 싶다면, 각각의 단어들은 명확하고 쉽게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티미는 생각했다. 하지만 항상 열려 있어 어디를 향할지 알 수 없는 손가락처럼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이었을까? 상호의존이었을까, 아니면 광기 어린 자유분방함이었을까? (p. 109)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게 그저 감정일 뿐이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는 다소 폭력적이고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강력한 감정. 모든 것이 소멸하는 감정, 얼마나 강력한지 온 세상이 그 감정 때문에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감정. 그리고 그 강력한 감정은 얼마 후면 서서히 희미해지고 소멸하여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테고 서서히 그 열기를 잃게 될 것이다. (p. 269)

 

이 책에서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도 결국은 감정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신뢰배려라는 고리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4.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젊은 부부가 더는 함께할 수 없는 이유를 굳이 알고 싶다면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 엄마와 나는 너무 달랐고 또 너무 똑 닮아 있었다. 게다가 너무 가까운 사이인 동시에 충분히 가깝지 못했다. 나 자신과 상대, 서로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했고 서로에게 지나치게 예민했다. (p. 79)

 

이것은 젊은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부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고, 서로에게 지나치게 예민하면 원만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허용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즐거움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할거야. (p. 81), 물론 헤어지는 게 쉬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일이겠지만, 결국 모두 지나가게 마련이다. 티미의 남자 친구는 눈물을 보였고 두 사람은 함께 엉엉 울었다. 그렇게 가슴 아픈 대화가 오간 후에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이 났다. (p. 82)

 

이 소설에서 는 이미 결혼을 했고, 딸이 하나 있는 상태에서 부인과 헤어지게 되는 상태이고, 티미는 자녀가 없고 동거남과 이별하는 것으로 나온다. 확실히 결혼이라는 제도를 깨고 이혼을 하는 것이 동거 상태의 연인과 이별하는 것보다는 복잡하고 감정 역시 격정적임을 알 수 있다. 이별을 선택해야 하는 세상의 부부와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는 모두 다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를 맺을 때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관계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5. 추천사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남사친이나 여사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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