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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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기울어진 의자

 

    

1. 이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은 34개의 엽편 소설집이다. ‘엽편(葉片)소설은 원고지 4-20매 분량의 짧은 소설, 꽁트를 가리키는 말. 나뭇잎처럼 작은 지면에 인생의 번쩍하는 한순간을 포착, 재기와 상상력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문학양식. 주로 꽁트라고 불려진 엽편소설은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며, 예상을 뒤엎는 경이로운 결말을 갖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

 

34개의 엽편 소설은 옵니버스처럼 연결되는 소설도 있고 그 하나로 충분히 소설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내용이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어서 금새 빠져들었다. 특히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학부모 입장에서 학부모들과의 모임에 관한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면서 심리적인 묘사가 아주 경쾌하게 또 때론 묵직하게 펼쳐져 있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소설에서 주목하고자 했던 것은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였다.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마다 관계는 조금씩 변해갔다. 진화했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건 내 관계가 푸른 사과처럼 여전히 설익은 정도이기에 그렇다. 여자와 남자의 관계는 결혼이라는 다리를 건넌 이후로 깊고 좁아져서 자칫 사소한 것으로도 치사한 감정이 묻어나곤 했다. 관계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경험이 많을수록 관계 형성을 둘러싼 대처능력은 나아질 것이다. 많이 만나 관계를 맺을수록 더욱 유연해지고 양보할 줄 알게 된다. 관계의 사건들을 글로써 다양하게 펼쳐보았다.’ (p. 205~206)

 

엽편 소설을 이토록 훌륭히 써내는 것을 보니 다음 이다루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나 장편소설이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3.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아, 아가씨에겐 짐짝으로 보이겠지만 내겐 보물이야.”

보물이라니. 내 눈에는 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보석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지.”

할아버지에겐 모든 짐이 보석이었을 것이다. 노동의 삯을 받을 수 있는 가치 있는 보석 말이다. 할아버지는 다시 보물을 이고 보물을 찾으러 떠났다. 가장 무거운 발걸음으로 가장 느리게 사라졌다. 보물을 움켜쥐었던 내 손바닥은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노인과 지하철, pp. 24~25)

 

지하철 택배를 하는 노인을 통해 있었던 일화를 아주 감동 있는 소설로 구성해 냈다. “보석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지.”라는 말에서 자식은 아무리 속을 섞여도 밉지가 않지.”라는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내 시간을 흔쾌히 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는 되찾지 못할 나의 유일한 시간을 타자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다려준다는 말보다 고마운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기다림이었다. 엄마는 아이 앞에서 묵묵히 인내의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므로 기다림이 엄마의 삶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다린다는 것, pp. 169~ 171)

 

이 문장은 꼭 내가 쓴 것처럼 너무나 나의 상황과 닮아있다. 공부를 잘하던 아들이 중3 늦게 찾아온 사춘기를 겪으면서 게임에만 빠져들었을 때, 옆에서 지켜보면서 삼켰던 울음, 새벽녘에 꺼이꺼이 울면서 나는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업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들은 성장했고, 어느덧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생이 되었다. 다그치지 않고 기다리면서 나는 아들과의 관계를 얻었다.

 

4.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대리석 바닥에서 나는 구두 굽 소리는 4분 음표 간격처럼 일정하게 들려왔다. (p. 17)

 

그는 웃었다. 얼굴에 번진 그의 미소는 어색해보였다. 생각해보면, 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 나쁜 짓을 하기 전에 지어보이는 웃음과 닮아 있었다. (p. 53)

 

치열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 비가 새고 바람이 넘나드는 우리 집에는 날마다 칼칼한 냄새가 퍼졌다. 엄마의 애씀과 세 딸의 희망이 얼버무려진 냄새는 집안을 덥혔다. 우리 자매는 날마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며 쑥쑥 자랐다. 김칫국이 없었으면 애초에 무너졌을 삶이었다. (p. 66)

 

우리는 삶의 바다로 자연히 흘러가는 존재일지 모른다. 누가 먼저 바다로 향하는 물살을 탄 것이 결코 대단한 일이 아니다. 흐르고 흘러 언젠가는 큰 바다에 다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글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엄마의 윽박 보다도 시간의 힘이 훨씬 셌다. (p. 85)

 

이다루 작가의 표현력과 성찰이 돋보이는 문장이다. 참신한 비유와 섬세한 관찰을 통해서 공감가는 문장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남다른 관찰-성찰-통찰이야말로 글을 쓰는 사람이 지녀야할 능력이 아닐까?

 

5. 추천사

 

이 책은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다. 소설쓰기 연습을 위해서 엽편 소설쓰기는 아주 좋은 방법처럼 보인다. 짧으면서도 인물, 상황, 장소, 감정 묘사를 통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드러내기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가을 부담스럽지 않은 소설 한 권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강추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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