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아물지 않는다 -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이산하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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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서평] 생은 아물지 않는다

  

  

 

1. 이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은 시인 이산하가 쓴 에세이집이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에는 27편의 에세이가 있다. 2새는 바람이 강하게 불 대 집을 짓는다에는 21, 3아이는 한 번 죽지만 엄마는 수백 번 죽는다에는 40, 4영혼의 목걸이에는 26편으로 총 114편이 실려 있다. 중제목이 마치 시같은 것처럼 에세이집이라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집 같은 느낌이 든다. 에세이 한편의 글도 아주 짧아서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책이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제목을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먼저 읽어도 충분히 그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추상적인 시보다는 수필에 가깝고, 또 간단히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 시에 가깝다. 그러므로 시와 수필 사이의 글이라고나 할까?

 

2.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에 담겨있는 에세이를 읽다보면 시인이 일상을 관찰하는 눈이 참 섬세하고 감성이 민감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류시화 시인과의 편지대화(pp. 166~ 172) 에피소드 부분을 읽을 때는 얼마 전에 읽은 류시화의 책 좋은지 아닌지 누가 아는가에서 이산하 시인에 관한 에피소드 부분이 생각나서 아주 반가웠다.

 

또한 조르바처럼이란 글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설은 내 인생의 best 목록에 들어갈 만큼 아주 감명 깊게 읽은 소설이어서 이 부분에 더 애착이 갔다.

 

독서를 하다보면 앞뒤에 읽은 책들이 연결되는 이런 마주침이 종종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다독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이런 것이 아닐까?

 

3.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박경리 작가는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이렇게 썼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나와 몇 번 인터뷰를 한 박완서 작가도 타계 전에 이렇게 썼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어떤 책임을 벗고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p. 253~254)

 

이 부분에 완전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이제 앞으로 살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 그렇다고 정말이지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고,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이렇게 나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내게 주어진 몫만큼의 시간 동안 충분히 오감을 느끼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살아낼 것, 그리고 어느날 불현 듯, 죽음이 날 찾아오는 날, 뒤돌아보지 않고 아쉬움 없이 홀연히 떠나고 싶다. 내가 꿈꾸는 가장 완벽한 죽음은 잠을 잤는데 그 다음날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것이다. 언제 떠나도 아쉬움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이 들면서 깨닫게 되는 지혜다.

 

4.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독자들은 언뜻 소설 제목을 떠올리며 연금술은 피땀으로 무엇을 만들어가는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땅속에서 저절로 얻는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보물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가까이에 숨어 있는 존재쯤으로 여기기 쉬울 것이다. 둘 다 착각이다. 삶의 보물을 찾아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긴 고난의 발자국들과 그 밟는 순간순간의 황금 같은 시간이 바로 연금술이다. (p. 92~93)

 

나 또한 연금술사를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 역시 내 인생의 best 목록에 들어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꽉 차 올랐다. 연금술사읽었을 때, 뭔가 풀리지 않은 희미함을 생은 아물지 않는다의 이 부분을 통해서 명확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연금술이란 화려한 변신이 아니라 엄청난 온도와 같은 고난을 견뎌냈을 때 마침내 만날 수 있는 삶의 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 역시 수없이 많은 고단한 훈련을 통해서 고난도 연기가 가능할 수 있었듯이.

 

5. 추천사

 

이 책은 담담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또 외롭다고 느껴지는 밤 읽고 싶은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편의 글이 짧아서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도 읽을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읽을 수 있다. 한 편의 글은 쉽게 읽을 수 있으나 읽고 난 뒤 생각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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