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 -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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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살아있다는 건

 

    

1. 이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은 생태학자인 김산하 교수님이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한 보고서이면서 야생의 삶이 주는 교훈을 통해 그동안 인간 중심주의의 삶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가에 대해 제대로 성찰하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의 삶을 지향하자는 외침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과학은 개체가 갖는 고유함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과학은 그래프에 흩뿌려진 여러 개의 점을 모아 거둔 결론에 관심을 둔다. 또한 과학은 살아 있는 생물을 관찰하면서도 살아있음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p. 16)”라는 아쉬움을 지적하고 한번쯤 측량 도구를 내려놓은 채 생물을 한없이 바라보고만 싶다.(p. 17)’라는 소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책을 쓴 이유를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살아있는 것들을 보며 든 생각을 담은 책이다. 책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있다는 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이 그윽한 감동을 타인과 나누고 이를 통해 다시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함께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살아있다는 건 그것으로부터 배울 게 있다는 의미다.”(p. 17)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변하는 계절의 일부가 되기’, ‘존재의 고유한 부분집합 찾기’, ‘사람을 몸속에 작동시키기’, ‘살아있음으로 채우기’, ‘오래 바라보고 함께 존재하기와 같은 중제목을 달고 있다. 각 장에는 다시 5개의 주제로 소제목을 달고 에세이를 써서 모두 25개의 글이 모아져 있다. 특히 장이 바뀌거나 소제목이 바뀔 때 마다 그 주제에 관련된 그림이 나오는데 이 또한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이 책은 각 소주제에 대한 글을 통해 생명의 기쁨,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며, 책 속에 나온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제목에서 말하고자 했던 살아 있다는 건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느끼고 알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살아 있다는 건산다는 건의 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비교하고 있다.

 

산다는 동사는 삶을 통과한다는 느낌을 준다. 어제에서 오늘을 거쳐 내일로. 긴 과정을 거치는 일이므로 연속적이며 통시적인 관점을 취한다. ‘살아있다는 표현은 생의 속성과 특성을 논할 때, 그러니까 살아있지 않은 것에 비해 살아있다는 건 과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논할 때 쓸 수 있다. 지금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현재성에 집중한다. 반복되는 일상이나 경험일지라도 이 순간을 어떤 방식으로든 음미한다는 뜻이다. 해치우듯 삶을 지나치지 않고 살아 있는 맛을 마음껏 만끽한다는 의미다. (pp. 14~15)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산다는 것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저자가 말하는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산다는 행위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살아 있다는 것은 존재,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에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다. 모든 생명은 그저 고귀하고 아름다울 뿐이다.

 

3.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계절의 일부가 된다는 것, 그것은 생명의 특권이자 의무, 그리고 행복이다. 생태계를 관정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대자연의 순환원리에 일상생활로서 동참한다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가 선사하는 다양한 색채와 분위기의 날씨에도 기분 좋게 파묻혀 살아갈 수 있다. 공기, , 물 등 얼마 안 되는 재료를 버무려 이토록 아름답고 찬란하게 색다른 나날을 만들어내는 자연은 아무리 음미하고 감동해도 지루해지지 않는다. 그것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모두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p. 24)

그러나 살아있다는 건 위험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그 존재를 찾는 일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삶을 아까워하는 게 아니다. 삶은 더 나아가고자 하는 발걸음이다. 내 목소리에 반응하는 존재에 대한 기다림과 기대의 마음으로. (pp. 149~150)

삶의 시계는 언제나 째깍째깍 또렷하게 울린다. 있지도 않은 우회로를 찾는데 공연히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방법은 딱 하나. 삶 속으로 퐁당 뛰어들어 폭 빠져 사는 것이다. 한 부분을 잊으려고 하면 줄줄이 사탕처럼 인생 전체가 딸려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직시하고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살아있다는 건 그런 것이니까. (pp. 172~173)

온몸을 따스하게 감싸는 온기와 시원하게 식혀주는 냉기, 이는 내 삶의 날개가 펼쳐지는 범위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것도 별것 아닐지 모른다. 그저 이 열탕과 냉탕 사이를 무한 반복하다 어느 순간 멈추는 하나의 과정일 뿐. 또는 뜨거운 햇살 아래 일광욕을 하다 차가운 물속으로 첨벙 뛰어드는 사이클의 연속일 뿐인지도 모른다. 올라가 햇볕에 몸을 쬘 수 있는 대지가 있어 좋고, 내려와 시원하게 가를 수 있는 물이 있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이 좋다. (p. 188) 살아있다는 건 생명에게 그냥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 단순한 사실이 참 좋다.(p. 234)

 

이 책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에 예찬이 도처에 넘친다. 살아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작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하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느껴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침 산책길에 만났던 야생 고양이가 무서워 움칠하면서 돌아섰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참 신기한 것은 이 책을 읽은 다음날, 다시 만난 고양이 곁을 유유히 걸어갈 수 있었다. 고양이도 나도 살아 있기 때문에 산책을 즐기는 중이다. 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했을 때, 그 고양이는 나를 또 얼마나 무서워했을까를 생각해 보니 고개가 끄덕여 진다. 책을 통해 느낀 것을 나의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니 바로 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4.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사람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는 그런 시간. 바닥에 퍼져서 나뒹굴 수도 있고, 햇빛 아래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있다. 뭔가를 특별히 응시하거나 적극적으로 감각을 동원하지 않으면서 그저 그렇게 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때 집중은 무언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내가 지금 처한 장소와 일시, 주변의 생명과 사물, 그리고 나의 내적, 외적 상태와 더불어 머무르며 아, 내가 여기에 이렇게 있구나.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조용히 되뇌는 것이다. 오감은 모두 열어두었지만, 특별히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없이 그저 존재함을 음미하면서 나의 이런저런 부속 장치들이 회복되어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중요한 걸 한다. 살아있음을 행하는 것이다. (p. 193)

 

나 역시 살아가면서 가끔씩 멈춤을 선택할 때가 있다. 그냥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한강을 바라볼 때도 있고, 햇살 좋은날 산책길, 벤치에 앉아 눈감고 가만히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존재감을 느끼는 그런 순간이었다.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나의 오감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오감 덕분에 가을이 담고 있는 촉촉한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맑은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으며, 코끝에 스치는 살랑이는 바람의 감촉을 느끼고, 사그삭 사그삭 낙엽 밟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게다가 가을이 가져온 풍성하고 달콤한 사과와 감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사랑한다는 건 슬픔을 저축한다는 의미다. 좋은 시간과 추억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간이 흘러 헤어짐이 찾아왔을 때 슬픔은 더 깊게 사무친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득 마음 한구석으로는 슬픔의 잔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그것이 어떤 맥락이든 결국 슬픔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목도할 때도 흥분과 신비함과 기쁨이 찾아왔다가 가신 뒤에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슬픔이었다. 어쩌면 이 감정에 붙일만한 마땅한 이름이 없어 슬픔이라 부르는지도 모른다. (pp. 260~261)

 

기쁨의 끝은 결국 슬픔과 맞닿아 있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참 놀랍다. 깊이 사랑할수록 그만큼 더 큰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주 슬플 때도 눈물이 나오지만, 아주 기쁠 때도 눈물이 나온다. 기쁨과 슬픔은 결국 같은 감정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생명은 생로병사의 순환과정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작가가 마땅히 이름이 없어 슬픔이라고 부른다고 했던 그 감정은 바로 허무가 아닐까?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 살아 있다는 것을 더 깊게 느끼고, 음미하기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일상이 무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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