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 [서평] 동백어 필 무렵

 

    

1. 이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 책은 배우이자 작가인 명로진님이 생각하는 25편의 인생 드라마에 대한 느낌과 그 드라마 속에서 빛났던 명대사를 통해 인생의 희노애락을 곱씹어보게 해 준다. 그가 선택한 드라마 25편은 국민 드라마라고 불릴 만큼 시청률이 높은 것이었고, 나 역시 감동적으로 시청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너무 오래전에 방영되어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잘 모르는 드라마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5년까지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서 인생 드라마를 골랐다면 어떤 작품이 리스트에 있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아무리 인생 드라마라 하더라도 너무 오래전에 한 것을 주제로 하면 독자에게 큰 감흥을 줄 수 없지 않을까?

  

2.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작가가 선택한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면 맞아, 드라마 속에 이런 대사가 있었지.’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많았고, 역시 드라마는 멋진 대사가 이끌어가야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25편의 드라마 스토리를 다시 회상하다 보면 드라마를 빛나게 했던 것은 역시 명품 배우가 쏟아냈던 명대사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어쩌면 드라마 작가란 어떤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여 드라마를 이끌어 갈 때 그 캐릭터에 딱 맞는 대사를 통해 시청자를 감동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이 책에서 작가가 뽑은 인생 드라마 1위는 동백꽃 필 무렵이다. 이 책의 제목이 바로 동백어 필 무렵이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 드라마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인생 드라마 1위는 바로 미스터 션샤인이다. 2위는 나의 아저씨3위는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이다. 이 책에는 미스터 션샤인은 나왔지만 나의 아저씨와검색어를 입력하세요.’라는 드라마가 빠져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25편의 드라마 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드라마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1: 미스터 션샤인, 2: 디어 마이 프랜즈, 3: 눈이 부시게를 뽑고 싶다.

 

3. 이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 느낌이 들었어요.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인간성은 말로 드러난다. 사랑도 말로 하고 미움도 말로 한다. 동백이는 인간이 아무리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도 언어의 고상함을 유지하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한다. 주먹으로 때리고 칼로 찌르는 것만 폭력이 아니다. 가장 일상적이고 흔하지만 가장 간과되는 폭력은 언어폭력이다. (p 18)

 

인간성은 말로 드러난다.’는 말처럼 어떤 사람이 쏟아내고 있는 말을 통해 그 사람의 인격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언어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잘 알려주는 실험이 있다. ‘양파 실험이다. 나는 아이들과 이 실험을 직접 해 본적이 있다. 양파 두 개를 유리병에 담고 한쪽 양파에는 사랑과 감사의 말을, 다른 양파에는 비난과 폭력적인 말을 하면서 2주간 관찰했더니 양파의 자라는 속도와 상태가 다름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언어가 긍정적인 말고 부정적인 말이 얼마나 다른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따라서 언어폭력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언어생활 습관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백어의 특징 중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이(I) 메시지다. 초등학생 아들이 말썽을 피우자 동백이는 그럼 엄마가 힘들어.”라고 말한다. 일상을 방해하는 전남편에게 너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고 소나기 피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대꾸하고 사랑을 끊임없이 퍼 주는 용식을 보며 이 사람이 나를 고개 들게 하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이들의 특징이 동백어에 잘 드러난다. 남 탓할 만하고 좌절할 만하고 세상을 향해 온갖 욕을 해도 모자랄 입장의 동백이가 우주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동백이는 위대하다. (p. 19)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된다면 그 누군가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동백이는 용식이와 함께 있을 때 나도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자꾸만 용식에게 빠져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백이가 위대한 것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동백이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백이가 사용했던 아이(I) 메시지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대화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연습을 통해 아이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야야 겠다.

 

4. 책 속의 문장에서 이런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어요.

 

<미스터 션샤인>의 명대사는 추리기 어렵다. 극 전체가 명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극 초반 애신은 조선의 미래를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애신의 미래는 글(언어)로 이루어진다. 사랑의 단계는 모두 언어다. 인사-악수-허그-그림움. 유진과 애신은 연서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언어가 없다면 인간의 사랑은 본능만 남는다. (p. 67)

 

<미스터 션샤인>의 작가는 독립 운동가 사진 한 장을 보면서 이 스토리를 상상해 내었다고 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명대사가 속사포처럼 쏟아진 드라마였다.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 낸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배우 및 스탭진에게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 ‘사랑과 믿음의 뜻을 지닌 여인 애신은 드라마에서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이 독립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꽃이 아닌 불꽃의 삶을 선택하였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꼭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남긴 것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혹시 궁금해서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 초대합니다.(https://blog.naver.com/myserim2020/222028501592)

 

왜 나는 지금껏 그들이 끝없이 죽음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고 생각했을까. 그들은 다만 자신들이 지난날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어차피 처음에 왔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 길도 초라하지 않게 가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너무도 치열하게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다만 소원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좀 더 오래가길,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게 조금 더 오래 가길.” (디어 마이 프랜즈 중에서 p. 94)

 

<디어 마이 프랜즈>에서 늙어간다는 것이 초라한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삶의 한 부분임을 알게 해주는 드라마였다. 나 역시 드라마 속에 나타난 여자들의 삶이 먼 미래가 아니라 앞으로 곧 닥칠 나의 미래이기도 해서 아주 관심 있게 보았다. 누구나 언젠가 직면하게 될 죽음 앞에서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나의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더 당당하게 살아내야 할 것이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눈이 부시게 중에서 p. 213)

 

<눈이 부시게>를 시청하면서 치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무서운 병이 치매라고 한다.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김혜자는 마지막 장면에서 살아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맘껏 누리라고,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응원하면서 드라마가 끝난다. 가슴이 찡해 왔다. 이 드라마를 본 후 나는 오늘 하루를 눈이 부시게살았는지 가끔 질문하게 되었다. 그만큼 여운이 깊게 남는 드라마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가 주었던 감동의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감흥이 다시 가슴을 촉촉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드라마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세월이 꽤 많이 지났어도 그 드라마의 장면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대사는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