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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팬케익 : 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남선우 지음 / 뉘앙스 / 2025년 11월
평점 :
내 어릴 적엔 ‘애호’, ‘취향’ 같은 말이 고급 언어였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SNS 없던 시절에는 남의 애호나 취향에 일일이 관심을 가질 일이 없으니 책에서나 가끔 보던 말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수많은 타인의 취향에 파묻히고 절여질 지경인 지금의 취향 홍수 속에서 내 취향을 찾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보다 보면 점점 다 좋아 보이고, 다 매력적이고, 다 부럽다.
그래서인지 옛날, 애호나 취향에 별 관심 없던 시절에 내가 사수하던 취미와 재미가 귀해진다. 순수하던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던 것들에 조금 애틋해지는 마음이랄까. 그래서 괜스레 더 진짜로 쳐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남선우 작가의 글은 『아무튼, 아침드라마』를 통해 처음 읽었는데, 나는 드라마를 잘 안 보는 편인데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드라마 챙겨 보는 사람을 드라마처럼 시청하는 재미랄까? 그런데 그 드라마가 드라마와 시트콤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 너무 웃기고, 항상 따뜻하게 끝나는 시트콤.
사실 『오늘의 팬케익』도 그런 기대로 주문했다.
반 정도 읽었을 때는 매력적인 인플루언서의 채널을 보듯이 작가의 취향에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했는데, 늘 그렇듯 이런 경우는 엄청 속독하게 된다. 그렇게 단숨에 반절을 읽고 지나는데 챗GPT가 등장하는 때였나 그 즈음부터 갑자기 슥, 드라마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장까지 페이지가 느릿느릿 넘어갔고, 중간중간 내 상황을 생각하며 덮어 두기도 했다. 애호와 취향을 넘어서 드라마가 되는 글. 한 접시에 만오천 원 하는 고급 브런치가 아니라, 언젠가 엄마가 해줬던 못난이 핫케이크 냄새로 마무리되는 글.
마지막 장을 덮고서, 추천사에 적힌 이슬아 작가의 말대로 엄마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그러고 보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