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퍼시 캉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끌레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자신만의 냄새를 갖고 있다. 같은 향수를 뿌린다 해도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나는 그다지 향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향기만으로 그 사람의 특징이나 인격을 예측해 보기도 하고, 짧은 만남을 갖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해 낼 수 있다. <머스크>의 주인공 엠므씨는 40년동안 '머스크'향수만을 사용했다. 다른 향수에는 관심조차 없었지만, 그것만큼은 아주 광적이었다. '머스크'향수의 제조회사가 바뀌면서 향수 재료로 쓰이는 원액과 향수병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향도 조금은 변하게 된다. 엠므씨의 자존감, 정체성을 일깨워주어 왔던 향수가 변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하여 그는 옛 '머스크'향수를 수집하기로 계획한다. 그는 현재 69세의 나이로, 예상 수명을 90살로 정하고, 죽을 때까지 쓸 향수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는 이곳저곳을 다니고 편지를 보내고 광고도 내고 하지만 겨우 3년치의 향수만을 구한다. 향수의 하루 사용량을 줄여서 좀 더 오래 써보려 하지만, 그에게 생명과도 다름없는 향기가 조금만 뿌리니 냄새가 잘 나지 않자, 그는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삶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향기 뒤에 감춰져 왔던 그의 결점들이 그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머스크'와 함께 일찍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고통, 회피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엠므씨의 자살은 지금껏 내가 느껴왔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자살이 어쩜 이렇게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는걸까.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에게는 머스크가 함께 이기 때문에. 노인의 향수에 대한 집착이 신기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또 그만큼의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나도 예전에는 향수 없이는 외출이 꺼려질 만큼 향수 애용가였다. 그 땐 그냥 향이 좋아서 뿌렸었다. 하지만 엠므씨를 보고 나니 향수는 단지 향기의 좋고 나쁨만이 아닌, 자아 발견, 자존감, 정체성, 이미지와도 많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도 엠므씨처럼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향수를 찾아볼까 한다. 인간에게는 그만의, 그다운 향기가 나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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