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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을 수녀원에서 보낸 30대 여성 프란체스코는 집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붙어사는 게임 소프트 프로그래머다. 그녀의 인생에는 사랑이 찾아오지 않아 지금까지도 순결한 처녀다. 그리고 그녀는 손수 물건을 만들며, 입다가 낡아진 티셔츠를 베개 커버나 걸레로 사용할 만큼 검소한 생활을 한다. 거의 무소유의 삶을 산다. 상점가 경품에 당첨되어 프라다 핸드백을 받았지만,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구세주 본부에 보낼 정도다. 몇 장의 속옷과 양말 외에는 샌들을 포함한 구두 세 켤레에 파자마 세 벌, 면바지 두 개와 스커트 하나, 폴로셔프 세 장에 스웨터 하나, 그리고 점퍼 하나로 꾸려가는 생활. 상품권에 당첨되어 타온 립스틱 하나에 수세미 로션 하나와 베이비파우더 한 통의 생활. 그녀는 가난해서 귀걸이나 반지, 향수나 양복장을 못 사는게 아니다. 사야겠다는 욕구가 그녀에게는 전혀 없다. 이러한 그녀의 삶에 난 동경한다. 나의 하루하루는 소비생활을 하지 않고는 가만히 누워있는 시체나 다름없다. 어딜가나 소비해야 살 수 있다. 옷장 속 넘쳐나는 옷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사들이는 나의 소비욕. 하지만 그녀는 항상 현재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은밀한 곳에 인면창 '고가씨'가 생기고 만다. 고가씨는 섹스 한 번 못해 본 그녀에게 몹쓸 여자라며 독설을 퍼붓지만,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는 대신,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인다. 나는 그녀의 이런 점 또한 닮고 싶다. 체념한 듯이 보일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나 자신이 어느 시대 어느 부모 밑에서 어느 정도의 재능과 건강, 신체 조건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해야겠다. 그녀의 캘린더에는 두 달에 한 번씩, 30일 단 하루에만 '납품'이라고 적혀있다. 그것 말고는 아무 약속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예전 회사 동료였던 한 연인에게 그녀의 집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방을 내어준다. 그게 소문이 퍼져 그녀의 집에 많은 연인들이 찾아온다. 그녀는 그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거나, 취향을 알아내어 컴퓨터 데이터를 만든다. 짝이 없는 사람에게는 소개팅까지 주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