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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인간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조경수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낀다. 의학의 발달이 끝이 없음을 기뻐해야만 하기엔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하늘에서 정해준 인생기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억지로 생을 연장하려 하다간 큰 탈이 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로봇화 되어가는 인간. <걸작인간>은 앞으로의 의학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머리와 몸을 연결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는, 의학적으로는 성공이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글쎄...
18살 청년 요제프는 자전거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고, 32살 화가 게로는 온 몸에 화상을 입고 화가로서 가장 중요한 손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오직 머리만 멀쩡한 상태다. 요제프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었다고 차마 결론 짓지 못하고, 살아생전 아들이 쓴 장기기증서를 보고 혼란스러워 한다. 게로와 그의 아내는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어머니와 아내는 병원 앞 벤치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의 얘기를 듣고 둘은 뭐라 할 것도 없이 그 수술을 하기를 원한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게로는 다시 손을 얻어 기쁘지만,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손 때문에 그의 그림 실력은 형편없다. 까만 장갑을 끼고 그림을 그려야 겨우 그는 붓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 그의 아내는 전과 다른 남편의 멋진 몸에 반하여 게로와 요제프 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게로 또한 그것을 느끼고 아내를 점점 멀리하게 된다. 새로 태어난 이 인간의 주인은 뇌를 가진 게로였으나, 차차 요제프의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한다.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 장기의 주인의 특징이 나타나기도 한다. 살게 되었다는 것은 참 축복할 일이지만, 그로 인해 전과 같은 일상을 유지해 나갈 수 없다면 섣불리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은 목숨만큼 중요한 내면의 자아가 있다. 내 안에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한다는게 어떤 기분일까? 내가 생각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은 어떻게 느껴질까? 잘 상상이 되진 않지만, 아무쪼록 이 자아까지도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더 나은 의학 발달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몸을 더더욱 사랑하자.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고 대신할 수 없는 내 몸을 아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