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마샤 게센 지음, 전대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마샤 게센 지음/세종서적(2011. 6. 20)

 

전기문을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일대기를 나열하듯이 써내려가는 방법이 일반적이고, 글쓴이의 평가를 담은 평전, 그리고 이 책처럼 페렐만을 전혀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그의 주변인의 시점으로 다양하게 전개해 나가는 방법 등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천재 수학자를 다루면서도 전혀 그와의 대담이 없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을 살펴봄으로써 천재 페렐만이 어떤 인물인지를 유추 해석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그 점이 독특한 전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페렐만을 수학의 세계로 이끌었던 엄마, 그리고 수학클럽의 스승 루크신, 그리고 잘갈레르, 콜모고르프, 알렉산드로프, 239호 학교, 그리고 소련의 체제. 끊임없는 감시와 독재가 있었기에 수학의 영혼은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이처럼 많은 수호천사들이 페렐만을 도왔다. 루크신은 그를 수학 선수의 길로 인도했고, 리지크는 고등학교에서 그를 돌봤다. 잘갈레르는 대학교에서 그의 문제 풀이 솜시를 키워주면서, 그를 알렉산드로프와 부라고에게 인게하여 페렐만이 방해와 지장 없이 수학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부라고는 페렐만을 그로모프에게 보냈고, 그로모프는 그를 세계로 이끌었다.(151쪽)

 

수학의 천재가 되는 길은 없다. 하지만 수학의 천재가 될 수밖에 없도록 한 교육은 있었다. 페렐만을 천재로 만든 것은 수학 경시 대회였다고 본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가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훈련을 받았고, 모든 수학 분야를 다 섭렵한 뒤에 택한 위상수학의 길. 공간 개념에 대한 천부적인 자질이 있었기에 그 길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고, 끊임없는 경쟁 구도 속에서 페렐만은 드디어 아무도 풀 것이라 예상 못했던 새천년 문제를 2년 만에 풀어버린다.

 

이러한 성과는 수학계에서는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다. 페렐만은 그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그가 추구하고 하는 바가 생기면 부단 없이 매진하다가도 그 일이 완성되면 이내 흥미를 잃어버린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 이것이 때로는 이렇게 인류를 새로운 차원의 발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돌연변이 역할을 할 줄이야!

 

기하학의 천재 페렐만. 그가 그토록 파고들었던 위상수학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친절하게도 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다.

 

위상수학은 173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수학 분야이다. 그때 그곳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기하학을 거리 측정의 부담에서 해방시켰다. (중략)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는 거리가 아니라 위치가 중요한 문제였고, 그런 문제들을 풀려고 오일러가 개발한 기법들은 새로운 수학 분야의 시초였다. 그는 그 분야를 “위치의 기하학”으로 명명했다.(185쪽)

 

위상수학의 최고 난이도의 문제라 할 수 있는 ‘푸앵카레 추측’에 대한 완벽한 증명을 해냈다면 그는 분명 천재다. 페렐만(애칭은 그리샤다)은 아무도 풀지 못할 것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단박에 점령해 버리고 사라져 버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예전에는 레닌그라드라고 불렀다)에서 어머니와 단출하게 살고 있는 그리샤가 위대하다고 보기 전에 그가 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상을 거부했는지, 그가 왜 100만 달러의 상금을 마다했는지, 그리고 그는 왜 수학을 포기하게 되었는지...저자는 상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마치 취재기자의 긴박한 숨소리를 들려주듯이 빠르게 그리고 아주 정밀하게 내막을 밝혀나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적어도 몇 개 정도의 개념은 맛이라도 보게 되었다. 위상수학이 대체로 어떤 것인가? 푸앵카페 추측이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페렐만이 증명해 보인 3차원, 4차원의 공간적 기하학의 세계.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어떤 것인가?

 

정말 책을 읽는 내내 수학적 긴박감이 계속되었다. 어떤 수학 문제를 풀 때보다도 더 숨막히고 박진감 넘치는 글의 전개가 맛깔스럽다. 뜨거운 태양열이 작열하는 해변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소나기처럼 주변을 맴돌 듯이 빙빙 돌던 고추잠자리가 바로 내 코앞에 앉아 있음을 알게 되기라도 하듯 천재 페렐만의 호흡은 나에게 이미 다가와 있었다.

 

그는 만날 수 없다. 저자나 나나 그 어떤 수학자라도.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리샤가 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조그만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조용히 지내고 있는지. 그는 수학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아니 수학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자폐증 환자니까. 하지만 나는 추측할 수 있다. 푸앵카페 추측은 완벽하게 증명이 되었지만 이제 남은 문제는 없었는가? 아마도 그는 또 다른 문제를 놓고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그것이 그의 인생이니까.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 바다에 들어가기 싫다면 이 책을 보시라. 한 번 읽지 말고 두 번 세 번을 보시라. 분명 수학이 아닌 다른 세계가 열림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니. 차후에 기회가 된다면 페렐만의 논문을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수학은 미적분에서 끝낸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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