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로서 ‘레아’를 향한 반 블리에트의 사랑과 내면의 갈등, 상처를 받고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천재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딸 레아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 그 얼마나 속 깊고 안타까운지.
그리고 같은 동료 의사로서 딸을 위해 자신의 직업과 명예를 버리고 공금을 횡령해서 과르넬리 델 제수라는 바이올린을 사주는 아빠를 바라보는 아드리안 헤르초크.
이 작품은 먼저 시점의 이동이 참 멋지다. 딸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는 반 블리에트의 시점으로 갔다가, 다시 전체적인 관찰자 시점(아드리안 헤르초크의 시선)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읽었을 때는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리 어려운 스토리는 아니지만 철학적 사유의 깊이에 함께 빠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궁을 헤매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바흐의 바이올린 연주곡 파르티타 3번 E장조의 연주 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 즉석에서 연주를 하던 로욜라 드 콜론처럼 레아도 바이올린의 선율에 빨려들고 나도 빨려 들어가는 걸 알게 된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내가 “레아”를 통해 클래식의 세계로 귀를 열게 된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과 음악을 아우르고 예술과 인생의 깊이를 재 나가는 작가의 저력이 무게 있게 다가온 독서 시간이었다.
나는 주로 소설의 뒷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다. 딸을 위해 과리넬리 델 제수를 사 주고 싶은 아빠의 내면 심리가 정말 황홀할 정도로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다시 그녀와 함께 부엌 식탁에 앉고 싶었어요. 그녀는 눈을 감고 있어야 하고, 나는 여기 이 바이올린을 그녀 앞에 내려놓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녀는 눈을 떠도 됩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우리의 아파트는 성스러운 과르네리의 음들로 가득 찬 대성당으로 변합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에서 모든 우울과 공허가 사라지며, 과거에 있었던 나쁜 일들은 단숨에 잊혀집니다.
이 얼마나 숭고하고 종교적인 부성애란 말인가! 과리넬리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바이올린의 노인과의 체스 게임에서 이기면 된다. 나는 그 장면이 특히 재미있었다.
어쨌거나 그건 미친 짓이었습니다. 맙소사, 너무나 미친 짓이어서, 나는 몇 분마다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어요. 소변이 더 이상 나오지도 않는데도요. 그에 반해 노인은 거의 꼼짝도 않고, 눈을 반쯤 감고서 체스 판 앞에 앉아 있었어요.
심각한 상황인데 왜 웃음이 나오는지, 모처럼 해학적인 분위기에 몰입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구입한 바이올린을 레아는 망가뜨린다. 너무나 무참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 분노와 깊은 상처를 이해할 만하다.
딸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아빠를 보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딸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이제라도 딸을 위해 그 깊은 상처와 아쉬움을 어루만져 주고 쓰다듬어 주고 싶다.
![](http://cfile254.uf.daum.net/image/120E4D0D4977EFD418EBC0)
새데코
이 글을...(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