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도 괜찮아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전하는 '우울 졸업'과 행복한 은둔 생활
가토 다카히로 지음, 최태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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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도망’이라는 단어 앞에서 너무 쉽게 판단한다. 나약하다, 비겁하다, 무책임하다… 사회는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그런 낙인을 찍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요한다. 『도망쳐도 괜찮아』는 이 굳어진 사고를 전면에서 부정한다. 오히려 도망을 하나의 전략, 회복의 기회, 그리고 마음의 자율권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버티기'에 중독된 구조인지 먼저 짚는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는 “좀 더 노력해봐” 혹은 “그렇게 살면 안 돼”라고 말한다. 마음의 병은 곧 나의 실패처럼 여겨지고, 그런 인식은 병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 즉 히키코모리로 지칭되는 이들의 삶은 더더욱 이해받기 힘들다. 그들의 방은 단순한 회피의 공간이 아니라, 상처받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존의 방어기제일 수 있다.

책에서는 우울증의 두 가지 유형을 대조하며 주목한다. ‘멜랑콜리형 우울증’이 전통적 사회 규범을 내면화한 사람들의 자기비난적 성향에서 비롯된다면, ‘신세대 우울증’은 회피적 성향과 외부 탓의 경향을 보인다. 전자는 도망을 죄책감으로 여기고, 후자는 도망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두 유형 모두 ‘도망’이라는 키워드 앞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고 있다는 점에서, 도망은 단순한 행동 그 이상이다. 그것은 내면의 갈등과 맞닿아 있는 깊은 심리의 표현이다.

『도망쳐도 괜찮아』는 ‘도망’의 개념을 단계적으로 풀어낸다. 도망의 준비기 – 실행기 – 이후의 회복기를 구조화하여, 무작정 회피하는 것이 아닌 계획적이고 의식적인 이탈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또한 도망을 막기보다, 어떻게 도망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소소한 일탈인 ‘프티 도망’의 경험이 큰 탈출을 위한 심리적 근육이 되며, 이러한 경험이 누적될수록 사람은 오히려 강해진다는 역설적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은-둔-형-외-톨’ 5단계 접근법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선 실천적 제안이다.
1. 은:근히 다가가기
2. 둔:감하지 않게 살피기
3. 형:식보다 진심으로 대하기
4. 외:로움에 함께 있기
5. 톨:통로를 열어주는 존재 되기
이는 힐링이 아닌, 존재의 회복을 위한 감정적 루트맵이며, 가족이나 교사, 사회 구성원들이 은둔자들과 어떤 마음으로 마주해야 하는지를 친절히 안내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지금의 머무는 곳이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문장이다. 사람은 공간 없이 쉴 수 없다. 물리적 공간이든 심리적 공간이든, 안전한 곳이 있어야 다시 세상으로 나올 힘도 생긴다. 그런 점에서 도망은 새로운 힘을 축적하는 쉼의 기술이다.

『도망쳐도 괜찮아』는 단지 도피를 옹호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도망쳐야 하며, 어떻게 도망친 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책이다. ‘도망가면 지는 거야’라는 말에 묶여 괴로워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도망칠 자격이 있다. 도망치는 것 또한 살아남기 위한 용기다.”
지금 도망치고 싶은가? 괜찮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회복으로 가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버티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잘 도망치는 법을 배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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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투자하다
원수섭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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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고 베일에 싸인 영역입니다. 하지만 《인문학으로 투자하다》는 이러한 VC 업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투자의 세계를 심도 있게 조명합니다. 벤처캐피탈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 PRE, 보유지분, 시드투자, 구주, 관리보수, 성과보수 등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금융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저자는 벤처캐피탈 심사역이라는 직업이 단순한 재무적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이라는 묵직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자금의 출처를 늘 마음에 새기고, 기회가 필요한 이들에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저자의 통찰은 벤처캐피탈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실전 벤처캐피탈 심사역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를 철저히 인문학적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출자자금의 원천을 알고, 그 무게를 인식하며 벤처캐피탈이라는 직업이 공익적이어야 한다는 그의 태도는 이 책의 핵심 윤리이자 철학이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투자자들에게’는 진정한 투자자라면 가져야 할 관점, 철학, 그리고 투자 스타일을 심도 있게 다룬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헛스윙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메시지다. 야구의 스트라이크존에 비유된 투자 전략은 명확한 관점과 분석,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 투자의 본질임을 말해준다. 이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시장을 쫓기보다, 자신의 기준과 철학에 따라 묵묵히 길을 걷는 투자의 태도를 강조한다.

저자는 넓은 인맥보다 중요한 것이 깊은 독서와 사고라고 강조한다. 많은 투자사들이 ‘넓은 네트워크’를 성공의 필수조건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럴 시간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소설을 보며 인문학적 성찰을 축적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투자 철학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기준이자 시장을 통찰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2부 창업자들에게’는 투자 유치를 꿈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전한다. 많은 창업자가 “이 시장에서 점유율 몇 퍼센트만 가져와도 대박”이라는 막연한 청사진을 내세우지만, 저자는 이를 경계한다. 시장은 단순한 크기가 아니라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뻔한 접근보다 차별화된 서사와 독창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성공적인 투자는 투자자와의 인간적 교류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감동이, 논리가 아니라 진심이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 '누구머니'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심사역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명을 만나보며 궁합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은 실용적이다. 벤처캐피탈도 결국 ‘사람의 일’이라는 말이 책 전반에 걸쳐 강하게 울린다. 성공적인 투자란 결국 관계의 예술이며,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인문학으로 투자하다》는 단순한 성공기나 지침서가 아니다. 벤처캐피탈이라는 낯설고 복잡한 세계를 인문학의 언어로 풀어내며, 투자라는 행위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철학적 고민을 함께 짚는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투자의 기술뿐 아니라 태도를 배우는 것이며, 동시에 더 나은 투자자, 더 성숙한 창업자로 성장하는 길을 여는 일이다.

인문학적 사유가 이끄는 투자의 본질 탐구
《인문학으로 투자하다》는 베일에 싸여있던 벤처캐피탈 업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인문학적 사유의 과정을 담아낸 책입니다. 단순히 투자의 기술적인 측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로서 그리고 창업자로서 갖춰야 할 본질적인 태도와 철학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흔들리지 않는 투자 철학을 세우고, 성공적인 투자를 꿈꾸는 모든 독자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에게 인문학적 통찰이라는 나침반을 건네주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만의 성공적인 투자 여정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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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자전거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2
고작 지음 / 북극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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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잠든 밤, 갑자기 떠오른 한 가지 생각.
"아, 자전거!"
그 순간부터 아이의 머릿속은 수많은 상상으로 가득 찬다. 어제 받은 노란색 생일 선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전거가 비바람 속에 방치되어 있다는 걱정은 곧 별난 상상의 나래로 이어진다. 뿌지직 번개가 자전거를 태워버릴까 봐, 거센 비가 자전거를 떠내려 보낼까 봐, 외계인이나 곰이 훔쳐가버릴까 봐... 자전거를 향한 걱정은 어느새 하늘을 향한 간절한 기도까지 이르게 만든다. “하나님, 아침까지 자전거를 지켜주세요.” 그 간절함 속에서 아이는 더욱 성숙해지고 다짐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반대편, 곰의 세계가 펼쳐진다.
심심한 밤 산책 중 자전거를 발견한 곰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자전거를 탐색한다. 처음 타보는 자전거는 생일 선물처럼 느껴지고, 발을 구르자 정말로 앞으로 나아간다.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는 즐거움, 별빛 아래 펼쳐지는 환상의 자전거 여행. 곰은 산딸기를 따고, 꽃으로 자전거를 꾸미며 행복을 만끽한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곰의 시선은 자전거가 전해주는 기쁨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한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는 책의 중앙에서 마주친다.
자전거를 사이에 두고 만난 아이와 곰. 서로 다른 걱정과 기쁨, 두 개의 시선이 만나 하나의 풍성한 이야기로 완성된다. 아이의 간절함과 곰의 호기심은 부딪히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마치 서로의 마음을 자연스레 이해하듯, 충돌 없이 만나는 그 순간이 이 책의 가장 따뜻한 포인트다.
『앗! 자전거』는 단순히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 이상이다.
그림책 특유의 감성과 따뜻한 시선으로 ‘다름’을 그려낸다. 아이는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과 소중함을, 곰은 발견을 통한 설렘과 기쁨을 경험한다. 전혀 다른 입장과 마음이 하나의 자전거를 통해 연결되며,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자전거는 소유의 대상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사랑이고 누군가에겐 기쁨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을 때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책의 ‘양방향 구성’이다.

앞에서 읽으면 아이의 시선, 뒤에서 읽으면 곰의 시선. 그리고 중앙에서 둘이 만난다. 이 독특한 구성은 단순한 서사 이상의 기발함을 선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한 권의 책 속에서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자연의 빛깔을 생생하게 표현한 삽화,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낸 얼굴 표정들도 이야기의 몰입도를 더한다.
마치 우리 인생과도 같다.
나의 시선에서 보면 분명한 이야기지만,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이 그림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따뜻한 통찰을 안겨주는 책이다.
자전거 하나에 담긴 두 마음.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이해와 공감.
『앗! 자전거』는 그런 작고 특별한 밤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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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 엄마는 어떻게 대표가 되었을까 - 스터디 카페와 고시원 운영으로 인생을 바꾸다
빛날애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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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천만 원으로 시작한 망한 스터디 카페."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마주한 이 강렬한 문구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저자는 이 ‘망한 스터디 카페’를 어떻게 살려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을까? <내향인 엄마는 어떻게 대표가 되었을까>는 단순히 성공 스토리를 넘어, 한 내향적인 경력단절 여성이 좌절과 두려움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진솔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현재 스터디 카페와 고시원 세 곳을 운영하며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법을 치열하게 배우고 있다. 일하는 엄마로서 매일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고백은 많은 워킹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모든 시작은 망해가던 스터디 카페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공간 안에서 삶의 방향과 의미를 찾아가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사업이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창업 노하우나 경제적 성공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와 두려움, 외로움 속에서 배운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공간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기록한다. 고시원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문을 연다. 누군가는 하루를 버티기 위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 위해 찾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저자는 매일 인생을 배우고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고시원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낮은 곳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깨달음은 단순한 사업을 넘어선 ‘진심’의 경영을 보여준다.

​저자의 스터디 카페 운영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망한 스터디 카페를 살리기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공부 공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정숙한 환경을 조성하고, 편안한 의자로 바꾸는 등 저자의 노력은 상당했다. 특히 스터디 카페 이용 학생들의 민원 문자에 귀찮아하지 않고 즉각 친절하게 반응하며 따뜻한 마음을 담아 소통한 덕분에 학생들의 합격 소식과 감사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는 사업 또한 진심을 담아야만 성공할 수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경쟁이 심화되는 스터디 카페 창업의 현실을 반영하여, 저자는 중간에 스터디 카페 인수 시 입지, 주변 경쟁사, 시설 상태, 수익률 계산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인테리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팁을 제공한다. 소소한 Q&A 내용들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소해 준다. 고시원 창업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권리금 회수 가능성, 건물 하자 여부, 재개발 재건축 건축물대장 확인 등 예비 창업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짚어준다.

​남편과 함께 고시원을 인수하며 인테리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는 이야기는 공간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첫날부터 10개의 빈방을 만실로 만들기 위해 서둘러 청소하고 낡은 가구를 바꾸며 작은 소품과 조명으로 방을 아늑하게 꾸민 후, 네이버 플레이스,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 채널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과정은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쓰레기방을 보여주며 고시원 운영의 실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정리되지 못한 감정, 쌓여있는 외로움, 말하지 못한 사연들이 담긴 공간으로서의 고시원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였던 304호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짐을 정리하며 느꼈던 묵직한 허무함은, 사업 이전에 사람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깊은 공감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날 생일을 맞은 장기 입실자에게 작은 케이크를 드리고, 시장에서 귤 한 박스를 사서 입실자들에게 나눠주었던 저자의 따뜻한 마음은 이 공간이 단순한 사업장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온기가 머무는 작은 세계임을 증명한다. 저자는 무인 사업 역시 결국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며, 절대 편하게 돈 버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왜 아등바등 사느냐는 질문에 ‘그저 나답게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내향인의 단단한 강인함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성공담이 아닌, 직접 경험한 실패와 시행착오, 몸으로 익힌 현실적인 운영 노하우, 그리고 진심 어린 고민과 성장의 기록을 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피어난 따뜻한 온기 또한 함께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이란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보람을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은 경력단절 여성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분들, 스터디 카페나 고시원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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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에서 인간과 삶을 묻다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
벤진 리드 지음 / 자이언톡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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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간은 지금, 그야말로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려 하고, 삶의 방식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변화되었으며, 존재의 의미를 묻는 질문은 더욱 날카롭고 절실해졌다. 『거인의 어깨에서 인간과 삶을 묻다』는 이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들고,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사유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의 묘미는 단순한 철학적 이론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석가모니와 예수, 공자와 노자, 프로이트와 융, 커즈와일과 보스트롬에 이르기까지 — 시대와 문명을 뛰어넘는 ‘거인들’의 사상을 빌려 인간 존재에 대해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 철학적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 독자는 우리 시대를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고통과 구원, 사랑과 덕 — 삶의 방향을 묻는 동양과 서양의 가르침
불교의 ‘사성제’와 ‘팔정도’는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직면하라는 실천적 통찰을 제공한다.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초월함으로써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반면, 예수의 메시지는 사랑과 용서다. 내면의 변화와 도덕적 성장을 통해 사회 전체가 치유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기술과 물질 중심의 오늘날에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공자는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군자의 길을, 노자는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무위의 철학을 강조한다. 개인의 도덕적 완성과 사회적 조화, 그리고 인위가 아닌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태도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불안과 혼란의 해법을 암시한다.

욕망, 진화, 기술 — 인간 존재의 경계를 다시 묻다
욕망은 단지 충동이 아니라 인간의 서사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융은 자기실현을, 아들러는 열등감 극복을 통해 인간을 설명한다. 라캉은 욕망이 타자의 언어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며, 매슬로우는 이를 자기초월의 계단으로 보았다. 다양한 관점은 모두, 인간의 욕망이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추동력임을 일깨운다.

진화론적 시각은 인간을 자연의 특별한 중심이 아닌 생명의 한 지점으로 되돌려 놓는다. 다윈, 도킨스, 굴드 등은 인간이 신의 형상이 아닌 우연과 선택의 결과임을 제시하며,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겸허한 존재 인식을 촉구한다. 우리는 단지 더 똑똑한 동물이 아니라, 책임 있는 진화의 산물이다.

기술과 철학,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는가
커즈와일은 ‘특이점’을 언급하며 인간이 기술과 융합할 미래를 예견한다.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고, AI와 결합된 지능이 새로운 형태의 존재를 만들어낸다는 그의 전망은 설렘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낸다. 반면 닉 보스트롬은 AI의 자율성과 예측불가능성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술은 축복인 동시에 재앙이 될 수 있기에, 기술의 속도만큼 철학과 윤리의 진보도 필수적이라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메시지다.

『거인의 어깨에서 인간과 삶을 묻다』는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되짚는 성찰의 나침반이다.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기술은 우리를 보완하는가 대체하는가 —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지금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 기술은 발전하고 세상은 달라져도, 인간다움이라는 본질은 결국 스스로에게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잊지 않게 한다.

삶의 본질을 묻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한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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