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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 엄마는 어떻게 대표가 되었을까 - 스터디 카페와 고시원 운영으로 인생을 바꾸다
빛날애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천만 원으로 시작한 망한 스터디 카페."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마주한 이 강렬한 문구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저자는 이 ‘망한 스터디 카페’를 어떻게 살려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을까? <내향인 엄마는 어떻게 대표가 되었을까>는 단순히 성공 스토리를 넘어, 한 내향적인 경력단절 여성이 좌절과 두려움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진솔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현재 스터디 카페와 고시원 세 곳을 운영하며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법을 치열하게 배우고 있다. 일하는 엄마로서 매일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고백은 많은 워킹맘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모든 시작은 망해가던 스터디 카페를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공간 안에서 삶의 방향과 의미를 찾아가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사업이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창업 노하우나 경제적 성공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와 두려움, 외로움 속에서 배운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공간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기록한다. 고시원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문을 연다. 누군가는 하루를 버티기 위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 위해 찾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저자는 매일 인생을 배우고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고시원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낮은 곳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깨달음은 단순한 사업을 넘어선 ‘진심’의 경영을 보여준다.
저자의 스터디 카페 운영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망한 스터디 카페를 살리기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공부 공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정숙한 환경을 조성하고, 편안한 의자로 바꾸는 등 저자의 노력은 상당했다. 특히 스터디 카페 이용 학생들의 민원 문자에 귀찮아하지 않고 즉각 친절하게 반응하며 따뜻한 마음을 담아 소통한 덕분에 학생들의 합격 소식과 감사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는 사업 또한 진심을 담아야만 성공할 수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경쟁이 심화되는 스터디 카페 창업의 현실을 반영하여, 저자는 중간에 스터디 카페 인수 시 입지, 주변 경쟁사, 시설 상태, 수익률 계산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인테리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팁을 제공한다. 소소한 Q&A 내용들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궁금증을 명쾌하게 해소해 준다. 고시원 창업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권리금 회수 가능성, 건물 하자 여부, 재개발 재건축 건축물대장 확인 등 예비 창업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짚어준다.
남편과 함께 고시원을 인수하며 인테리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는 이야기는 공간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첫날부터 10개의 빈방을 만실로 만들기 위해 서둘러 청소하고 낡은 가구를 바꾸며 작은 소품과 조명으로 방을 아늑하게 꾸민 후, 네이버 플레이스,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 채널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과정은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쓰레기방을 보여주며 고시원 운영의 실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정리되지 못한 감정, 쌓여있는 외로움, 말하지 못한 사연들이 담긴 공간으로서의 고시원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였던 304호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짐을 정리하며 느꼈던 묵직한 허무함은, 사업 이전에 사람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깊은 공감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크리스마스 날 생일을 맞은 장기 입실자에게 작은 케이크를 드리고, 시장에서 귤 한 박스를 사서 입실자들에게 나눠주었던 저자의 따뜻한 마음은 이 공간이 단순한 사업장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온기가 머무는 작은 세계임을 증명한다. 저자는 무인 사업 역시 결국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며, 절대 편하게 돈 버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왜 아등바등 사느냐는 질문에 ‘그저 나답게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내향인의 단단한 강인함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성공담이 아닌, 직접 경험한 실패와 시행착오, 몸으로 익힌 현실적인 운영 노하우, 그리고 진심 어린 고민과 성장의 기록을 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피어난 따뜻한 온기 또한 함께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이란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보람을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은 경력단절 여성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분들, 스터디 카페나 고시원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