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직업에 대한 직업관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인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직업이나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는 직업은
그래도 어느 정도 사명감을 갖기를 바란다.
가령 의사, 간호사 같은 의료직이나
경찰, 소방관, 교사, 군인, 검사 및 변호사 같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또는 장기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주는 직업에는
좀 더 도덕적인 잣대를 두고 대하게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물론 모든 직업이 사명감만으로 그 직업을 유지시키기는 없다고 해도
그래도 그런 직업들의 기본 사명은 좀 갖고 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의사의 생각] 이라...
작년 말부터 올해 지금까지.. 그리고 어쩌면 내년까지
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코로나 19..
그 전쟁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을 의료진들께
그 노고에 대한 감사와 응원을 보내며
의사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주로 할까 궁금했다.
사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책을 낸 작가분들이 꽤 있는데
나는 시골의사 박경철 님의 책을 무척 좋아했었고
(읽으면서 웃기도 울기도 많이 했기에..)
최근에는 이국종 교수님을 보면서
답답하고 힘든 현실 속 의사들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공감을 하기도 했다.
[의사의 생각] 이 책의 저자 의사 양성관 님은 이 책의 서두에서
환자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슈바이처나 이국종같은 의사는 이 책에 없다고 적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의사들은
완벽한 전문가이자 인간의 생각과 삶을 꿰뚫고 이해하는 이타심 또한 강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의사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불가한 일일 것이다.
어떻게 모든 순간 나의 안위나 상황의 고려는 1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내가 맞이하는 대상을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길 강요하는 것 또한
그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책의 구성은 보고 듣고 두드리고 만지는
환자를 진찰하는 가장 기본적인 순서를 따라
경험했던 에피소드와 함께 그때에 또는 지금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다.


누군가의 생각이나 경험을 듣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게다가 의사라는 존재는 일반적으로 똑똑하고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뭔가 특별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그들이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저자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내가 병원에 갔을 때 나는 어떤 환자였는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직업에나 그 직업에서 여기는 진상 고객이 있는데
병원의 고객인 환자에도 진상이 있다.
그 진상이라는 것이 어찌 생각해보면
어디서나 일맥상통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상대를 하대하거나 막말을 하거나
상대를 의심하는 행동은
비단 병원에서만 아니라 다른 직업군에서도
진상 손님의 특징일 것이다.
의사의 관찰로 쓰인 이야기이지만
아이와 함께 온 부모와의 관계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인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의 생각] 속에는 슈바이처 같은
희생적인 의사가 없다고
필자가 말하였더라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필자 역시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때와 같은
기본적인 이타적인 마음은 충분히 가진 멋진 의사라는 걸 느꼈다.
특히나 요즘은 의료분쟁도 많아지고 병원에 가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또는 지인들의 경험으로
많은 것들을 미리 알고 의사를 대하기 때문에
어떤 분쟁의 소지가 있을 작은 일이라도 걸리지 않을지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충분히 걱정할 수 있다.
외과에서 호스피스로 전과된 암 환자를
바로 전날부터 맡아 주치의가 되었고
기본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거부 동의에 대한 설명을 보호자에게 하고
그 다음날 환자가 운명하게 된 상황.
얼마 후 환자의 보호자가 찾아왔을 때 의사는
혹시 보호자가 뭔가 따지러 오진 않았을지 걱정했다고 한다.
동의서 설명과 구두 동의만 했는데
서면 동의를 받지 않으면 문제로 걸고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간호사가 서면 동의를 받아 스캔해 두었음을 알게 되고
환자의 보호자를 대면했을 때
고마웠다는 환자의 인사를 받고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울었다고 한다.
나는 이 에피소드가 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공감이 가고
그 상황에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진 저자가
그 경험으로 또 한번 멋진 의사로 성장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 환자와 보호자분의 상황도 가슴이 아파
나도 함께 울컥하게 되었다.

진료를 보러 병원에 가보면 의사는 단순히 컴퓨터나 보면서
간단한 처방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는 어지러워요, 머리가 아파요, 열이 나요, 배가 아파요...
이런 단순하고도 빈번한 증상 한 가지만 듣고도
수만 가지의 질병을 떠올리고 정확한 원인을 찾으려 애쓴다.
진찰과 검사로 진단을 내려야 하기에
의사와 환자의 신뢰는 무척 중요한데
그 신뢰는 어느 한쪽이 유능하다고 해서,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의사는 지금 진료 보기 전 환자가 경험했던 의사에 대한 생각과
환자가 앞으로 만나게 될 의사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어떤 때는 의사의 말이 뭔가 부정확한 것처럼 들리고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거구나 느껴졌다.
가령, 검사를 해봐야 한다거나 좀 더 지켜봐야 한다거나 하는
두리뭉실한 말보다는 뭔가 한 번에 결론 같은 말을 듣고 싶은 게 환자의 입장이겠지만
그런 상황이 좀처럼 있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한때 의료인으로 일해봤었기 때문에
나는 의사를 비롯한 여러 의료인들의 노고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들 또한 누군가의 자식이고 가정이 있는 부모이고
개인적인 일들을 즐길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시대적인 상황의 흐름이나 사회의 시선이
간혹 그들에게 가혹한 여건을 들이대고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요하더라도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진솔해서 뭔 이런 어이없는 생각을 할까? 가 아닌
의사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슈바이처 같은 의사는 이 책에 없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일들에 대한 상황에 대한 이해심이 들었고
대부분의 의사들의 기본 소양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의사의 생각]을 따라 그들의 직업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는 의사라는 직업적인 에피소드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만을 증정받아 읽고
가감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