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의 세계 - 가끔은 발칙한,
이금주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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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한 번도 육아가 쉽다고 생각되었던 적이 없다.

특히 첫째 아이일 경우는

경험치가 없어서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아이 못지않게 양육자의 부담과 걱정이 더 크다.

첫째 아이가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데

초등과는 또 전혀 다른 중학생의 생활이

미디어에서 자주 들려오는 뉴스 때문에 더 걱정이 된다.



[중학생의 세계]

20년째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사춘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금주 저자의 책이다.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봐오셨을까..

세월에 따라 변화되는 면도 있겠지만

그 나이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20년 동안 중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많이 안다고,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엄마로서는 막막했다고 고백한다.

그래도 한 분야에서 쌓은 20년의 경험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초보 엄마에게는 큰 힘이 된다.



책에서는 중학생들의 특징적인 말투와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오지만

저자가 베테랑 교사로서의 성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초임 때는 단호히 아이들을 대하면서 문제가 생겼던 일들도

이제는 유연히 아이들을 설득해서 교실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도 아는 교사다.



어른들이 10대 학생들을 보면서 좋을 때다, 이쁘다 하는 이유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즐기는 인생이

찬란히 빛나고 아름답기 때문일 거다.

그 속에 있는 아이들은 정작 깨닫지 못할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나에게도 비 오는 날의 예쁜 추억이 있다.

중학생 때 교복을 입고 버스를 타는 단짝 친구를 위해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우산을 쓰고 있는데도 옷이 다 젖고 있었다.

그러다 지나가는 차가 바닥에 고인 물을 왕창 퍼부우면서

그나마 비를 조심하던 우리는 에라 모르겠다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비를 맞고 발로 마구 물장구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날의 일은 마치 청춘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에게 예쁘게 남았다.




중학생의 세계에서도 어른들의 세계 못지않게


나름 치열하고 인기가 많은 사람은 그 이유가 있다.

아이들도 다 보는 눈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형의 아이는

어른들 세계에서도 또한 그런 유형이 인정받지 않을까 싶었다.

곧 중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꼭 얘기해 줘야지~






어른들이 보기에는 마냥 좋아 보이는 중학생 시절이지만

그들 나름의 힘겨움은 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에 어느 시점이 쉬울 수가 있을까..

여정을 하는 스스로가 겪는 모든 일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고

경험치를 쌓으면서 내공을 쌓고 노하우를 터득하는 과정일 뿐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에서

결코 평탄하고 편안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주인공 지안이 "전 빨리 그 나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 거잖아요."라고 한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세상이 쉽고 편할 줄 알았다.

내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걸 사고 먹고 가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인생에서 덜 힘든 시기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즐겁거나 행복한 순간들이 있을 뿐이다.

그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힘든 여정을 버티고 지내는 것 아닐까?


어른이 되어가는 몸과는 다르게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한 중학생이

그 시간을 잘 지내고 여물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을 응원하고 '괜찮은' 어른으로 곁에 있어주는 것이

성장하는 아이들 옆에 있는 어른들이 할 일이다.







최근에 많이 접했던 안타까운 교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저렇다고?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저자가 겪었던 일들을 보면서도

(신발 끈 묶어달라고 하고,

본인이 분노조절장애라는 이유로 대놓고 선생님을 무시하고

잠자는 아이를 깨웠다고 욕을 하는...)

진짜 이런 철없고 못된 아이들이 있다고?? 충격적이었다.


이런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늘 아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작은 사회인 교실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버티는 선생님들이

감사하고 안쓰러웠다.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아이들이 좋은 어른으로 커갈 수 있기를 바란다.




친구들 간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공부가 중요한 일인 아이들이

왜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고

'공부'에 관해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린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도

공부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공부에 대한 온전한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다른 힘겨움과 생각들이 많았던 거 같다.


그래서 아이에게 융통성 있게 말해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내 머릿속에서는

아이 미래에 대한 온갖 우려와 불안이 밀려온다.




중학생 아이와 이 시기를 잘 지낼 수 있는 팁이

희로애락의 부분으로 설명해둔 점이 흥미롭기도 하고

앞으로 첫 중학생의 스타트를 끊을 큰 아이와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생각보다 단순한 중학생들에게

각 잡고 훈계 같은 칭찬 대신

툭툭 던지듯 하는 단답형 칭찬과

비싸지 않은 카톡 선물을 가끔 하기.



참지 못해 쏘아내는 분노의 말 폭탄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유연히 흘려보내기.

따끔히 혼내야 할 때는 절대 감정을 넣지 않기.



슬플 때는 인생은 원래 그렇다는 꼰대 같은 말 대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너무 꼬치꼬치 묻지 말고 공감해 주기.





아이들에게 나도 자주 꿈에 대한 질문을 해댔다.

꿈이 없다고 하면 이렇게 해서야, 인생 목표 없이 괜찮나..? 큰일인 거처럼 걱정을 하고

뻔한 직업 얘기를 하면 잔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놨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고 어이없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몸도 마음도 혼란 속에서 성장하고 독립할 준비를 하는

중학생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

마냥 두렵고 걱정되던 마음에서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덜어낸 기분이 든다.


다섯 살 아이를 대하듯 해보자는

저자의 말처럼

중학생은 다 큰 애가 아닌 성장하고 있는 아이일 뿐이므로

나부터가 좋은 어른으로 곁에서 응원하고 위로하는 동행자로

함께 해야겠다.


※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를 증정 받아 읽고

가감 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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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의 세계 - 가끔은 발칙한,
이금주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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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학생이 되는 첫 아이가 있어 막막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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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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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관한 고뇌는 나이를 불문하고 계속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사람이라면 죽는 날까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확인하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많은 행위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노력이 개인에게서 시작되지만

사실은 주변의 타인이 그 존재를 인정해 줄 때야

비로소 존재감이란 완성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비스킷]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스러지기 쉬운 비스킷이

이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무려 청소년들이 직접 읽고 심사과정을 거쳐 채택된

청소년 부문 '대상' 작이다.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많은 문학들이 있지만

어른이 쓰고 어른이 선택하여 탄생하는 것이 아닌

타깃 독자층이 직접 그 작품을 심사하고 선택한다는 점에서

참신하기도 하고 더 의미 깊은 과정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이 작품이 선정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책의 제일 마지막에 청소년 심사위원단 안내와

과정이 안내되어 있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청소년 심사위원단에 적힌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보면서

입시 준비에 바쁜 청소년들이 이런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기특하기도 하고

단순히 작품을 읽고 투표하는 과정이 아닌,

읽을 분량의 미션과 질문에 답하고

줌 심사 모임을 하면서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이해도도 높이고

투표를 통해 작품을 선정했다고 하니

책 한 권을 읽으면서도 깊이 있는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가 '○○의 시끄러움' 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주인공은 주변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아이인가? 하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주인공 제성이는 청각이 무척 예민한 아이여서

타인이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소리 강박증, 청각 과민증, 소리 공포증의 치료를 받고 있다.


게다가 '비스킷' 이라는 신비한 존재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 자기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소외되는 사람이

3단계에 거쳐 사라져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두 조각으로 조각나다가 가루로 부서져버리는 비스킷처럼

서서히 사라져가는 존재들을 비스킷이라 명명했다)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남이 잘 들을 수 없는 것을 듣는 아이가

타인에게 평범한 아이로 보이기는 힘들 것이다.

문제아로 인식될 수도, 이상한 아이로 인식되어

그 아이 스스로 존재감이 흔들릴 수도 있을 텐데

다행히 주인공 제성이에게는

제성이의 능력을 믿고 함께 도와주는 친구, 덕환이와 효진이가 있고

부모님보다 더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주는 이모가 있다.


지지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비스킷은 1단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비스킷의 단계는 수시로 변한다.

자신을 단단히 지켜가며 아예 비스킷이 안되는 사람도 있다.

이 이야기는 제성이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존재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타인을

비스킷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따돌림에 의해 존재감이 작아진 아이를 돕고,

가족 구성원에 의해 소외된 아이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가장 흥미진진한, 자칫 저렇게 어설프게 해서 구출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가정폭력 피해자를 구출하기까지

주인공의 신비한 능력을 이용하긴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주변인들이 함께 했기에

주인공 스스로도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네가 괴로운 일을 당해 숨고 싶었던 건 잘 알아.

근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우리 휘둘리지 말고 같이 자신을 지켜 내자."


"미안하다는 사과는 너 자신한데 해.

지금껏 좋아하지 않아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앞으로 최선을 다해 아껴 주겠다고."



누군가에게서 인정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해 괴롭고 힘들 때

그걸 그저 덤덤히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가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면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 스스로가 나를 존중하고 타인에게 나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 또한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닐까..




"쉿! 그냥 바람 소리나 듣다가 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멋진 말을 들었다.

천국에 들어왔으니 조용히 천국을 느끼라는 의미.

풀잎이 발밑에서 춤을 췄다. 내 심장도 리듬을 타듯 두근거리는 걸 감출 재간이 없었다.



어떠한 멋진 치장으로 포장된 말들보다

그저 어떤 시점의 풍경이, 바람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그걸 그냥 있는 대로 편안히 느끼다가 가~라는 한마디가

큰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다.




비스킷에게 집중하느라고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관심이 소음을 차단할 수도 있구나.



나에게 고통스럽고 나를 예민하게 하는 것이 있더라도

내가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집중을 할 것이 생기면

그 고통이 덜어질 수 있다.



"시들어 가는 게 아파 보여서. 나라도 기억하려고."

주택 공사를 하면 정원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비스킷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든 꽃을 심었다.

아프겠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멸하면 잊힐 거라는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는 비스킷이 어떤 아이인지 좀 더 알고 싶어졌다.



뻔히 결말이 보이는데도

어찌 보면 무의미하고 허무할 거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비스킷이 결국에는

우리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힘겨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어쩌면 서로의 존재감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그때 조제가 나를 지나쳐 가선 효진이의 손을 살짝 붙잡았다.

효진이가 깜짝 놀란 얼굴로 옆을 바라봤다.

그림자처럼 어둡던 조제의 몸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려고 마음먹으면 바로 나타날 수 있구나.

물론 그전에 비스킷의 존재를 인지하려는 효진이의 노력이

조제의 마음에 가닿았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도움이 빛을 발하려면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노력과

그 노력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서로 한 발자국씩 다가서야 가능할 것이다.



"조금 전에 깨달았는데 내 존재감은 사회나 학교나 가족을 통해 생겨나는 게 아니더라.

난 비스킷을 찾아내는 것으로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만들었어."



자신의 존재감을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일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고 집착했던 한 가지 일이나 대상에게서

실패를 맛보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나의 존재감을 굳건히 할 수 있기에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노력해서 얻은 관심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다른 관심을 불러와서 쭉 이러질까.

어쩐지 나는 후자일 것만 같다.

노력해서 없는 것들이 진짜 값진 법이니까.

우리는 값진 것을 받아도 될 만큼 노력하고 있으니 조제에게도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진짜 이름이 뭐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조제에게 나가가기 전에, 이름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조제가 슬며시 웃는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지안. 앞으로 잘 부탁해."

내 가슴에 특별한 이름이 영원히 새겨진 순간이었다.



노력해 봤자 이 세상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포기하고 단념하는 편보다 작은 용기라도 내어 노력하는 편이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의 말처럼 존재를 인지하는 그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사회 속에 있으면서도 소외된 이웃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뉴스에서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가타부타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그러다 보면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고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엉뚱한 방향으로 분노가 이어져 정작 그 사건은 그렇게

안타까운 '남 일'로 끝나버릴 때가 많다.


존재감이 희미해져 사라져버리는 일은

타인이 아닌 나에게도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는지 작은 관심을 갖는 것부터가 중요하고

그런 일이 생길 때 나 스스로도 용기 있게 힘을 내야 한다.


얼마 전에 신랑이 출장으로

새벽시간에 고속버스를 타야 할 일이 있어서 배웅을 하러 갔다.

아직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이라

조명도 제대로 켜지지 않은 터미널이었는데

늘 그렇듯 신랑이 탄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지켜볼 요량으로 버스 근처에 서 있었는데

신랑이 창밖으로 나를 찾는 듯 이리저리 살피더니

커튼을 치고 '조심히 잘 들어가'라는 톡을 보내는 것이다.

난 신랑이 바로 보이는 창밖에 그대로 서 있었는데

조명이 없는 곳이어서 주변 어둠에 묻혀

내가 보이지 않아서 가버린 줄 알았다고 한다.

그제야 아차 하고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내가 있는 곳을 스스로 비추면서

인사를 다시 해줬다.


내 주변 환경이 아무리 어둡더라도 나 스스로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작은 조명을 켜는 노력과

그것을 알아봐 주는 주변의 관심이 더해질 때

존재감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존재감을 유지하는 일은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충족될 수 없다.


나 스스로를 지키고 주변을 살피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 이 포스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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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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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을 유지시켜주는 힘은 스스로의 자각과 타인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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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 부모의 말 공부
이현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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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혼란의 시기가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단연코 사춘기 시절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체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신적인 변화를

아직은 미성숙한 한 생명이 인격체로 진화하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인이 되었을 때

인생을 살아가는 기본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경험하는 당사자도 혼란의 도가니이겠지만

그걸 직면하는 부모 또한 굉장한 혼란과 고뇌의 시기일 것이다.


내 품 안에서 나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가

어느 순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이러다가 우리 사이가 큰일이 날 것 같고

부모인 내가 이 시기를 잘 받아줘야

내 사랑하는 아이가 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것만 같은

무거운 책임감마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엄마의 갱년기와 딸의 사춘기가 같이 오면

엄마 갱년기가 이긴다.


라던가


딸인 너는 갱년기 안 겪어봤지만

엄마는 사춘기 겪어봤으니

엄마가 한 수 위다.


이런 말들로 아이의 사춘기가

좀 수월하게 지나가길 염원하지만

사실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모두

내 사랑하는 아이가 그저

덜 힘들게 신체적, 정서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잘 적응해 주길

바라는 마음뿐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의 삐딱한 행동과 말이 거슬리고

말다툼을 하던 어느 날,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딱인 책을 발견하게 된 나는

눈이 반짝이는 걸 느꼈다.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


육아의 과정은 참 멀고도 험한데

모든 시간들 어느 하나 허투루 보낼 수도 없고

그 과정들이 모두 아이에게 크든 작든 영향을 주니

부모의 고뇌와 공부는 끝이 없다.


정말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접했다.




육아서뿐만 아니라

육아, 심리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론적으로는 대충 알게 되었다.


아이의 사춘기는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 또한 조금씩 아이와 이별할 준비를 해야 하는 거라고..


하지만, 막상 아이가 사춘기의 나이에 접어드니

그전과는 다른 아이의 말투, 눈빛, 행동에 여간 당황스럽고 때때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책의 내용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눠있다.

1부는 사춘기의 특징과 사춘기를 잘 보내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원칙,

2부는 일곱 가지의 장으로 나누어 실질적으로 사춘기 아이와 겪는 상황에 따른 말과 대처 방법이 나와 있다.

아이의 상황에 맞게 바로 찾아서 볼 수 있던 점이 유용했다.




사춘기 아이들의 특징

자아중심성

감성적

충동적

비논리적

감정 조절 능력 약화

기억력 저하

장기 계획성과 문제 해결 능력의 약화

결과 예측 불가

인정 욕구 강화


나열된 특징을 보기만 해도 답답해진다.

만일 성인이 이런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해도 정말 답답할 노릇인데

아이들은 인격이 형성되고 있는 과정이니

이런 특징들의 표출 형태가 더 종잡을 수 없고

이걸 겪는 아이들이 안쓰러울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이런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으면서

형성되고 자리 잡힐 4가지 힘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는데

바로 아래의 내용들이다.


아기 때는 부모가 아이의 신체적인 성장을 도왔다면

사춘기 시간 동안에는 스스로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성인이 될

정서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주도성, 자기 조절력,

자기 효능감, 회복탄력성


이 네 가지 힘을 떠올려보면

몸은 성인으로 성장을 하여도

외부적으로 혹은 내부적으로 문제를 가진 많은 어른들이

저런 힘이 부족해서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예민하고 격렬한 사춘기 딸과 대화 스킬의 원칙이 있다.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모든 원칙을 매 순간 내가 다 적용하여

딸에게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나와 딸 모두 이 시기를 건강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




2부는 공부습관, 일상 습관, 부모와의 관계.. 등등의 상황에 따라

아이들이 하는 말, 그 속에 숨겨진 딸의 속마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부모가 드는 생각,

대화를 통해 아이가 갖게 될 힘을 제시함으로써

어찌 보면 쟤 왜 저래? 또 삐딱선 이네..라고 생각할 말들도

내 딸이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힘을 가지려고 하는 말이구나

이해가 조금은 되었다.

물론 나도 초보 엄마이고 사람인지라

100% 너그럽게 순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이론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클 것이라 생각된다.




상황들을 읽다 보니

내가 딸에게 자주 들었던 말도 있고 그 말을 듣고 생각하고 대응했던 말도 있어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찔리기도 했지만

그에 반해 아직 내가 한 번도 맞닥뜨리지 않는 상황과 말들도 있어

초6인 큰딸도 곧 저런 말을 나에게 할까 두렵기도, 걱정되기도 하면서

아직 저런 말을 하지 않은 게 사춘기를 잘 지내고 있다는 건지

저런 말조차도 나에게 숨기고 있지는 않는 걸까

온갖 감정이 들었다.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엄마도 힘이 들지만 아이 역시 사력을 다해 나오는 거라고 한다.

사춘기 시기 또한 아이는 최선을 다해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시행착오와 통증을 겪을 것이다.

엄마인 나는 그런 아이를 믿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딸아이뿐 아니라 나 또한

더 괜찮은 부모로 성장할 것이다.


사춘기 딸이 힘겨운 부모가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만을 증정 받아 읽고

가감 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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