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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마노의 일러스트 자수 - 실과 바늘로 그리는 나만의 작품
류승희(마노자수) 지음 / 책밥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들어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칼바람에 기온까지 내려가서
갑작스럽게 겨울이 와버린 느낌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좋은 것이 몇 가지 있는데
따뜻한 차와 군고구마가 맛있어진다는 것이고
새콤달콤 귤을 따뜻한 담요를 덮고 까먹을 수 있다는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핸드메이드를 맘 놓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핸드메이드에 무슨 성수기가 있나 싶겠지만
여름에는 손에 땀이 나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핸드메이드를 긴 시간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한 점이 있다.
따뜻한 것이 생각나는 계절이 오면 그런 걱정 없이
손으로 만드는 활동에 제약이 없어서인지
유난히 추워지는 계절이 오면
자수나 손뜨개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내가 자수 책을 볼 때는 몇 가지 유심히 보는 것들이 있는데
첫째로는 자수의 기법을 얼마나 충실하고 다양하게 보여주는가.
어떤 자수 책들은 아주 기본 기법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심심한 느낌을 준다.
또 어떤 자수 책은 심화된 기법이 주를 이루어 보기에는 화려하고 멋있지만
초보자들이 막상 따라 하기에는 힘에 버거울 수 있다.
그래서 적절히 섞여 있는 책들이 나는 좋다.
두 번째로는 완성된 작품의 자수의 완성도인데
자수가 정갈하게 수놓아진 작품들의 자수 결을 보는 그 쾌감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감탄과 함께 나도 저렇게 멋지게 수놓고 싶다는 의욕이 마구 일어나기 때문에
그런 멋진 작품들이 가득한 책들을 보게 되면 마치 보물을 갖고 있는 거 같은,
언제라도 모르는 게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곁에 있는 듯한 든든함이 있다.
세 번째로는 자수 도안의 스타일적인 느낌인데 이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다.
자수 작가마다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어떤 작가들은 자연주의적인 느낌이 강해서 풀, 꽃, 나무 같은 도안들 위주이고
어떤 작가들은 일러스트 느낌이라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일러스트 느낌의 자수를 좀 더 선호하는 편인 거 같다.
이 세 가지에 너무나 적절히 부합하는 마음에 쏙 드는 자수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알록달록 마노의 일러스트 자수]


[알록달록 마노의 일러스트 자수] 책은 4가지의 챕터로 분류하여 작품을 실어두었다
가장 기본적인 쉬운 스티치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평면 자수,
좀 더 밀도 있게 도안을 채우는 평면 자수,
볼륨감 있게 만드는 입체 자수,
원단을 덧대어 다채로운 표현을 하는 아플리케 자수까지
초보자가 단계별로 차근차근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세심함이 엿보인다.

자수하기에 앞서 자수를 할 때 필요한 준비물들을 설명해둔 페이지도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진정한 초보자가 처음 접하는 책으로 손색이 없는 정도이다.

스티치의 종류와 형태를 실사와 함께 설명해둔 페이지가 있어
한눈에 어떤 스티치인지 알아보기가 쉽다.
책 속의 도안과 설명을 보는 방법에 대한 내용도 친절히 적혀있는데
보통은 스티치를 할 때 한가지 색을 바늘에 꿰어 사용하는데
이 책에는 두 가지의 실을 섞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참신했다.
각 챕터마다 그 챕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티치들을
실사와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스티치 과정 설명이 아주 상세해서
초보자들에게 아주 환영받을만하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점은
스티치로 수를 놓다 보면 직선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곡선의 형태나 모서리 부분을 꺾어서 계속 수놓아야 하는 부분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럴 때는 수를 어떻게 떠야 하는 건지 잘 몰라서 난감할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원 형태나 각진 형태일 때
수를 어떻게 떠야 하는지까지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치마다 QR코드로 동영상을 볼 수도 있어서
이보다 더 자세한 자수 스티치 책은 없었지 않나 싶었다.



작품의 설명은 완성된 작품의 사진과
작품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실의 색상과 부수적인 준비물이 적혀있고
실사와 함께 과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수놓는 방법뿐 아니라 그 작품이 책갈피 면 책갈피 만드는 방법이
파우치 면 파우치 만드는 방법이 함께 실려 있어서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따라서 만들어보기에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선생님이 옆에서 가르쳐주는 것처럼 책을 보고 따라 하면 될 것 같다.
(작가 작품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일부 모자이크 처리)

팔레트 티 코스터
사각이나 원형 티 코스터는 많이 봤는데
이런 디자인적인 티 코스터는 거의 못 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대로 물감 부분의 색실을 변경해도 예쁠 거 같다.
오동통한 물감의 느낌이 좋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수놓는 방법도 책에 아주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바늘 케이스와 핀 쿠션
케이스에 수놓은 그림들이 지갑 같기도 하고 여행 캐리어 같기도 해서
여권 케이스 같은 느낌을 준다.
마치 이 바늘 케이스에서 바늘을 꺼내는 순간부터 자수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될 거 같은 느낌이다.

첫 번째 챕터보다 살짝 심화된 두 번째 챕터에서는
좀 더 다양한 스티치를 사용한다.
새롭게 소개하는 이 스티치들 역시 그
냥 일반적으로 스티치 방법만을 설명하지 않고
면으로 채울 때, 스티치를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원형으로 둘렀을 때
이렇게 꽃 모양이 된다는 식으로 설명을 상세히 하고 있으니
초보자들이 이해하고 응용하기 아주 좋다.
너무 친절한 스티치 설명이 정말 자꾸만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생일 케이크 카드
이보다 더 정성스러운 카드가 있을까?
예전에 친구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십자수로 수놓은 그림을 붙여 선물해준 적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좋아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예쁘고 정성스러운 수가 놓인 카드 자체가
다른 선물이 필요가 없을 거 같다.

수영장 지퍼 파우치
시원한 색감의 원단에 놓인 튜브 자수가 잘 어울려서
당장이라도 들고 물놀이를 하러 가야 할 거 같다.
보통은 반제품 파우치를 사용하는데
작가가 직접 파우치를 만드는 방법까지 설명해 두었기 때문에
활용도에 맞게 파우치 사이즈를 조절해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

동물 알파벳 포스터
보자마자 귀여워서 꺅~! 소리가 나왔던 작품
일러스트 자체가 너무 귀엽고 색감 또한 사랑스럽게 잘 표현된 작품이다.
포스터로 사용해도 좋고
따로 다른 작품에 활용해봐도 너무 좋은 작품이다.
도안의 그림을 모두 수놓아 표현하지 않고 패브릭 마카를 칠하거나
비즈를 이용하는 등 다른 소재들과 잘 어울리게 구성해서
작품의 도안이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준다.
3번째 챕터에서는 입체 자수를 다룬다.
역시 스티치 기법의 설명부터 하고 있는데
이럴 수가~!
블리온 스티치의 설명하는 자수 책을 많이 봤지만
아래로 볼록한 모양, 위로 볼록한 모양
이렇게 디테일하게 설명한 책을 본 적이 없는거 같다.
진짜 이 자수 책은
작가님이 자수 초보자들에게 진짜 옆에서 설명하듯이 해주고 싶어서
작정하고 만든 책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자수 초보자들에게 꼭 얘기해주고 싶다.
마노 작가의 책을 사세요~
두 번 사세요~~!!

인어공주 키링
손에 진주 비즈를 달고 있는 인어공주~
인어공주의 꼬리를 입체 자수로 표현해서인지 확실히 생동감이 있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고 예뻤던 진주를 품은 조개 동전지갑
똑딱이 프레임은
여닫는 것이 간편하고 똑딱이 프레임으로 지갑을 만들면
마치 조개 입을 여는 것 같아서 조개 지갑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많은데
진짜 조개 디자인으로 똑딱이 프레임 동전지갑을 만들 줄이야~~!!
주재료와 너무나 잘 들어맞는 디자인이라
감탄하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는데
찬찬히 보다 보니 정갈하게 수놓은 자수결이 돋보인다.
역시 자수는 결이 중요해~!
꼼꼼하게 결을 살리지 않았다면
이처럼 멋지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센스 있게 왕방울만 한 진주 비즈로 포인트를 똭~~!!
진짜 너무 예쁘잖아~~!!
앞서 본 인어공주 키링과 찰떡이다.

카네이션 용돈 봉투
이보다 더 고급진 돈 봉투는 없을 거 같다.
깔끔한 흰색 원단이 참 잘 어울린다 싶었는데
사실 카네이션 테두리의 바깥쪽 사선 무늬도
원단의 원래 무늬가 아닌 작가의 의도된 디자인이라는 사실~!
이런 용돈 봉투에 담긴 용돈이라면
금액의 크고 작음이 중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원단을 덧대는 아플리케 기법을 설명한다.
사실 아플리케는 퀼트의 가장 대표적인 기법인데
자수만으로 도안의 면을 채워도 예쁘지만
아플리케로 원단을 덧대서 포인트를 주는 색을 입혀도 참 예쁘다.

크리스마스 트리 포스터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자수 도안 중 나무가 제일 1순위가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컨셉이지만 따로 사용해도 다른 계절에도 무난할 거 같다.
12가지 디자인의 다른 스티치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멋진 도안이다.

태양계 포스터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태양계 행성이 8개가 아닌 9개로 명왕성까지 포함해서 배웠었는데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은근 섭섭한 마음이 들었었다.
신비스러운 태양계의 행성들을 각각 다른 색의 원단으로 아플리케하고
각 행성의 특징을 자수로 표현해서 애들 방에 걸어두면 좋을 거 같다.
꼭 포스터가 아니라도 커튼에 포인트로 수놓아도 예쁠 거 같은 자수다.

커피를 부르는 수틀 액자
사회 초년생 때는 커피가 너무 써서 즐기지 못했는데 같이 일하던 선배들이
일을 좀 더 하다 보면 너도 커피 맛을 알게 될 거야 그랬었다.
일의 고됨을 배우고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면 커피도 즐길 수 있게 되는 걸까
보기만 해도 향긋한 커피향이 날 거 같은
커피 관련 아이템들을 수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원두를 담은 종이봉투~!
아~! 작가님 진짜~!
진짜 크래프트지를 사용해서 만든 원두 봉투라니 너무 리얼하다.
마노 작가의 센스와 창의력에 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작업실 풍경 자수 도구함
처음에는 수틀에 끼워진 자수 작품인가 했는데
저 수틀까지 다 완성된 작품이라니~~!
작가의 창의력의 끝은 어디일까~!
자수 소품들뿐 아니라 작은 다른 소품들을 보관하기에도 좋은 아이디어다.

책 뒤에는 큰 작품의 도안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 책의 한가지 아쉬운 점이
책에 소개된 모든 작품의 도안이 실물본 그대로 첨부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큰 작품의 도안만 첨부되어 있고
작은 도안들은 책밥 출판사의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다.
(**작가의 도안은 작가의 저작권이 있는 것이므로 상업적인 용도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파일을 다운받고 직접 출력해야 한다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치고라도
나는 이 책이 자수를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들에게는 강추라고 말하고 싶다.
상세한 스티치 설명에 더불어
작가의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완성된 자수 책이라니
오래도록 사랑 받는 자수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만을 증정받아 읽고
가감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