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를 펼쳐서 읽을 때는
대충 육아서의 기본 포맷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기대감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듯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식의 육아 고수, 혹은 마스터들의
간결하고 단호한 느낌의 글들을, 핵심 내용을 찾아
필기하면서 봐야 할 것 같은 육아서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작가의 들어가는 글부터가
은유와 감성이 느껴져서
육아 훈련서(?)라기보다는
육아 감성 에세이 같은 느낌이 강한 책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바짝 힘을 주고 열심히 읽고 있다가
뭔가 어색한 기분에 글이 잘 읽히질 않았는데
조금씩 힘을 빼고 작가의 글 흐름을 따라 읽어가다 보니
작가의 감각적인 감성 육아에서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보였다.
작가의 여행 에피소드에서도
작가의 육아 관념을 엿볼 수가 있는데
집에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각 나라의 문화들을 달달 외우게 하는 대신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돈을 모으고
그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보고 배운다.
여행을 가서 되도록 많이 보고 듣고 즐기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대부분 계획하게 되는데
작가는 여행지에 있는 벼룩시장, 서점을 둘러보며
그 속의 사람들 삶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는다.
이런 여행은 나에게 정말 꿈같은 이야기인데
작가는 여행 루틴이 그러하다고 하니 부러운 일이다.
해외가 아닌 동네 산책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놀이터를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돈과 시간을 들여 외국까지 가서
아이들이 놀이터를 참새 방앗간처럼 머물더라도
나는 여유를 가지며 보고만 있을 수 있으려나...?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추억할 거리를 만들 것인데
어른들의 게으름이 필요한 순간이다.
게으른 육아라는 것이 뭘까? 계속 생각하며 책을 읽었는데
결국은 게으른 육아라는 것은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육아인 것 같다.
제일 되지 않는 것, 힘든 일이다.
당장 밥을 해 먹이고 옷을 입히려 빨래를 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키우려 청소를 하는 등의 집안일에 치여,
학교 진도에 혹은 주위 엄친아 얘기에 흔들려서
뒤처지면 어쩌나 조바심에 하는 문제집 공부에 치여
정작 제일 중요한,
아이 말을 듣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육아를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