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실전 매뉴얼
오렌지나무 지음 / 혜다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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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사회 문제가 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우울증은 개인적으로도 슬픈 병이고 
우울증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뉴스에서 보기도 한다.

차라리 다리뼈가 부러졌다거나
장기의 손상이 있는 거라면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객관적 자료가 있으니
주위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고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우울증이란 녀석은 
겉으로는 멀쩡한 듯 가면은 쓰고
타인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속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미처 일찍 발견하지 못해서
병이 깊어지는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진다.



마음의 병인 우울증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대부분 자기 계발서나 심리학 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수 있다.

나 또한 마음이 힘들 때 
나 스스로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심리학이나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어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거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많은 책들이 분명 
의지를 굳히고 마음을 다독이고 
생각의 환기를 시키는 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가슴 깊이 울려준다는 느낌이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 책들이 도와주는 입장에서 쓴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그 구명보트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생각의 생각에 꼬리를 물고 
땅을 파고 들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고
코로나가 터진 후 1년이 넘게 3명의 아이를 
학교, 어린이집을 거의 못 보내고
집에서 아웅다웅... 그러다 올해 
겨우 다시 학교와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없는 하루 4시간여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뭔가 공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이 책은 20년을 우울증과 직접 싸우며 지내온 저자가 
자신이 어떻게 처절하게 
우울증 때문에 고생을 했는지 고백하고
또 그 우울증을 이겨내고자 노력해왔는지 진솔하게 쓴 책이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해주는 말처럼
가슴 깊이 다가오는 위로가 있을까? 
 




목차를 쭉 훑어보기만 해도 
우울증이 얼마나 힘든 병인지,
또 저자는 
그 우울증을 견디고 버티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우울증이 감기처럼 
병원 가서 진료받고 처방받고 쉬면 낫는 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도 우리나라는 그런 인식이 부족해서
우울증이 있는 많은 분들은 
타인의 시선까지 더해져 
더 힘든 치료 과정은 경험하는 거 같다.

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나 감기 걸렸어' 와 같은 뉘앙스로 
쉽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아주 진솔하게 터놓고 이야기한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도 
말하기 조심스럽고 
어찌 보면 껄끄러운 현실일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한 생각이 
우울증 환자를 더 힘들게 하기 때문에 
빼놓지 않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들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증상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거 같다.
무기력함, 불안감, 열등감, 죄책감, 수치심.. 등등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정신을
온통 장악해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 정신이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우울의 바다에서 구명보트를 띄우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들에서 '나'를 빼내는 힘이 필요한데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그런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진심 어린 위로 덕분에
몇 번이나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삼키며 글을 읽게 되었다.

나 스스로가 천대하던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절대자에게 기도하는 것이 아닌
힘든 와중에도 그래도 견디며 버텨온 나에게 
감사일기를 쓴다는 생각의 전환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가 자신의 힘든 경험을
온전히 경험자의 입장에서 
위로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울증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자신의 경험들을 가감 없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한 경험들까지도 
이 책을 읽고 
시도해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계발서에서 강조하는 정신무장은 
이미 정신과 마음이 부서져 지친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어쩌면 닿을 수 없는 오로라와도 같은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그런 단단한 정신무장보다는 
차츰차츰 점진적으로 작은 것부터 해보는 
저자의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번아웃 같은 정신 상태였을 때 
꾸준히 운동을 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꾸준한 운동이 실패하니 
그 실패가 또다시 자존감 저하로 연결되었다.
밖에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고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아
나 혼자 우두커니 멈춰 선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경험들을 읽고 있자니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뭐든 시도해볼 만한 방법들은 많다는 것에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거창한 목표나 빡빡한 스케줄이 아닌
습관이 되는 루틴의 일상을 하나둘 만들면서
몸을 움직이는 일련의 활동들이 우울증을 밀어내고
부정적인 사고를 조금씩 벗어나는 일이다.




우울증의 완치는 
개인이 생각 전환과 노력이 제일 필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든든한 심리적 지원군의 역할이 
어느 병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을 지켜보고 지지해주는 이들이 함께 본다면 
더 큰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은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지만
이겨내지 못할 병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이라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망망대해에서
구명보트를 꼭 찾아 붙들어 매길 바란다.

이 책이 분명 그 구명보트를 붙잡을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거라 확신한다.

※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만을 증정받아 읽고
가감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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