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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심리학 - 서운한 엄마, 지긋지긋한 딸의 숨겨진 이야기
클라우디아 하르만 지음, 장혜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엄마의 딸이고 세 딸의 엄마이다.
많은 엄마와 딸의 관계가 그렇듯 나 또한
엄마와 많은 심리적 갈등을 빚으며 살아온 거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이라고 크게 나아진 것도, 그간의 다친 마음이 아문 것도 아니지만
단지 이젠 나도 성인이 되었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그간의 상처는 덮어두고
더 이상의 상처를 서로 내지 않는 소강상태라고나 할까...
애증의 관계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여전히 나는 엄마와 불편하다.
물리적인 거리로 자주 보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래도 신경이 덜 쓰이나 싶어도
사실 그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딸을 키우면서
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늘 답답하고 고민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와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엄마와 딸의 심리학]
서운한 엄마, 지긋지긋한 딸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표지의 글이
어쩌면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면 엄마, 나 그리고 나의 딸
이 관계를 속시원히 개선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까..

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책이었나 보다.
2012, 2019년의 개정문까지 있는 걸 보니 말이다.
하긴 세대가 달라지고 세월이 흐른다고 한들
엄마와 딸의 근본적인 관계의 차이가 크겠는가 싶다.
아기로 태어나기 전 태아일 때부터 제일 먼저 관계를 갖는 것이 엄마이고
또 그 엄마에게서 성장을 하니
엄마의 영향을 받지 않고는 성장을 못 하는 게 딸이다.

엄마가 되고 보니
사람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에서 학창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기까지
느꼈던 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된다.
그런 감정들은 아이를 통해 처음 느끼고 배우는 거지만
동시에 내가 아이였을 때 엄마가 나에게 했던 대로
내 아이에게 답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엄마의 관계에서 느끼고 배운 많은 것들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한 인간으로 태어나고 여자로 자라면서 엄마가 되어간다.
아이가 다 크면 엄마는 다시 여자 본연의 삶으로 돌아간다.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인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여자의 인생이다.
아이를 향한 염려 섞인 사랑이
엄마의 역할을 (그것이 아이에게는 지긋지긋한 형태일 수도 있겠으나)
그만하도록 만들지 않기도 하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아이가 아프다면
그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회사에서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다면
조부모의 도움이 또 필요하니 결국에는
엄마의 역할이 소환되는 것이다.

학대가 대물림된다는 말은 뉴스에서도 많이 들어왔다.
대물림은 학대뿐만이 아닐 것이다.
부모의 생각, 고정관념, 삶을 바라보는 생활방식 등등
전반적인 부모의 양식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지고
또 그 아이가 커서 자신의 아이에게 전달한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말한 수많은 딸들이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자신의 엄마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부라도
비슷하게 살거나 본인의 자녀에게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책 속에 나온 많은 사례들이
더 무겁게 다가와서
책을 읽는 게 힘이 들었다.
안 그래도 내 아이를 대할 때,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투, 눈빛,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해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데
이런 일련의 반복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거라는 사실이 슬펐다.
그렇지 않도록 노력은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엄마를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그 삶을 들여다보고
깊이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엄마와 딸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상담한 많은 딸들의 사례를 보면서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위안도 얻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도움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좀 부족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엄마를 생각하면
엄마의 삶이 안타깝고 슬프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도
엄마의 의지가 대단하고 대견하다고 생각되는
양가감정이 든다.
어느 정도 엄마의 삶에 대한 이해가 있고,
그런 힘든 와중에도
엄마의 삶을 잘 버텨온 것에는 존경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받은 많은 상처 나 우울한 감정을 희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아직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런 건지도 모를 일이다.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면
나도 내 딸에게 덜 상처 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도 여전히 생각은 많아지고 마음은 복잡해진다.
엄마와의 관계는 완벽히 회복하지 못하더라도
딸과의 관계는 그래도 변화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내가 노력한다면
대물림의 고리를 끊고
딸에게 긍정적인 기운이 많은 애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도 않고 빨리 변화되진 않겠지만
나는 내 딸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이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 클럽' 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만을 증정받아 읽고
가감 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