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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랬던 게 아냐
멍작가(강지명) 지음 / 북스토리 / 2020년 11월
평점 :
금방 끝이 보일 줄 알았던 코로나 사태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친하게 지내던 가족, 지인과의 만남은 물론이고
해외로 이동하는 것까지 허용되지 않은 답답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한 줄 알았던 많은 일들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 아닌
꿈처럼 아득하고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된 지금,
많이 지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한 이때
작은 위로가 되는 책을 만났다.

[나만 그랬던 게 아냐]
멍작가 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현재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혹은 여행을 하면서,
경험하고 추억 속에 있던 많은 먹을 것, 마실 것들에 대한 글들을
책으로 냈다.


작가 역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보통 사람이다.
언제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많은 일들을
이제는 강제적, 타의적으로 할 수가 없는 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공허함, 상실감을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있을까?
그런 우울한 감정 속 일상에서도
또 많은 이들은 부분부분 즐겁고 행복한 것들을
'의도적'으로 찾아 나선다.
대면이 허락하지 않는 이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말이다.

요즘 시대에 현존하고 있는 타임머신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음식과 음악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과거 경험과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음악을 듣거나
예전에 먹어본 적이 있던 음식을 맛볼 기회가 되면
나의 기억 속에서
그 상황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경험은 대부분
아련한 추억 속의 기분 좋은 또는 행복한 감정들인데
그런 잠시의 추억 여행만으로도 감성을 채우고
힘들고 지친 나를 일으키는 힘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경험들을 나열하지만 않고
소소한 경험들에 귀여운 필체의 그림을 덧붙여
공감이 더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 매체를 많이 이용해서
최근 넷플릭스 구독률이 높아졌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도 넷플릭스 이용자인데거기서 꽤 괜찮은 영화를 발견해서
거의 인생 영화 반열에 오른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리틀 포레스트'였다.
도시생활을 하면서 사람에, 사랑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에 있는 옛집으로 와서
자연 속에서 소소한 음식을 해 먹으며
추억을 곱씹고 힐링하는 내용인데
그 영화를 보면서 나 또한 힐링 됨을 느꼈다.
전원생활이라는 것이 그런 아름다운 모습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도시생활과는 대조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들도 있고
밥 한 끼를 해 먹기 위해서도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기도 한데
오히려 몸을 움직여야 대가를, 결과를 얻는 전원생활은
도시생활과는 다르게 정직한 대가를 주고
그 과정 속에서
혼란스러운 생각이 정리돼서
오히려 잔잔함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에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음식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크렘 브뤨레'였다.
과정만 보기에는 많이 복잡하지 않은데
먹는 방법이 독특하고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엄마가 크렘 브뤨레를 먹으며 나누는 대화에서도
뭔가 안락함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저 디저트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에서 보게 되니 너무나 반가운 거였다.
이 책에서는 몇몇 음식의 레시피가 그림과 함께 나오는데
그 음식들이 모두 그리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정말 누군가에게는 소울푸드로 여겨질만한 것들이어서
또 다른 만족감을 준다.




이 책에는 또한 음식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아니라도
살면서 겪었던 일들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그 이야기들이 나도 언젠가는 겪었던, 또는
언제라도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쉽게 읽히고 공감이 간다.
인생의 진리가 반드시
멋들어지고 난해한 언어로 전달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편안한 문체와 그림으로 더욱더 사람의 공감을 얻고
감동을 주기에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일상의 반복이 익숙해짐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꿈꾼다.
마치 여행을 가면 새로운 것을 얻기도 하고
인생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어디라도 그곳이 현실 생활이 된다면
그곳 역시 또 나의 일상이 된다.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독일에 살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활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소소한 일들이
머나먼 타지에서 오버랩 되었을 때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기도, 감성에 젖을 때도 있다
(목욕탕에서 엄마가 사주신 요구르트 같은...)
독일에서 생활하지만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의 시선에선 평범해 보이는 소소한 일들이
저자의 눈에 띄어 에피소드가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고
또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겪은 일들이
또한 더 틀별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유럽 거주라는 어찌 보면 특별한 환경이 주는
(삼면이 바다고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해외로 여행을 하려면 큰맘먹어야 하지만
유럽이라면 기차를 타고도 국경을 넘는 여행을 할 수가 있다)
여행자로서의 시선도 조금은 편안하고
관망적으로 '여행'을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확행' 이라는 말은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 되었다.
활동적인 일상들이 많이 제한되고 있는 요즘에는
내 구역 내에서 소확행을 찾는 것만이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소확행은 말 그대로 뭔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안다.
크고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행복의 척도는 아니라는 것을..
내 일상 속에서 소확행을 찾을 수 있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절망적이고 힘든 상황에서도 행복은 존재한다.
책의 제목처럼 나만 그랬던 게 아니니
우리 모두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네이버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만을 증정받아 읽고
가감없이 주관적이고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