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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리커버 개정판) - 국내 최초 수메르어·악카드어 원전 통합 번역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6월
평점 :
원전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 것은 기념할만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전을 다시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별개의 능력이라는 것도 확실하다.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생각난다. 역사가는 사실 여부만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는 신화사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길가메쉬 서사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을까? 아쉽게도 그 교훈을 직접적으로 느끼기에 이 책은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넓은 문장 간격과 쪽 여백, 두꺼운 종이 재질과 양장 상태. 모든 것이 길가메쉬 서사시를 찬양하기 위한 귀족적이고 상업적인 장치로 꾸며져있다. 인터넷 위키에 비해 같은 공간 대비 정보의 밀도가 턱 없이 낮다.
다행히도 길가메쉬의 교훈은 성경으로, 그리스 신화로, 역사서로 전승되었다. 엄밀히 말해서 전승이 아니라, 인류사의 보편 교훈일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우리는 그런 교훈을 길가메쉬 서사시가 아닌 다른 이야기에서 재미있게 얻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순히 길가메쉬 신화의 존재 판단을 위해 다섯 가지 정도 되는 큼직한 사건의 나열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은, 시간과 돈과 정신의 측면에서 피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