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니 만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를 읽고 과학 발전으로 인한 생활의 편리함 이면에 가려져 있던 내 상상 이상의 환경파괴를 목격하고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는 있지만 당장의 편리함과 깨끗함을 던져버릴 용기는 없었다. 그 이후 환경 고발 서적을 살포시 덮어둔 상태였는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 추천글을 너무 많이 봐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책을 집어 들었다.그런데... 내가 지레짐작한 내용이 아니었다! 제목 그대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올 초에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를 일고 명항성의 죽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 물고기를 분류학에서 없애버리다니..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 단 하나의 진실이라지만, 학생때 배우고 진리라고 알고 있던 것을 새로고침하는것은, 게다가 아무 이질감없이 숨쉬듯 받아들이고 있던 것이 진실이 아님이 밝혀져 새로고침 당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섭섭하기도 하더라. 내눈으로 한번 보지도 못한 명왕성을 잃을 때도 많이 섭섭했고, 늘 눈으로 보고 만지건 물고기를 잃다니 많이 섭섭했다. 명왕성의 경우와 달리 물고기의 존재란 너무 오랫동안 전 인류가 다같이 오해한? 부분이라 과학자들도 받아 들이기 힘들겠지만.. 내게 큰 반향을 준 것은 명왕성에 이어 물고기도 내가 알던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지만, 이 책에서 룰루 밀러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 부분이 아니다물고기분류학의 아버지이자 스탠포드 대학교의 초대총장이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스로 열심히 너무 열심히 살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 얼마나 많은 잘못도니 결말에 이르렀는가의 이야기다. 다윈과 동시대에 살면서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르게 받아 들이고 자신의 신념을 밀고나가 세상에 혐오를 조장하고 당연시하며 너무 많은 오류를 지저른 사암. 자신의 지위와 권력-존경받는 과학자이자 대학총장이었던-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된 신념으로 너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다. 희생자들에게 사과 한마디없이 평안히 영면한 그에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얼마나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 ..? 지식과 권력으로 무장한 무뢰배란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