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체스트넛 스트리트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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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마일을 달린 뒤 래리가 차를 세우더니 모라에게 결혼해달라고 말했다.n"불쌍해서 그러는 거지." 그녀가 말했다.n"아니, 그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려는 거야." 그가 말했다.n"나중에 내 상태가 좀더 괜찮을 때 물어봐줘." 그녀가 말했다.n"아니. 지금 말해줘."n"그저 하루야. 우리 인생에서 어느 하루. 어제 나쁘지 않았어."n"그 결혼식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시작일 뿐 더 흥미진진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n래리가 모라에게 성당 가득 그녀가 쓴 것 같은 커다란 모자를 쓴 사람들이 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n그것은 두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의 여러 가지 모습 중 그저 하나일 뿐이었다.

"지금 있는 곳을 떠나요, 젊은이." 그녀가 충고했다. "새 기획사를 구해요. 다른 곳에서 살아봐요. 아직 스물여덟밖에 안 됐잖아요. 일흔 살까지 기다리지 마요. 성취하는 법을 이렇게 노년에 깨닫는 일이 없도록."

몰리는 조언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치료에는 삼 주가 걸리고 모든 단계를 빠짐없이 따라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상세한 지침이 적혀 있었다. 우선 적어도 이십 페이지는 되는 큰 공책을 사고 표지에 꽃과 관련된 그림을 붙인다. 블루벨이 만발한 들판도 좋고 장미꽃다발도 괜찮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온다. 누굴 만나러 갈 때처럼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 머리도 매만지고 최고의 모습으로 꾸민다. 차 한 잔을 준비한 뒤 표지에 꽃 그림이 있는 공책을 꺼낸다. 가장 예쁜 글씨로 ‘내 축복의 책’이라고 쓴다. 그 첫날밤에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한 가지만 쓴다. 그 이상은 안 된다. 신중하게 선택하라. 사랑일 수도, 아기일 수도, 집일 수도, 일몰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이 특별한 축복이 가져다준 행복에 관해 한 페이지만 쓰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안 된다.n그리고 당신이 하려고 했던 뭔가를 하면서 한 시간을 온전히 보내라. 은제품을 닦는다든가, 찢어진 커튼을 수선한다든가, 앨범에 사진을 다시 정리한다든가. 얼마나 피곤한지와는 상관없이, 한 시간이 되면 끝내야 한다. 그리고 조심스레 옷을 다시 벗고 침대로 돌아가라.n잠이 곧바로 오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치료가 끝나기까지 아직 열아홉 밤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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