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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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페인트 #양귀자 #이희영 #쓰다 #창비 #가족


의도치 않게 두 권의 책을 연이어 읽었다. <모순>이 먼저였고, <페인트>가 그 나중이었다. 둘을 엮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페인트 196p를 읽으며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의 삶이 퍼뜩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두 책 모두 가족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구나.


모르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다. 삶이란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긴 여행일 것이다(페인트 196p). 모르기 때문에 기대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낙망하지도 않는 것이다. <모순>의 나영규와 이모부는 그런 삶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모는 지쳤다. 이모의 삶은 즐겁지 않고 심심했으며 지겹도록 평탄해서 지리멸렬함을 느꼈던, 생기를 찾을 수 없었던 삶이었다. 사실 나는 그런 이모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죽음을 두고 배신감에만 시달렸던 사람이 남편이었으니 뭐.


세상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엄연한 차별이 존재한다. 센터에서 부모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 불이익을 당하고 차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페인트 193p). 부모를 만나지 못할 때만 불이익을 당할까?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계급과 차별 때문에 어머니와 이모의 삶은 그렇게도 달랐던 것이다. 그들의 자녀들한테까지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말이다. 나는 <모순>을 읽으며 진짜 내 엄마와 이모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비슷하게 자랐을 텐데 무엇이 반대의 삶으로 그들을 이끌었을까. 어떤 요인이 있는걸까. 세상은 정말이지 모순적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이모와 이모부에게 부모로서의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쯤 될까. 안진진이라면 어떤 부모를 선택했으며 몇 살에 센터를 나갔을까 궁금해졌다. 


진진의 아버지는 가족을 자세히 알아가려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페인트>에 따르면 그것이야말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장 필요했던 것일 수 있는데(146p). 박이 괴물이고 악마였던 아버지의 임종을 끝까지 지켜보고 보살핀 모습, 중풍과 치매에 걸려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 상태로 돌아온 안진진의 아버지를 가족들이 끝까지 챙기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고 웅얼거리며 되돌아보게 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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