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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2.7그램 ㅣ 바일라 23
윤해연 지음 / 서유재 / 2025년 6월
평점 :
[서평단 리뷰]
#민수의2.7그램 #윤해연 #서유재 #탁구

나의 기억상으로 내가 처음 탁구 라켓을 잡아본건 고등학생 때였나보다. 한때 탁구 성지라고 불렸던 교회 청년부에 올라가 아무것도 모른채 애매한 자세로 공을 넘기기에 급급했던 시절, 잘 치지 못해도 참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학교에 온 뒤로 나는 종종 선생님들과 탁구를 치곤 했다. 그마저도 반짝하고 말았는데, 올해 새로 생긴 체육관에서 이따금씩 탁구를 치다보니 조금씩 재미가 붙게 됐다. 나는 꼭 고민수처럼 탁구를 배웠다. 그냥 내가 잡히는 대로, 편한 대로 치다가 이 사람에게 조금, 저 사람에게 조금씩 배워 요상한 자세로 서브를 넣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하지만 나는 나의 서브 자세가 좋다.)
인생에서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는 고민수와 하호. 둘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선택을 당한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명지탁구장은 마치 운명과도 같이 민수를 환대한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탁구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버무려 놓았다는 점이다. 탁구와 인생은 공통점이 많다. 혼자 할 수 없다는 점, 상대의 감정을 읽어야 하는 점, 승부도 있지만 쉬어갈 수도 있다는 점,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어느 때든 여유가 있다는 점, 공과 인생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 정파와 사파로 나뉠 수 있다는 점, 시간이 흐르면 요령이 생긴다는 점 등...
민수와 민수 외에도 여러 인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명지탁구장 관장님, 실장님, 허정 아저씨, 7탁의 현자, 복진이, 대식씨, 안연두같은 사람들이 함께 호흡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자리를 채워준다. 이들은 다정하다.
이런 인물을 만들어주는 작가 역시 다정할 거라고 느껴진다. 2.7그램이라니, 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우리의 인생 랠리도 조금씩 가벼워지길, 가벼운 만큼 신중하게 컨트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