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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불을 지고
김혜빈 지음 / 사계절 / 2025년 5월
평점 :
[서평단 리뷰]
#등에불을지고 #김혜빈 #사계절
그런 말 들어보지 않았는가. 사람이 삶을 살면서 모든 경험을 해볼 수 없으니,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없으니 책을 읽는 거라고. 나는 이 책의 앞장을 읽자마자 호연의 삶으로 후루룩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호연의 가장 가까운데서 그녀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니, 가끔은 호연이나 이모경이 되기도...
책을 읽는 내내 분위기가 알쏭달쏭 오묘하다. 기묘한 느낌에 가끔은 오싹하기도 한다. 최근에 내가 일하는 곳 근처 공장에서 불이 났는데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숨 쉬기 힘든 불의 냄새를 맡아보았고, 연기와 잿더미가 날리는 것을 봤다. 아! 불이라는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불 한가운데 있는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구나, 하고 깊게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연기가 눈을 가린 순간에도 우리의 발밑은 불타고 있다니, 왜 앞이 잘 안보인다고 깨닫지 못했을까.
얼기설기 얽혀는 있으나 애매한 이 관계들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호연, 호수, 배진택, 우희슬, 기수라, 이모경, 유기영, 유태영. 위태롭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던져진 무언가를 완전히 태울 때까지 이야기도 불도 타오르기를 멈추지 않는다(79p).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불도 계속 타오를 것이다. 불은 태울 무언가가 없다면 꺼질 테니까. 불을 키우는 건 불이 아니다. 불은 숨결, 볏짚, 증오, 사랑을 불쏘시개 삼아 커진다(78p).
내용 자체는 쉽다고 말할 수 없지만 분위기에 폭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제본에서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재가 되어 꺼질 것인가, 혹은 계속해서 타오를 것인가. 뒷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하다-!
* 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