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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심시간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5
렉스 오글 지음, 정영임 옮김 / 다봄 / 2025년 1월
평점 :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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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없었고, 암울하고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렉스 오글의 하루하루 삶을 읽어내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좋아진단 말인가? 이 책은 어떤 끝맺음을 낼 수 있는 것일까? 그저 이 책에서 렉스의 삶이 이대로 완결되는 것은 아닌지, 혹여 대반전이라도 일어나게 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휴 렉스야ㅠㅠ....', '엄마가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에 한숨을 쉬며 책을 내려놓아도 꾸역꾸역 끝까지 읽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저자의 실화라는 사실을 먼저 알고 보니 이 현실과 삶을 부정하고만 싶었다. 비단 미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부유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지만 렉스만큼의 상황을 겪지 않았으니 나는 그저 활자를 통해 그 아픈 삶을 상상하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렇게 괴로워하면서도 대면하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아이들,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렉스는 이 이후로 어떻게 자라났을지 정말 궁금해진다. 이단과는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로 지내고 있을까?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쓰인다. 렉스뿐만이 아니라 베니, 브래드, 찰리, 리엄, 데릭, 제크, 토드 모두 그때 그 나이에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거칠고도 연약한 어린 시절을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자라야만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시간은 지나가니 강하게 버티라고.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으니 희망을 품는 능력을 간직하라고. 나는 렉스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조금 금이 갔을지는 몰라도 건강하고 씩씩한 어른으로 자라났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가족의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단의 말처럼 모든 상황을 단정해서는 안되고, 모든 상황은 늘 가까이 들여다보면 밖에서 보는 거랑 다를 수 있다(319p). 누군가에게는 그의 삶이 평탄하고 좋아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모두 각자 처한 사정은 다르니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계산원 페기 아주머니를 떠올려본다. 이름 없이 일하고 있는 한 사람. 그 학교의 어떤 학생이 계산원을 존중해 주고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 불러주었을까. 이 세상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지만 그들의 이름조차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사회가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일지라도 부디,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픈 아이, 외로운 아이, 자책하는 아이 아무도 없이, 모두가 서로의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상냥하고 다정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읽는 동안은 괴로웠지만 나에게 또다른 세상을 경험케 해준 작가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