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의 기술 상상 동시집 24
정지윤 지음, 손미현 그림 / 상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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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전달의기술 #정지윤 #손미현 #상상 #상상동시집 


아이들에게 <시> 단원을 가르치는게 늘 어려웠다. 내가 시를 어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학생 시절 '시'를 배울 때는 행과 연, 운율, 심상, 반복, 비유, 은유, 함축, 반어, 역설, 시적 허용 등등 배우고 기억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러나 「창작과 비평」에 실린 시를 보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으며 혼란과 놀라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아! 내가 알던 행과 연, 내가 알던 시는 무엇이었던가!?


그렇게 시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안고 시집을 여러 권 읽으며 깊게 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전달의 기술>을 선물받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행과 연, 비유, 운율 등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즐겁게 읽었다. 


아이들에게 시를 써보라고 했을 때 글감을 무엇으로 정할 건가요? 글감에 어울리는 꾸며주는 말이나 흉내 내는 말을 넣으면 좋아요, 반복되는 말이 있으면 운율감이 살아나요, 한번 간결하게 써볼까요, 행과 연을 나누면 더 보기 좋아요 등등 많은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여러분의 마음이 잘 담겨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써놓고 나니까 시를 잘 모르고 잘 쓰지도 못하는 내가 참 많은 것을 요구했구나 싶기도 하다.) 정지윤 시인은 글감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 이 시집 중 몇 편을 골라 읽어줄걸. 그 짧디 짧은 글 안에, 그리고 그 공백에 마음을 이렇게도 담을 수 있어! 하고 소개해줄 겸 말이다. 


기억나는 시 몇 편을 떠올려보자면 아이들이 나에게 바슬즐 시간에 꼭 이렇게 말할 것만 같은 <나도 궁금해>, 시험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마음 <SOS>, 몇 명의 친구가 가끔 나에게 하는 말 <걱정이 꼬리를 물고>, 제목을 너무나 찰떡같이 잘 지은 <헐크 배>. 겨울 단원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아른아른 떠올려지는 <나뭇잎 이불>, 내 마음이 쿵, 떨어졌던 <서바이벌>, 우리 반 친구들에게 내가 많이 하는 그 말 <달콤 레시피>...몇 편만 떠올려보자고 했는데 다시 한번 시집을 보니 다 쓸 수 없을 것 같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글감을 찾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시간을 주면 나, 너, 구름, 강아지, 여행, 강, 칫솔과 빗자루, 학교, 게임, 강, 도마뱀 등 무궁무진하게 나온다. 그렇게 소재를 정하면 이제부터는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별 것 아닌, 대단치 않은 소재에서 아이들이 이끌어낼 수 있는 생각은 기발하다. 마치 정지윤 시인이 존재감이 희박한 것들을 찾아 그것의 '있음'을 시인만의 방법으로 확인하고 알려주듯이 말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연이고 무엇이 행이고, 무엇이 은유며 비유다, 하고 가르치기 전에 이 책을 함께 읽고 싶다. 그래서 시를 읽는 재미를 아이들이 먼저 자연스럽게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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