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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문장 수업 - 아이디어부터 퇴고까지 독자를 유혹하는 글쓰기의 12가지 기술
잭 하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평점 :
퓰리처상이 예술상이기도 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언론상, 그리고 특히 보도사진 수상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의 추천사를 손석희 앵커도 아니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정여울 작가가 썼다고 하니 조금 의외이기도 하고,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의 전설적인 글쓰기 코치' 라는 저자 잭 하트(Jack Hart)가 과연 어떤 조언을 할까 궁금했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다시 제목처럼 총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글을 시작하고, 쓰고, 끝내기까지 과정에 대하여 설명한다. 자료 수집, 생각 정리, 주제문, 메모형 개요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일필휘지'로 글을 쓰는 작가들도 사실은 '주제문과 메모형 개요' 라는 '나침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초고를 작성하고 '세세한 부분을 면밀하게 살피며 정확성을 점검하고 문장의 흐름을 수정하며 단어 하나하나의 정확한 의미를 검토'(81 p.) 하는데, 2부에서는 그 과정에 대한 기술을 제시한다.
> 목수는 전체 틀을 짠 다음 처음으로 돌아가 한 부분씩 마무리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내가 쓸 이야기의 전체적인 골격을 불완전하게나마 완성한 뒤에 글을 써나간다. 마감일에 쫓길 때조차도 그렇다. (83 p.)
'문장을 독자를 유혹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2부는 생동감, 간결함, 명확성, 리듬, 인간미, 비유, 문체, 문법, 습관이라는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스르륵 넘겨보기만해도 알 수 있듯이 문장과 문체에 대한 기술을 다양한 매체에 수록된 문장들과 함께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다만 제시된 예시들이 영작에 더 유용할 것 같긴하지만 한영대역이 잘 되어 있어 서술적 조언들 역시 굉장히 실용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논문쓰던 때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런 독자를 겨냥한걸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모아 놓은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은 소설, 보고서, 연애편지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글에 적용된다.'(8 p.) 그러나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리포트'라는 저자의 말에 그간 내가 이해했던 개념과 접근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에세이 작가들은 아이디어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해 점과 점을 잇고, 한 논제에서 다른 논제로 옮겨가며 독자에게 새로운 통찰을 전달하고자 한다. ... (후략) (95 p.)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사실은 내게 가장 익숙한 '학술적 글쓰기'의 규칙을 일상적인 글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겠다는 안도이다. 내가 무슨 글을, 하고 주저하는 나처럼 소심하고 조급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1부만큼은 꼭 정독하시라고 권해본다🙂
> 장르를 불문하고 성공한 거의 모든 작가로부터 우리가 흔히 듣는 조언이 있다. 일련의 기법을 배운 뒤 그 기법을 도약대로 삼아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숙련된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530 p.)
여담: 글을 엉덩이로 쓴다는 말은 불면의 진리인가보다. 잭 하트도 역시 '내가 아는 최고의 작가는 키보드 앞에 앉아 한 줄을 쓰고, 또 한 줄, 또 한 줄을 쓴다'(5 p.)고 말하는 것을 보면.
#김영사서평단
*김영사에서 책을 제공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