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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46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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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덮개 종이인 덧싸개가 별도로 있는데
안쪽 표지와 덧싸개의 표지가 살짝 다르답니다.
그런데, 이 앞뒤로 새하얀 덧싸개부터 정말 예술이랍니다.
이 장면에서부터 두 개의 세계가 보이는데요.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나면
더 작가의 고민과 정성이 느껴진답니다.
처음엔 표지와 본문에서
투명한 얇은 종이인 트레이싱지를 시도하셨다고 해요.
(작가님의 로망이기도 하셔서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으셨다는)
하지만, 실제로 인쇄하여 테스트해 보니
아랫면에 비치는 선과 트레이싱지에 인쇄된 선이 겹쳐
살짝 산만하고, 어지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답니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도 잘 드러나지 않고요.
그래서 과감히 빼고,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코팅 기법을 활용하여 지금의 표지가 되었답니다.
더 놀라운 건,
여러 번의 공정 과정을 거쳤는데요
표지의 오른쪽 부분은 얼음판의 표면과 같이 매끄러운 코팅 기법을 사용했고,
왼쪽 부분은 실제 스케치북과 같은 살짝 질감이 있는 종이인데,
그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한 번 더 표지를 눌러 표현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목과 함께 흘러가는 선은 은박 처리를 했고요.
이렇게 정성스러운 표지를 지나면
새하얀 면지에는 연필과 지우개가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한 아이가 보였었는데 갑자기 웬 연필과 지우개일까요?
그리고, 헌사도 어린 화가들에게..라고 쓰여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선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라고 소개하듯이
바로 이 그림책은 소녀의 스케이트 날과
화가의 연필 끝이 함께 만들어 낸 이야기랍니다.
계속해서 장면을 넘어가면 아주 새하얀 도화지와 같은 얼음 위에서
한 아이가 기다란 선을 남기며 스케이트를 타고 부드럽게
화면을 가로질러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아주 자유롭게, 다양한 선들을 남기며 스케이트를 탑니다.
장면들을 넘어가면 정지된 화면이 아닌 움직이는 화면을 보는 듯하지요.
스케이트 날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고요.
빙글빙글 돌더니, 점프를 위한 준비 동작을 거쳐 힘껏 날아오릅니다.
하지만.. 저런! 꽈당~ 엉덩방아를 찧고 마네요.
실제 경기에서는 김연아 선수처럼 바로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다음 연기를 이어가겠지만
이 책에서는 전혀 새로운 장면이 등장합니다.
구겨진 종이와 주변의 지우개 가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