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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들의 집 ㅣ 보림 창작 그림책
김한울 지음 / 보림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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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계획으로 사람들이 모두 떠난 동네,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집과
마당의 꽃나무, 개와 고양이,
새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안녕, 우리들의 집>은
김한울 작가의 첫 그림책이랍니다.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작가가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사라지는 집들을 눈여겨보면서
'자라나는 집'과 '일구어진 땅'이라는 전시를 열었고,
마음속에 담아 둔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
이 책을 만들었답니다.
커다란 판형에 입혀진 덧싸개는
그림책의 앞뒤 표지 그림과 함께
안쪽 면에는 크고 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동네의 모습도
담고 있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사이사이 크고 작은 꽃나무들도 보이는..
평온해 보이는 면지 속 동네를 지나면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안내를 알리는
축하 현수막과 함께
조금은 쓸쓸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깨끗하고 새롭고 편리한 새 보금자리를 위해
사람들이 떠난 후에 남겨진 건
낡고 오래되고 불편한 것만은 아니었네요.
오랜 시간 그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생명들!
지금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생명들에게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개발 사업들은 너무도 폭력적이란 걸
저 또한 잘 알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말하지 않고,
요구하지 못하고, 주장할 수 없다고
이 생명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은 아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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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집이 사라지기 전날 밤,
캄캄한 하늘에선 별들이 반짝이고
바람이 불던 마지막 날 밤,
계속 머무를 수도 없지만
추억이 담긴 그곳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던
남은 생명들은 마지막 남은 집에 모여
아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마치 남겨진 생명들에게
사람들은 하지 않았던
아름답고도 따뜻한 위로를 대신하는 듯합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집과, 이 동네에선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생명들이 떠나갔을까..
그림책을 덮고 잠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