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으론
<이상한 화요일>과 <시간 상자>를
가장 먼저
보았던 것 같아요.
순수한 그림책 독자이기 이전에
그림책이란 걸 공부(?) 하기 위해
강의를 들으면서 작품들을 만났답니다.
그 이후에
<구름공항>과 <아기 돼지 세 마리>를 보았고
가장 최근에 본 그림책이
바로 이
책이랍니다.
이 그림책은 데이비드 위즈너가
2013년 <이봐요,
까망 씨!>를 출간한 이후
5년 만에 만든 신작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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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없는 그림책, 환상 모험,
자연과 사람이라는 독특한 특징으로
꾸준하게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데이비드 위즈너가
이번 신작에서 다룬 소재는 '야구'랍니다.
스피드를 요구하는 승부의 세계에 놓인
남자아이의
마음 상태를 조명한 《내가 잡았어!》는
위기의 순간에 느끼는
마음의 불안과 공포에 대한 생각을
섬세하고 치밀한 슬로
모션(Slow Motion)으로
담은 작품입니다.
이 그림책을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소개하는데요.
딱 정리되는 소개 글입니다.
드라마틱하고 스펙터클한 외적인 사건이 아닌,
마음과 생각을 보여 주는
스펙터클한 내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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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면지를 지나
속표지 전 한 장면으로부터
이 그림책은 시작됩니다.
펜스 밖에서
안쪽의 아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뒷모습의 아이 표정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살짝 읽히는데요.
아이들 가까이로 가긴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과는 약간 떨어져
뒤에 서 있는 모습이 뭔가 안타깝기까지
해요.
그렇게 시작된 그림책에서
다행히도 아이는 야구에 참여하게 됩니다.
상대편 아이가 방망이를 휘둘러
공은 날아올랐고,
주인공 아이는 '내가
잡을게!'라고 외치며
한껏 들뜬 얼굴로
글러브를 낀 손을 높이 쳐들고
날아오는 공을 잡으려 해요.
그.런.데...
앗!
바닥 위로 살짝 올라온 나무뿌리에 걸려 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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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아오는 공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더 크게 땅을 뚫고 올라온 나무뿌리에 걸려 퍽!
처음과는
달리,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위축되어 작아지기만 합니다.
이 장면들은 앞에서 소개했듯이
마치 슬로모션을 보는 듯한데요.
야구는 1도 모르지만
주인공 아이와 하나가 되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공을 잡은
그 순간엔
마치 내가 날아올라
그 공을 잡은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짧은 순간들을 이렇게 멋지고
실감 나는 장면들로 표현해
이렇게 멋진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 싶답니다.
이 그림책, 한 번 보세요.
무려 여섯 번이나 칼데콧 상 수상작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작가의
위용과 역량을 실감할 수 있답니다.
아, 그리고 초판본에는
작가
사인도
담겨 있답니다.
(한정판으로 초판본에 한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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