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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신전
최류빈 지음 / 보민출판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몽환의 파도 바깥에 서서 경계를 침범하는 수군을 보았다. 속에서 반짝이는 수천 개의 눈 삼지창 곧게 세우는 병정들이 보이던, 바다는 혁명을, 온몸을 적시는 침범을 거부했다 - 포세이돈' (p.43)
시는 은유와 비유, 함축과 압축, 추상과 해체의 예술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공간을 해체하고 시인의 언어와 사고로 재조립한다. 시인은 사물을 색다른 시각으로 투영하고 주관적인 감정과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게 객관적인 세상은 시인에 의해 또다른 모습으로 재창조된다. 시인은 선구자요, 창조자다. 언어의 맛을 최고로 느끼게 하고,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또다른 방법을 알려준다.
시집 「오렌지 신전」은 '형이상학'과 '시적허용' 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현존하는 신화를 배경으로 저자의 독특한 세계관을 반영하였다. 문장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상상하는 세상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을 만나고 유적을 보며 회환에 잠긴다. 눈을 뜨면 어느새 현실세계로 돌아와 문명의 이기를 마주하고 있다.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인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많은 물음을 던져 준다. 우리의 존재와 둘러싼 운명의 고리는 결국 우리가 보고 생각하는 것에 달려 있다. 꿈 속에 갇히거나 과거에서 살 수도 있고, 현실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결국은 내가 꿈꾸는 세상이며 내가 만드는 현실이다. 의미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며 꿈 속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① 1부 아르테미스 - 아르테미스, 헤라, 하데스
② 2부 오렌지신전 - 아프로디테, 헤파이스토스, 포세이돈
③ 3부 아레스 - 데메테르, 프로메테우스, 아레스, 크로노스
④ 4부 아폴론 - 아폴론, 헤르메스
⑤ 5부 제우스 - 제우스
⑥ 6부 메두사 - 메두사, 판도라
각 파트는 신화 속 이야기를 따라 인물을 치밀하게 배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올림포스 12신중에서 '아테나'와 '디오니소스'가 빠져 있다. 추측컨대 시인은 잊혀진 신화와 망가진 신전의 초라한 모습에서 오렌지색 석양을 떠올리며 회한(悔恨)에 잠기고, 과거의 영화(榮華)를 상상하며 그리워하진 않았을까?
단어는 정성으로 한자한자 배치하였고 문장은 물 흐르듯이 부드럽다. 감수성 가득한 언어의 맛을 느끼며 몽환적 세계로 안내하는 시집이다. 「오렌지 신전」을 탐독하고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 올라가 보자. 신화 속 인물과 세상을 마주할지 모를 일이다.
'굳어있던 조각상의 고관절과 팔목이 움직인다, 삐거덕거리는 석고 각질 털며 아름다운 한 사람이 서 있었다 - 아프로디테' (p.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