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식을 탐하듯 대화에 굶주려 있었다. 한 번 맛을 보자 계속 대화를 하고 싶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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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게 문제다. 우리는 기분이 나빠서 기분이 나빠진다. 죄책감을 느껴서 죄책감을 느낀다. 화가 나서 화를 낸다. 불안해서 불안해진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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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취침 시간이 거의 새벽 3시 이후일 때가 많은데 그 탓인지 최근에 일상이 상당히 무너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잘 살자!'를 다짐하며 고요한 새벽에 뻑뻑한 눈으로 이런 자기계발서를 읽어 봤자 다음 날 느지막히 찌뿌둥한 몸으로 잠에서 깨는 전개에는 하등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그럼에도 왠지 이런 책을 읽으면 갑자기 새벽 4시에 잠들어도 아침 7시에 벌떡 일어나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시작의 기술》은 이런 어느 새벽에 몽롱하게 잠기운에 취해 유튜브 영상을 보다 충동구매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한국어 번역본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는 이런 식이다.

"시작의 기술"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7가지 무기"

"UNFU*K YOURSELF"

"용기 내라는 오글거리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이제 니 인생 좀 그만 망쳐!"

솔직히 나는 책도 멋부리는 기분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맨정신이었다면 이런 문구가 표지에 수놓아져 있는 책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다. 몰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안 읽은 척 하면 모를까.

이 책은 술술 잘 읽힌다. 다만 술술 읽고 끝내면 효용가치 제로인 책이기도 하다. 이런 처세술을 다루는 책이라면 나도 10년 전 즈음 제법 섭렵할 만큼 했기 때문에 초반 몇 쪽, 혹은 머리말만 읽고도 저자가 알맹이 있는 통찰을 담았는지(혹은 그러려는 노력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명성에 기대어 자행한 종이 낭비의 결과물인지를 금세 판별할 수 있다.

《시작의 기술》는 좀 헷갈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자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말해야 겠다. 그리고 사실 표지에 새긴 문구들에서 저자의 통찰에 관해 어느 정도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러프하게 요약해 보자면,

"당신의 인생은 망했고, 망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함으로써 이제는 그만 망칠 수 있다."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망친 걸 어쩌겠어? 앞으로나 잘하자. 같은 얼핏 들으면 상당히 염세적이지만 현실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나아가자는 아이디어를 설파하는 책이다.

이 책과 어떤 의미로 대척점에 있는 다른 종류의 자기계발서의 어조가 "앞으로 우리는 잘 살 수 있다!"라면, 《시작의 기술》은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감추거나 생략하고 있는 '현재'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 '오글거리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말 속에 "망쳤어도 괜찮아." 같은 메시지를 숨겨두는 제법 온기 있는 처세술 책이라고 할까. 그에 비하면 덮어놓고 "앞으로 우리는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책들의 어조는 주로 이런 느낌이다. "망했다고요…? 음… 음…, 아무튼 앞으로 우리는 잘 살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일종의 '성취'와 '도약'은 반드시 현재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지점의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한 구석을 제대로 응시해야만 이뤄진다고 믿는 입장이어선지, 오랜만에 이런 뭔가, 무턱대고 밝은 미래만을 외치지도 또, 무조건 현재 상태를 두고 독자를 질타하지도 않는 책을 만나니 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아, 솔직히 이 책의 내용 및 말투가 다소 상투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나'의 상태를 비교적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갈 지점을 공모해 보는 시기에 이런 이야기는 반드시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의 기술"이라는 제목은 제법 적절하게 느껴진다.

원제는 UNF*CK YOURSELF인데, 직역하자면 '그만 *되자' 정도가 되려나?(미국 저자들이 쓴 처세술 관련 책 제목에는 이 단어가 참 자주 들어가는 듯…) 독립 출판으로 출간되었다가 이후 하퍼콜린스에서 재출간됐고 매우 많이 팔린 책이다. 어떻게 해야 책이 잘/많이 팔릴까를 심심할 때마다 고민해 보는데 이 책은 뭔가, 사람들이 타인을 통해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저자의 입을 빌려 해 줬다는 점이 셀링 포인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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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더 선해지는 건 아냐. 그저 더 영리해지는 것뿐이지. 좀더 영리해지면 파리 날개를 잡아 뜯는 짓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좀더 나은 이유를 찾아내는 거야."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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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팔과 손으로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 직후에 뒤통수에 달린 스피커를 울려 쇼팽의 연애담을 곁들여야 하나요? 우리들의 연주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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